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

얼마전에 Startup Genome Project에서 발표한 보고서 – 다양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창업가, 투자자, 학자 등) 8개월 동안 3,2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을 여러각도에서 분석한 내용 – 에 의하면 스타트업의 성공 또는 실패 뒤에는 수백가지 이유가 있지만서도, 그렇다고 3,200개의 스타트업이 3,200개의 각각 다른 성공/실패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이 중에서도 공통적인 패턴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발견은 바로 스타트업의 위치, 창업자의 나이, 성별 또는 과거 창업 경험 뭐 이런거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거와는 전혀 상관 관계가 없으며, 스타트업의 실패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는 ‘너무 이른 성장 (premature scaling)’이라고 한다. 너무 이른 성장에 대한 연구원들의 정의는 “비즈니스의 특정 부분에만 불균형적으로 돈과 자원을 투자해서 – 다른 부분에 비해서 – 이 부분만 너무 빨리 성장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조금 풀어 말하자면,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 고객획득에만 너무 많은 돈을 쓴다거나, 개발에만 너무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자금을 유치하는것이다 (이 보고서 제작에 참여했던 어떤 VC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건 마치 자동차에 로켓 엔진을 다는거와 같다고 한다).

위 괄호에서 언급한 자동차의 예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엑셀을 밟기전에 자동차의 내부부품들이 로켓엔진의 속도와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사전에 정비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fast-company/3987769426/
이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한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너무 이른 성장을 경험했다고 한다. 또한, 급성장하는 인터넷 스타트업 중 74%가 너무 이른 성장으로 인해서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그 뒤에 깔린 이론 또한 매우 재미있다. 스타트업들이 너무 빨리 성장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너무 많은 스타트업이 몇명의 early adopter들과 시장(market)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즉, 백만명의 early adopter들이 갑자기 우리 서비스를 사용했다고해서 우리 서비스가 실제로 어떤 시장을 찾았다는거는 아니니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보고서를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는 한 스타트업이 계속 생각났다. 바로 지난 주에 상장한 그루폰이다. 그루폰이야말로 너무 이른 성장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매일 생겨나는 짝뚱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 고객을 획득하는데 너무나 많은 비용을 쓰기 때문에 그만큼 회사 운영의 다른 분야에 (개발, 고객 서비스, 고객 분석 등) 돈과 자원을 투자하는데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서 말한대로 과연 그루폰은 실패할까?
-그루폰 IPO 개시가는 (2011.11.4.) $20이었는데, 첫날 거래는 성공적으로 $26.11에 마감했다. 오프닝 가격보다 31% 증가한 셈이지만, 거래 첫날 이후부터 주가는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루폰과 진입장벽에 대한 글 참고 


‘너무 이른 성장’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한다는 결과 외에 보고서의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들:



  • 실험정신의 중요성 : 비즈니스 모델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실험하는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실험은 몇번이나 해야할까?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것일까? 보고서에 의하면 한번 또는 두번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 이하 또는 그 이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는 실험을 하는 스타트업들은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 동업의 필요성 : 1인창조기업은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을 해도 2인창조기업보다 3.6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인창조기업’ 지원 정책은 역시 공무원들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반영하는 정책이다.

  • 경영과 공학의 조화 : 경영학도 위주 또는 공학도 위주의 극단적인 구성보다는 경영학도 한명과 공학도 한명으로 구성된 창업팀이 30%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2.9배 더 빠르게 성장한다.

  • 창업가의 비현실적인 긍정주의 : 대부분의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장에서 입증받는데는 창업가들이 생각하는거보다 2~3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또한, 아직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은 target 시장의 크기를 실제 크기보다 100배 이상으로 생각한다 (절대 공감!)

*52장짜리의 full 보고서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을 읽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다운받으면 됨


참고:
– “Startup Genome Report Extra on Premature Scaling”
– Forbes 2011.09.02 “#1 Cause of Startup Death? Premature Scaling” by Nathan Furr


글 : 배기홍
출처 : http://www.baenefit.com/2011/11/premature-scaling.html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