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알기 쉽게 진단하는 자사의 위기관리역량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과 체계를 나무 뿌리(Root)에 비유해 보자. 풍성한 가지들과 잎 그리고 꽃이 피기 위한 기반으로 서 뿌리(Root)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나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평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한 뿌리가 존재해야 하는 법. 강한 뿌리로 비유되는 기업위기관리역량 발휘에 있어 중심이 되는 지면 바로 밑에 위치하는 밑동이 ‘시스템’ 부위다.

이 부위는 지면과 맞닿아 있으면서 하부 뿌리의 중심이 된다. 이 시스템 부위 아래에서는 다시 굵은 뿌리 갈래인 R&R(Role & Responsibility) 또는 오너십(Ownership) 부위가 갈려 나가게 된다.

다수의 굵은 뿌리 R&R은 시스템에 접착되어 있으면서 시스템을 지지한다. 위기 발생시 가장 중요한 질문인 ‘누가?’에 대한 시스템적 답변을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라 소중하다.

이 각각의 R&R부분은 다시 그 하부 잔가지들을 친다. 이 잔가지들이 바로 ‘실행력’ 부분이다. R&R(굵은 뿌리)이 배분 명시되어 있더라도 평시 실행력(잔뿌리)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위기관리역량은 잔뿌리 없이 밑동과 굵은 몇 개의 뿌리로만 지탱되는 막 심은 가로수 모습 같아진다.

강한 밑동(시스템)과 그 아래 굵은 뿌리들(R&R), 그리고 그 각각의 뿌리 가지에서 갈려 나와 풍성해 진 잔가지들(실행력)이 기업위기관리역량를 지지하는 기본이다.

그 외에 실행력 잔가지에 붙어 있는 미세 뿌리들. 바로 운(Luck)이라는 기업위기관리역량 부위다. 사실 기업의 운(Luck)도 위기 관리 역량 중 하나다. 그러나 핵심이 되거나 그 홀로 존재하기는 현실상 힘든 부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흥미롭게도 아직 많은 CEO와 기업 내부 실무자들은 기본 밑동(시스템)/굵은 뿌리(R&R)에 대한 관심 보다는 아래 잔가지(실행력)에 대한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실행력이 곧 위기관리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실제로 일개 부서 (홍보팀, 법무팀, 마케팅팀, 영업팀…)의 단발적 실행력으로 위기관리를 해 왔던 이력들을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단편적 실행력들과 그 이력들이 기업내부에서 시스템적으로 수렴되거나 누적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행력을 갖추었던 직원이 바뀌면 다시 백지에서 위기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위험을 반복해 감수하는 거다.

시스템이나 R&R에 대한 조직의 투자 또한 실행력 제고에 대한 투자와 비교해 보면 형편 없어 보인다. 기업 위기관리에 대해 고민 하는 실무자들은 외부 강사를 초청해 ‘위기관리’ 강의를 앙청하고, 그 한 두 시간짜리 강의를 통해 자사 위기관리역량에 대한 일정 투자가 이루어 지고 있다 자위한다. 일부는 ‘위기관리를 위한 실행력’을 강의해 달라 강사에게 요구한다. 이 모든 시도들은 분명히 내부 뿌리에 대한 자극일 뿐, 그 역량을 대체하는 직접적 조력은 될 수 없다.

밑동과 굵은 뿌리들 구축에 대한 투자와 실행이 전제되지 않은 잔뿌리만의 양성은 문제 해결의 선후가 분명 바뀐 어프로치라 권장되지 않는다. 시스템과 R&R이 정해지지 않은 실행력은 무의미하고 실현 불가능하다. 더 심각하게 앞의 모든 부위가 미비한 채 운(luck)만을 기다리는 마음은 흡사 샤머니즘이나 기복신앙 같아 보인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게는 운 좋게도 시스템이라는 밑동이 본사로부터 부여 된다. 아주 좋은 종자 나무의 기본 뿌리 밑동이 한국에 옮겨 심겨지는 형상이다. 이들에게 그 다음 고민은 어떻게 그 부여된 밑동에서 큰 가지를 갈라 내는가 하는 부분이 된다. 한국 법인 내에서 실제 R&R을 배분해야 하는 것이다. 협업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단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R&R 배분과 협업에 대한 다이나믹스가 완성된 후에는 그 다음 단계인 ‘실행력’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그 다음에는 더 나아가 운(Luck)을 기다려도 된다.

기업에서 위기관리를 하는 실무자들은 한번 생각해 보라.

◦ 회사에서 위기관리란 어떤 업무인가?
◦ 위기관리를 위해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상호 공유된 프로세스와 합의된 조직들이 존재하는가?
◦ 세부적으로 어느 부서의 누가 어떤 문제나 이슈에 평소부터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는가?
◦ 그 조직과 사람들이 실제로 위기 시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답이 하나라도 부재하다면 하루 빨리 나무의 밑동을 점검하고 설계하는 것이 좋다. 굵은 뿌리들은 갈라 나누어 살아 움직이게 해야 한다.

◦ 그 각각의 조직과 사람들이 실제 당면한 이슈와 위기에 대해 충분한 대응 능력과 노하우들을 가지고 있는가?
◦ 내부와 외부에서 적절한 지원과 실행력 확보가 가능한 수준인가?
◦ 실제 시스템적으로 지시된 실행방안들을 그대로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앞의 모든 것들이 완성되고도 이 질문에 답변들이 궁하다면 그 때는 ‘실행력’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투자할 단계다.

아무리 바빠도 그리고 급해도 뿌리의 상하를 바꾸어 끼울 수 없다. 윗단 없이 아랫단으로만 나무를 지지할 순 없다.

우리 회사 나무의 밑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강한 밑동, 굵은 뿌리, 풍성한 잔가지와 미세한 운(Luck)들이 멋지게 널리 퍼져 있는 모습인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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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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