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FPS 개발사 “두빅”의 투자 스토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6월3일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두빅이라는 FPS 개발사에 투자를 한 사실이 언론에 발표가 되었습니다만 (기사참조), 사실 투자를 한지 한 달 넘게 회사가 퍼블리싱 계약 등을 진행하느라 일부러 투자 사실을 발표 하지 않았었습니다. (국내 판권은 국내 최고의 FPS 퍼블리셔 CJ E&M과 계약을 했습니다. 기사 참조) 간혹 투자를 했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때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입이 간질간질 하죠 🙂

두빅을 처음 만난 것은 4월초였습니다. 두빅의 임준혁 대표님께서 혼자 오셔서 회사 및 게임 소개를 한 시간 정도 해주시고 저랑 둘이서 이런 저런 말씀을 나눴는데, 들으면서 ‘정말 시원시원하게 설명 잘 하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와 게임에 대한 자신감, 맞던 틀리던 당신께서 바라보시는 현재 온라인게임 산업의 현황과 예측, FPS 경쟁구도에 대한 생각 등이 정말 거침 없으셨습니다. 제가 여지껏 정말로 많은 기업의 대표님들을 만나 뵈었지만 정말 손에 꼽힐 정도의 설명이었습니다. 속으로 ‘이 분은 내공이 정말 뛰어나시거나 완전 대단한 사기꾼(?)이시겠다’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진행 되었던 미팅이 끝난 다음에 바로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보통 이렇게 미팅이 끝나고 바로 액션을 취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 혼자 먼저 생각을 좀 정리해보고, 그리고 또 매주 월요일에 진행하는 저희 내부 주간회의에 내용을 공유하고 피드백도 받고 하는데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느낌이 확 왔습니다. 그래서 임대표님께서 ‘쉐도우컴퍼니’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셨던 몇 개의 퍼블리셔들의 지인분들께 바로 전화를 돌렸습니다. 반응은 한결같이 ‘실무진들의 피드백이 상당히 좋다’였습니다. 경영진도 아닌 실무진의 피드백이 좋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였습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저와 함께 그동안 게임투자를 함께 하셨던 임원 방에 갔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제가 오늘 만난 게임회사인데 심상치가 않습니다. 혹시 내일 시간 되시나요?” 그렇게 해서 첫 미팅을 한 바로 다음날 임원분을 모시고 두빅을 찾아갔습니다. 함께 가셨던 임원분께서도 임준혁 대표님의 내공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셨고 저희는 바로 투심을 잡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와 병행하여 게임업계에 있는 많은 지인분들께 두빅에 대해서, 임준혁 대표님에 대해서, 그리고 기존에 두빅에서 만들었던 ‘컴뱃암즈’에 대해서, 전 회사가 넥슨에 M&A가 되었던 과정과 그 이후에 대해서 많은 조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피드백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했지만, 종합적인 상황을 지켜볼 때 왜 그런 피드백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경우들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1) 2002년부터 ‘히트’, ‘컴뱃암즈’에 이어 ‘쉐도우컴퍼니’까지 FPS만 3개를 만든 팀이었고 ‘컴뱃암즈’는 성공을 한 게임이었다는 점 (2) 수 많은 FPS들이 있지만, 제가 보기엔 겉으로 FPS를 따라 만드는 것은 좀 쉬울 수도 있지만, 타격감/판정/레벨 디자인 등이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많은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 (3) 이번에 만든 ‘쉐도우컴퍼니’가 언리얼3로 만들어져서 그래픽과 게임성이 뛰어날뿐 아니라 꽤 낮은 사양에서도 돌 수 있도록 최적화 시키고 또 게임의 용량을 상당히 줄여서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투자포인트였습니다.

그리고는 회사 내 투심위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일사천리로 투심이 진행이 되어서 한달 만에 투자가 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벤처캐피탈들도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었기에 다소 경쟁적인 환경이었던 것것으로 인해 진행이 빨라지기도 했습니다. 많은 과정 끝에 결론적으로는 저희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저희의 좋은 파트너인 NHN인베스트먼트와 공동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온라인게임의 투자는 일반 벤처기업 투자와는 다소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상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또 특히 초기 단계일 때에는 딱히 검토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1) 개발팀 (2) 과거 성공의 경험 (3)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서 해당 게임만의 특별한 차별화 포인트 (4)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 (5) 어쩌면 가장 애매하지만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감’.

여기서 개발팀에 대해서 조금 부연을 하면 좋은 개발팀을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판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요 개발진이라고 하는 분들이라면 그 분이 일하셨던 곳에서 지인을 통해서 꼭 (1) 이력에 적으셨던 역할이 정말로 맞는지 (2) 그리고 그 때의 평가는 어땠는지를 물어봅니다. 사실 게임이 CBT도 훨씬 전인 상황이라면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일 수 있기 때문에 주요 개발진은 꼭 챙겨봅니다.

그리고 업계전문가들의 평가 관련해서는 공식/비공식적으로 검토를 한적이 있는 퍼블리셔들의 피드백을 듣는 편이기 때문에 게임개발사 입장에서는 퍼블리셔들에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퍼블리셔로부터 “그 팀은 볼 때마다 계속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줘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코멘트들이 사실 투자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이겠죠.

온라인게임 개발사들도 점차 양극화가 되면서 신생개발사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만큼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칠 수 있는 산업도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IT 업계 중에서 게임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산업도 별로 없고요.

대한민국 게임 업계 만세입니다! 모두들 화이팅! 🙂


글 : 임지훈
출처 : http://jimmyrim.tistory.com/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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