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를 기리며…

스티브 잡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오후 5시쯤 오라클 오픈 월드 전시회장에서 데모를 정리하고 나오면서 들었다. 정말 놀랐고,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최근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었고, 그 때문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죽게 될 줄은 몰랐다. 2001년 9/11 사태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믿기지 않는다고 할까. CNN뉴스에서 온통 스티브 잡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서야 진짜임을 알았고,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갑자기 더 이상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택시를 타니 택시 기사도 그 이야기고, 기차를 타니 기차 안 사람들도 잡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 에디슨과 같이 기억될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사람과 동시대에, 그리고 가까운 공간에서 살았다는 것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다. 애플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기 전날, 직원 전체를 모아놓고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란다.

당신은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훗날 당신의 아이들에게, 이 순간 당신이 애플의 일원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2007년에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사실 애플 제품을 소유해본 적이 없었다. 아이팟조차 사본 적이 없고, MP3 플레이어라면 아이리버를 써본 것이 다였다. 그 때까진 한국에서 애플 제품이 별로 대중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MBA 수업 시작한 후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이었는데, 교수가 애플 제품 쓰는 사람들 손 들어보라고 하니 70명 중 거의 60명이 손을 든 것을 보고 미국 사람들에게 애플 제품이 얼마나 깊숙히 들어가 있는가를 보고 처음 놀랐던 기억이 있다. 2008년, 인턴십을 시작했는데 회사에서 맥북을 주길래 처음 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던 컴퓨터였지만, 몇 달 쓰고 난 후부터는 완전히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제 다시는 윈도우즈로 돌아갈 수 없다. 한국 인터넷 뱅킹 때문에 억지스레 윈도우즈를 써야 할 때가 있었지만, 아이폰에서 뱅킹을 시작하면서 이제 그마저도 필요 없게 되었다 (여전히 공인인증서 갱신하려면 구닥다리 윈도우즈 PC를 켜야 하긴 하지만).

트위터에선 오늘 오후 내내 잡스 이야기다. 조선 비즈는 이 마당에 삼성의 반사이익 이야기를 꺼내 사람들에게 크게 욕을 먹었다 (정말로 한심한 일이다). 잡스와의 추억을 기리는 월트 모스버그의 일화와,  Wired 첫 페이지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오바마 대통령,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 등의 추모사를 보면서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영웅이었던가를 깨달으며 또 찡해졌는데, 무엇보다 내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은 결국 그 자신의 말이었다. All Things D에서 잘 정리해 놓았는데, 여기 몇 가지 번역해 본다.


사람들에게 나이스하게 대하는 것이 내 직업이 아닙니다. 그들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것이 나의 직업입니다.

사람들은 포커스란 집중해야 하는 것들에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수백개의 좋은 아이디어에 ‘노’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주의 깊게 골라야 합니다.

디자인이란 재미있는 말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의미합니다. 무언가를 아주 잘 디자인하려면,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묘지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는 것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우리가 뭔가 멋진 일을 해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에게 중요합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만족하는 길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멋지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아직 못찾았으면 계속 찾으십시오. 찾고 나면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때까지 멈추지 마십시오.

17살 때,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매일 매일 그 날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 당신이 옳은 날이 올 것이다.” 그 후, 지난 33년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고 하는 이런 일들을 할 것인가? 만약 며칠 동안 그 대답이 ‘노’이면 나는 뭔가 바꿔야 함을 알았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기 위해 인생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과 함께 살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만한 용기를 가지십시오. 다른 모든 것은 이차적입니다.

내가 곧 죽을 것임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도구입니다. 왜냐하면, 외부의 기대, 프라이드, 부끄러움, 실패 등은 죽음 앞에서 모두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당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무언가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덫에 빠지지 않습니다. 이미 당신은 벌거벗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인생을 아주 짧은 비디오로 멋지게 편집한 영상이 Wired에 있다.

그는, 40년이 채 되기 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시가 총액이 높은 회사가 된 Apple의 위대한 역사와 함께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 의해 1976년에 팔로 알토에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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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하게 멋진 그림 (via @gjack)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늘의 애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애플은, 비져너리이자 창조적인 천재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정말 놀라운 한 인간을 잃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아 스티브와 함께 일했던 우리는, 친구이자 멘토인 사람을 잃었습니다. 스티브는 오직 그만이 만들 수 있었던 회사를 남기고 갑니다. 그리고 그의 정신은 영원히 애플의 근간이 될 것입니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1/10/05/steve-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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