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관점에서 스마트패드 골드러시 “기회인가,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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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2, 새로운 스마트 패드 시장의 시작

6주 시한부설이 한창인 때 애플은 아이패드2를 새롭게 출시하는 행사를 준비중이었다. 사람들은 애플의 CEO가 늘 그래왔듯이 이 혁신적인 신제품을 소개할 것인가 궁금해 했다. 지난 몇 주간 사람들은 병가를 내놓고 출근하지 않는 ‘혁신 대마왕’을 그리워하면서도 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가 6주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풍문은 그와 새로 발표될 아이패드2를 더 유명하게, 그리고 더 기다리게 만들었다.

마침내 3월 11일 그가 조금은 더 야윈 모습으로, 그러나 여느 때와 다름없는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연단에 섰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다시 그의 아이패드2의 시연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수천 개의 블로그 포스트와 언론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상 최대의 ‘제품 출시 쇼’였다.

아이패드2의 두께는 8.8mm로 아이폰4(9.3mm)보다도 얇지만 무게는 589g으로 이전 제품보다 90g 가량 줄였다. 1.2기가헤르츠(GHz)급 듀얼코어 프로세서 ‘A5’를 탑재해 동작 속도는 2배 높였다. 가격은 구형 아이패드와 같은 499달러부터 시작했다. 가격은 엄청난 매리트다. 오죽하면 아이패드2의 최대 강점이 가격이라고 했을 정도다. 애플이 공개한 ‘아이패드2’가 타사 제품을 능가하는 성능에 가격도 저렴해 애플을 제외한 제조사 및 협력사에 타격이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은 아이패드2를 구입할 것이며 그 안에 펼쳐질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광고 네트워크 회사인 치티카(Chitika)는 지난 2010년 12월 아이패드가 전체 인터넷 사용량의 0.83%를 점유했는데 올해 말이 되면 2.32%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JP모건은 9일(미국 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스마트패드 공급량이 8100만대로 예상 수요인 4790만대를 40% 가량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패드2 외에도 모토로라 ‘줌’은 이미 2월 미국에서 시판에 들어갔고 삼성 ‘갤럭시탭 10.1’이 출격을 준비중이다. RIM의 ‘플레이북’도 4월 출시되는 등 다양한 스마트패드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비전 크리티컬(Vision Critical)이 2010년 11월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11%는 향후 6개월 내에 아이패드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NPD 그룹(The NPD Group)이 수행한 미국 태블릿과 스마트폰 보유자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과 이메일, 소셜 네트워킹 이용 시 만족도는 태블릿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마케터는 이러한 만족도에 기반해 태블릿 판매량이 지난해 1천570만대에서 올해 4천350만대, 2012년 8천13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특히 올해 판매될 태블릿 4대 중 3대는 애플 아이패드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시장이 당분간 스마트패드의 급성장과 함께 그 중심에 아이패드가 있을 것이란 전망으로 귀결된다. 그만큼 다른 제품들이 아이패드의 영역을 넘보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늘 ‘생각보다 빨리’ 엎어진다. 작년 2010년 아이폰의 성장세를 안드로이드가 따라잡으리라고는 어떤 전문가도 예측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시장 전체로도 단일 사업자의 독주가 이어지기 힘들고 그렇게 진행되기도 힘든 것이 결국 모든 디바이스의 경쟁은 개발자나 통신사와 같은 지원군(써드파티)이 필요하고 애플 진영이든 안드로이드 진영이든 콘텐츠 사업자와 개발자, 그리고 통신사 입장에서는 어느 한 쪽이 독주하길 바라지 않는 균형과 견제 심리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시장컨설팅업체인 PRTM은 현재 판매 중이거나 출시를 대기중인 태블릿PC가 102종이나 되며 모두 64개 업체가 태블릿PC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사업자, “아이패드에 붙을까, 경쟁자 도울까” 갈등

일단 아직까지 분위기는 ‘아이패드 독주’라는 시장 상황이 조성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아이패드가 모조리 시장을 장악을 하든 아이패드 경쟁자들이 급부상하여 시장의 상당한 파이를 나눠먹든 간에 과연 이 시장이 누구를 위한 시장이 될 것이냐는 다른 문제가 된다. 어느 시장에서 더 많은 돈이 돌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말이다. 콘텐츠 사업자, 또는 미디어 사업자들은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을까.

