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프라가 되다

개인화의 극단이라는 것은 곧 개인의 다양성과 맥을 같이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게 되고 나에게는 없는 것을 가진 사람들을 들여다보게 되고, 반대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가 그 어느때보다도 커진다. SNS의 탄생은 그저 우연히 생겨난게 아니다. 기존의 우리가 사회적으로 맺고 있는 물리적 인간관계, 각종 메신저 서비스들, 그리고 싸이월드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들은 점대 점(1:1) 연결이었다. 즉 나와 닿아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기본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나와 유사한 생각이나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 닿아있지 않은 사람들과도 연결되고 싶어하게 되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본질은 닿아있지 않은 사람들과도 닿을 수 있는 점대 면(1:N)의 연결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완전히 인프라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되었다. 인터넷은 이제 더 이상 가상의 세상이 아니다. 현실 자체가 완전히 가상 세계와 통합되고 있다. 산업의 모든 서비스/제품들은 그 자체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네트워킹이란 개념을 빼 놓고서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상세계를 통해 서로를 연결할 수 있다. 속도가 느려서 인터넷을 못하겠다, 업무를 못하겠다라는 이야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스마트폰의 핵심은 현실세계와 디지털세계를 끊김없이 이어주는 매개체다.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개인은 그것이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고 믿는다. 디지털은 손끝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원할 때 디지털 세상에 접속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 세상 자체가 디지털과 완전히 융합되어 현실 세계에 디지털이 입혀진 형태를 띌 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의 모습이 현실에도 그대로 동기화되었다. 자신의 삶은 완전히 SNS를 통해 연결되고 있다. 삶이 그대로 기록되고 즉시 공유되는 ‘라이프 로그’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펼쳐질 새로운 소통의 세계의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들간의 소통 비용은 계속해서 급감하고 있고 사람들은 언제나 필요에 따라 그 누구라도 쉽게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상 개인이 가장 자유롭게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세상,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조직이나 그룹에 속해 있는 형태가 아닌 전 인류가 나 자신에게 연결되어 있는 세상. 그것이 지금의 세상의 모습이다.  이른바 김재연씨가 그의 책에서 말한대로 ‘소셜웹의 시대’가 되었다.

즉, 기술은 그 자체로 ‘인프라’가 되었다. 전기 없이 현재의 이 세상은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듯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고, 이내 스마트 기기 역시 그런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그 증거가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 서비스의 종류가 무엇인지, 스마트 기기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메세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상대가 갤럭시S를 가지고 있는지 옵티머스인지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지 신경이나 쓰겠는가. 어떤 스마트 기기를 구입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는 이유는 제품의 속도를 포함한 스펙이 전혀 아니다. 그것이 자신의 인프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다. 안드로이드 기기를 살것인지 아이OS 기기를 살것인지는 ‘앱’이 충분히 제공되느냐이며 앱의 수준이 ‘충분하냐’이다. 그리고 그러한 앱이 어느 기기에서나 충분히 제공되는 환경에서는 그것 역시 구입의 요소로서 차별화 우위를 가지기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진짜 소비자가 부여하는 가치는 이러한 인프라 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IT회사나 서비스회사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술이 인프라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는 회사다. 사람들은 그 위에서 무엇을 할까? 사람들은 어떻게 연결되기를 바랄까. 사람들이 연결된 상태에서는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새로운 시대의 성공의 열쇠다. 애플의 아이패드 광고를 보면 그들의 제품을 인프라 전략으로 가져가고 있음을 여실히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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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믿습니다.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더 빠르고, 더 얇고, 더 가볍다는 것. 모두 좋지만, 기술이 한 발 물러나 있을 때 모든게 더 즐거워지고 비로소 놀라워지는 것이라고. 그것이 곧 진보이고,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바로 이런 것처럼

– 아이패드2 TV 광고 <We Believe>

여기서 기술이 한발 물러선다는 의미가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그 위에서 사람들을 더 즐거워지고 더 놀랍게 만들어주겠다는 전략을 깔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실현해 주기 위한 앱들을 보여주며 바로 이런 것을 담는 그릇이 바로 우리다를 내세운다. 이 광고를 본 많은 사람들이 ‘소름 돋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변화한 지금 시대 소비자의 욕구의 핵심을 찔렀기 때문이다. 마크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소셜네트워킹서비스가 아니라 소셜유틸리티서비스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제는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 ‘멍석’ 즉,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어떤가.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적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나 자신은 물론 우리 조직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진열을 정비하고 있는가.


글 : 송인혁
출처 : http://everythingisbetweenus.com/wp/?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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