[ICT 기술인문학 이야기(1)] 디지털의 아톰, 비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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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어떤 것을 제일 먼저 다루어야 하는 지에 대해 결정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부분을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바로 디지털, 그리고 비트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처음 다룰 주제이다.

디지털의 아톰, 비트의 탄생

그렇다면 디지털의 역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디지털의 역사는 디지털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입자라고 할 수 있는 비트의 탄생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빛이나 전기 등을 활용해서 On/Off 라는 2가지 선택으로 모든 것을 나눌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비트인데, 그렇기 때문에 비트를 표현할 때에는 0과 1이라는 2개의 수만 활용이 되며, 이진법으로 표현할 수가 있다. 0과 1을 표현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은 역사적으로 1732년 바실 부촌(Basile Bouchon)과 쟝-밥티스테 팔콘(Jean-Baptiste Falcon)이 개발한 펀치카드의 발명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이 기술은 IBM 등에 의해 초창기 컴퓨터의 개발 및 활용에 이용되면서 꽤 오랜 시간 비트와 디지털을 대표하는 기술로 각광을 받았다. 다른 형태로는 1844년 무선 통신을 위해 처음으로 0과 1을 중심으로 하는 코드를 고안한 모르스(Morse) 부호가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들게 된다.

비트라는 말을 제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끌로드 새넌(Claude E. Shannon)으로 1948년 발표한 “통신의 수학적 이론(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이라는 논문을 통해 비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그는 1947년 1월 9일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존 튜키(John W. Tukey)가 “binary digit”이라고 적은 메모를 보고 이를 축약해서 “bit”라고 썼다고 밝히고 있다.

비트가 중요한 것은 오늘날의 기계, 전기, 전자기기들이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 통하는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스위치, 빛의 On/Off, 전압의 고저 등으로 0과 1은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양한 방식의 기기들이 비트를 활용해서 우리 세상을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전혀 무게도 나가지 않고,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아톰을 얻게 된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변환, 샘플링의 마법

디지털과 비트의 상대되는 개념은 바로 아날로그(analog)이다. 아날로그도 굉장히 다양한 정의를 가지고 있는데, 일단 필자는 디지털에 반대되는 우리 현실세계의 물체나 물리적인 실체를 아날로그라고 조작적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아날로그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날로그는 0과 1이라는 비트로 끊어서 표현해야 하는 디지털과는 달리 연속성의 세계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아날로그라도 결국 원자 이하의 모든 물체의 구성단위까지 내려간다면 결국에는 무엇인가 끊어진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본다는 것도 결국에는 광자가 우리의 안구에 있는 망막의 센서를 자극하고, 이들의 자극이 우리의 뇌에 연결되면서 연속된 사물을 인지하게 되는데, 실제로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시야나 사물들도 최소 단위까지 쪼개본다면 전기신호로 단락이 지어진다. 그러므로, 진정한 아날로그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연속된 것”이라는 차원에서 던진다면 “아날로그라는 것은 없다”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실세계의 공간을 아날로그의 세계라고 한다면, 아날로그의 세계를 디지털로 이끄는 작업이 있어야 디지털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아날로그의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을 샘플링(sampling)이라고 한다. 샘플링이라는 작업은 아날로그 신호를 잘게 쪼개어 0과 1로 바꾸어 저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저장된 비트의 세트는 나중에 다시 적절한 변환과정을 거쳐서 원래의 아날로그 신호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샘플링과 관련해서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예는 바로 음악을 저장할 수 있게 된 CD(Compact Disc) 기술이다. CD는 소리를 1초에 44,100번 비트로 샘플링한다. 초당 비트를 표현하는 단위가 바로 주파수를 나타내기도 하는 헤르츠(Herz)라는 단위이다. 그래서, CD를 44.1kHz로 샘플링한다고 말한다(k는 1000을 의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44.1kHz라는 샘플링 주파수도 매우 정교한 근거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는 일반인의 경우 20~20kHz 정도로 추정되는데, 다시 말해 우리의 귀가 가지고 있는 청각세포의 센서가 감지하는 수준이 그 정도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샘플링을 해봐야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저장공간 및 전송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만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그래도, 민감한 사람들을 고려해서 2배가 좀 넘는 수준의 샘플링 주파수가 결정되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화소의 단위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디지털 시각센서가 우리가 보는 것을 샘플링하게 되는데, 흔히 5MP(Mega Pixel)이라고 하면 표현할 수 있는 점의 수가 5백만 개라는 것이다. 흑백이라면 0과 1로만 표현하겠지만, 최근에는 컬러가 대세이므로 우리의 눈이 감지할 수 있는 컬러의 최대 분해능력에 해당하는 만큼 각각의 점마다 데이터를 할당할 수 있다. 보통 24~32비트가 컬러를 표현하는데 할당되는데, 이 정도 수치면 아주 민감한 사람이 아니면 컬러의 변화를 눈치챌 수 없는 수준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동영상을 볼 때 초당 30프레임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우리의 뇌가 잔상효과 때문에 초당 30장 이상의 그림을 보는 경우에는 아날로그처럼 완전히 이어진 것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용량을 늘리기 위한 기술혁신의 역사

오늘날의 컴퓨터나 통신망 사정 등은 과거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상황이라 이 글에서 말하는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최고의 샘플링 수준을 이용해서 디지털 데이터들이 만들어지고, 이를 압축하고 전송하지만 초창기 디지털 세상은 그렇게 사정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높은 용량의 데이터는 저장하기도 어려웠고, 전송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일단 눈과 귀에 거슬리는 수준으로 디지털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조금이나마 높은 데이터 용량을 저장하고 전송하기 위해서 압축기술들이 많이 발달하였다. 그래서, 과거의 디지털 기술들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전송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많이 발전하였는데, 최근에는 하드웨어와 통신 인프라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에 효율보다는 아날로그 세상의 것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한층 나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술들이 더욱 중시되기 시작하였다.

디지털에 대해서 더욱 심도 있는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이 밖에도 많은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한 글과 기술용어 등을 설명해야 하지만, 이 시리즈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과 비트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관련한 설명은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음 회에는 아톰과 비트의 차이점과 이런 차이점이 가져오게 되는 아날로그 사회와 디지털 사회의 괴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Bit
위키피디아 Punch Card 

[ICT 기술인문학 이야기] Prologue 연재를 시작하며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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