구글은 올해 2월 16일 ‘원패스(One Pass)’로 불리는 콘텐츠 정기구독 서비스를 발표했다. 조만간 CEO 자리를 창업자에게 물려주게 될 에릭 슈미트가 발표한 구글의 원패스는 전날 애플이 아이튠즈(iTunes)를 통한 구독서비스 발표를 다분히 노렸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 때 애플의 이사회 이사였던 에릭 슈미트로서는 최근 들어 애플의 약점을 후벼파는 데 열중하고 있는 중이다.

애플이 전날 발표한 서비스는 신문과 잡지, 영상, 음악 등의 콘텐츠를 직접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애플은 콘텐츠 관련 수입의 30%를 수수료로 징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는 물론 콘텐츠 제공업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30%를 수수료로 미리 차감하면 나머지 70%로는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저작자들과 서로 나눠먹을 여지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구독자가 원클릭으로 손쉽게 구독료 결제를 할 수 있어 독자를 확보하기 쉽지만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앱 판매수익의 30%를 애플에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구독자에 대한 정보가 애플에 귀속돼 CP사에게는 판매정책, 마케팅, 광고정책을 수립하는데 장애를 안고 가야 한다.

애플은 이런 비판적 시각에 대해 대안 아닌 대안을 제시한다. 일단 애플의 구독서비스만 이용하도록 강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신문사나 잡지사가 자체개발한 앱을 통해 그대로 판매할 경우, 애플에 수수료를 한 푼도 지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단, 애플에 제공하는 콘텐츠 가격과 자사 웹사이트에 제공하는 가격이 불공정 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또 앱 링크를 막아 구독자를 자사 웹사이트로 유도할 수 없도록 했다.

결국 콘텐츠 사업자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인정하긴 하겠지만 외부 웹사이트로 유도하는 것은 금지한 채 애플 결제 시스템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라는 요구다. 또 독자들은 매체별로 개별 회원가입 및 결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면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애플의 앱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다. 콘텐츠 제공자가 공격하는 지점이다.

이를 의식한 구글의 슈미트 CEO는 “구글의 원패스 수수료는 10%에 불과하다”며 가입자 정보도 콘텐츠 업체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고 결제방식도 콘텐츠 업체가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등 애플 서비스보다 유연하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30% 수수료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구글의 이같은 움직임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아이패드 앱 유료화 기대 이하, 광고 수익도 불안

그런데 정작 콘텐츠 유료화로 기존 출판사와 언론사들이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점차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5월 아이패드용 유료 잡지를 내놓은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판매 개시 24시간 만에 2만4000부가 팔려나갔다. 하지만 이후 아이패드가 점점 더 많이 보급되었는데도 아이패드용 잡지 판매량은 점점 떨어졌다. 6월까지 1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나, 7~9월에는 평균 3만1000부, 10월과 11월에는 2만2000여 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너티 페어(Vanity Fair)> <글래머(Glamour)> <GQ> 등 다른 전자 잡지도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지만 해외를 겨냥한 아이패드용 글로벌 음식 잡지 <K food>를 펴내는 박성진 대표는 국내 유통은 아예 꿈꾸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영어로 만들어 미국에 팔고 일본어판으로 만들어 일본을 겨냥할 계획이다. 물론 유료이지만 다운로드 수가 그동안 들인 제작비를 보전해줄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그는 스폰서나 광고 모델에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아직 콘텐츠 기업들이 유료화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변변한 수익원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지금 싹트고 있는 모바일 광고 역시 승자 독식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대안이 되기 힘들다.

