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동물의 왕국을 보며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 세계를 연상하곤 합니다. 다른 종과의 투쟁에서 살아남아야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릴 수 있으며, 같은 종 내에서도 우월한 유전자가 그렇지 못한 유전자를 누르고 승리하는 것이 종의 안녕을 보장하는 바람직한 일이라고도 여기죠. 경쟁은 좋은 것이고, 그래서 더욱 독려해야 할 가치로 높여 부르곤 합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경쟁과 투쟁으로 보이는 동물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경쟁보다는 협력의 양상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그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람들은 자연도태니, 적자생존이니, 이기적 유전자니 하는 개념에 너무 젖어서 본질을 외면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집합체를 형성한 아메바 중 약 20퍼센트 정도가 자발적으로 죽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왜 이렇게 집합체를 형성하는 걸까요? 왜 그 중 20%는 자발적인 죽음을 택하는 걸까요? 죽어버리면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가 사라지는데, 왜 다른 개체의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걸까요?
죽어버린 아메바들은 딱딱하게 굳어서 2밀리미터의 줄기를 형성하는데, 살아있는 아메바들이 이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옆을 지나가는 여러 곤충들의 몸에 붙을 수가 있습니다. 곤충들의 몸을 타고 먹이가 풍부한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죠. 죽어버린 아메바들은 동료 아메바들이 곤충이라는 기차를 타고 멀리 떠날 수 있도록 스스로 플랫폼이 되는 셈입니다. 놀라운 협력이 분명합니다.
아메바가 단세포 동물,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하등동물이라며 하대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거니 하겠지만, 그들은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들의 본능의 '원형'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시할 대상이 아닙니다. 골수 다윈주의자들(주로 비뚤어진 사회생물학자들)은 경쟁과 투쟁으로 아메바의 자기희생을 설명하려고 하지만,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느낌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사고의 틀을 제한하여 그 바깥으로 뛰쳐나가려는 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손가락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애초에 생명이 협력을 기반으로 진보해 왔음을 애써 무시합니다.
진화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세포 속의 소기관들은 원래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단세포생물이었는데 서로의 필요에 따라 하나의 세포 속에 들어와 살기로 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녀는 다세포생물이 생겨난 이유도 단세포 생물들 간의 전략적 제휴와 협력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원시세계에서 시아노박테리아는 자신을 포함한 거의 모든 박테리아에게 치명적인 폐기물인 산소를 방출할 수밖에 없었죠. 산소를 피하기 위해 어떤 박테리아들은 지하 속으로 숨어들어갔고 어떤 박테리아들은 진화를 통해 산소를 호흡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이 때 산소를 활용하는 호흡세균이 그러한 능력이 없는 세균 속으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가 된 것입니다. 이 같은 가설을 ‘공생론(共生論)’이라 하는데, 미토콘드리아 안에 존재하는 DNA와 세포핵에 있는 DNA의 염기서열이 동일하지 않다는 등 여러 가지 증거가 발견되고 있어 점차 정설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협력이 없었다면 고등동물도 없었습니다.
왜곡된 다윈주의는 신자유주의 경제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신자유주의는 기업의 경영방식을 경쟁과 적자생존이라는 틀 위에 세워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구성원 각자의 내면에서 동기를 불러 일으키기보다는 경쟁이라는 외적인 압박 수단(혹은 '당근과 채찍' 수단)이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발현시킬 것이라는 잘못된 철학으로 구성원을 관리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무언가 잘 안 돌아간다거나, 회사 성과가 나빠지면 외부경쟁을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구성원끼리의 내부경쟁 강화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경영자가 한 둘이 아닙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발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과학계의 일대 혁신이었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었죠. 물론 그의 업적은 뛰어나고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경쟁을 미화하고 오로지 경쟁과 생존만이 진보의 유일한 엔진임을 강조하는 고지식한 생각의 프레임으로 옥죄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여기에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된지 40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과학도서 중 베스트셀러로 건재한 것을 보면 그만큼 왜곡된 다윈주의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이 남아있고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사고의 틀을 얼마나 강하게 형성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도킨스가 스스로 '이기적 유전자는 사이언스 픽션으로 읽어야 한다.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했지만, 사람들은 그 책의 내용을 사실이고 유일한 관점을 여기는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경영은 인간이 하는 것이고 인간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원형이 경쟁과 협력 중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중용의 미덕을 아는 경영자들의 책무입니다. 경쟁은 양날의 칼입니다. 협력이 없는 경쟁은 그 칼날을 자기자신에게 향하게 만들 겁니다.
(*참고도서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
글 : 유정식
출처 : http://www.infuture.kr/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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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가 허구라고?
폴 크루그먼의 눈으로 세상 보기 2011/10/30 12:31본 포스팅은 '이기적 유전자'는 허구다의 트랙백입니다. 먼저 까도 책은 좀 읽고 까라는 말부터 하고 싶군요. 제목부터 오해하고 계시니 제목부터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제목은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누가 이기적이라고요? '유전자'가 이기적입니다. 각각의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가 이기적이라고요. 따라서 당연히 각각의 개체는 이타적이라고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죠. 더군다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이타적인 개체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개체의 이타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