지난 해 말,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에 이어 모바일 광고 시장에 진입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미 모바일 광고 시장의 강자인 애플의 아이애드(iAD)나 구글의 애드몹(ADmob)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모바일 시장에는 카울리(Cauly)와 KT가 올레애드를 출범시켰으며 제일기획과 삼성, LG 등도 자체 광고 솔루션을 기획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광고 플랫폼 `아담(AD@m)’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네이버도 기존 인터넷 검색 광고에 모바일 검색 광고를 옵션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를 2012년 1500억원 정도로 예상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은 2011년 3700억원(모바일 관련 마케팅 포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3월 IT 컨설팅 전문업체인 스트라베이스 전망에 따르면 모바일광고 시장은 매년 50% 이상씩 고성장을 이루며 2013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5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망과는 달리 당초 예상보다 우리나라 스마트패드 시장이 빨리 개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아이패드 출시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볼만한 콘텐츠도 부족하고 쓸만한 앱도 부족하고 플래시와 액티브엑스 미지원으로 인한 호환성 저하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이미 스마트폰으로만 시장 관심이 쏠려 있고 초고속통신망과 노트북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나라 안에서 아이패드류의 스마트패드의 필요성이 크게 절감되지 않는 것도 이유다. 시장에서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이 지금까지 모두 더해봤자 50만대 전후로 팔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정도 기기 보급률은 온전한 시장을 만들기는 어렵다.

국내 뉴스 앱과 잡지 앱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보여주거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작은 스마트폰 화면과 다른 아이패드용 UI(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전혀 달라 특별한 제작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쉽게도 국내 뉴스와 잡지 앱들은 예전 종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올 때의 마인드 그대로인 것 처럼 보인다. 대부분 외주 제작사에 의존하는데다 신문 편집 모양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강한 의지로 인해 새로운 기기에서 구식 화면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용자를 외면하고 있다.

 
스마트패드 콘텐츠의 미래, ‘스마트’가 정답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패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직 섣불리 예측하긴 힘들지만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가지 솔루션을 감안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플립보드(Flip Board)다.
스탠포드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에반 돌은 2009년 7월까지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애플을 떠난 후 ‘플립보드’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 플립보드는 아이패드용 소셜 매거진으로 아이패드의 대표적 앱으로 꼽힌다. 플립보드는 이용자가 가입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참조해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선택해 잡지 형태로 보여준다.

2010년 애플이 뽑은 ‘올해의 앱’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앱의 특징은 뉴스와 블로그,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내용만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며 이렇게 모여진 콘텐츠들을 일관성 있는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최근 뉴스의 새로운 개인형 수집기라고 할 수 있는 아이패드용 무료 전자잡지인 ‘자이트'(Zite)도 주목할만 하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컴퓨터지능 실험실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한 이 잡지는 개인들의 독서 습관이나 관심, 소셜네트워크 등에 근거해 콘텐츠가 자동 편집된다. 심지어 ‘자이트’가 편집해 보여주는 칼럼들 가운데 원하지 않는 것이 있을 경우 이를 알려주면 곧바로 다음 편집에 바로 반영된다.
이용자들이 직접 기사의 출처 등을 정해야 하는 ‘플립보드’나 ‘펄스’ 등 기존 아이패드용 잡지와 달리 스마트하게 편집을 개인화시켜준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자이트는 올해 여름 다른 스마트패드용으로도 나오고 연말에는 웹브라우저용으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야후 ‘라이브스탠드(Yahoo Livestand)’도 주목 대상이다.

라이브스탠드는 휴대기기로 제공되는 맞춤 뉴스 서비스다. 스마트폰보다는 스마트태블릿 기기에 초점을 맞춰 야후가 보유한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와 외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이용자 관심과 기호를 분석한 뒤, 여기에 맞는 콘텐츠를 배달하겠다는 게 라이브스탠드의 기본 구상이다. 데이터 분석과 분류에는 야후 자체 개인화 기술인 ‘C.O.R.E’를 활용한다.

미디어사들은 스마트패드 독자에게 품질 좋은 콘텐츠와 사용자의 소셜네트워크까지도 아우르는 다양한 정보를 보기 좋게 만들어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가장 진부한 시스템을 아우르고 있는 미디어사들이 가장 첨단의 ‘스마트한 환경’에 적응하려니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새로운 미디어인 스마트패드에서 미디어사들은 ‘혁신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좀더 사용자 친화적이어야 한다’라는 대명제와 함께 ‘효율적인 데이터와 수익 흐름을 창조해야 한다’는 큰 숙제에 직면해 있다.

글 : 그만
출처 : http://ringblog.net/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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