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든 사람이든 나이 먹은 게 장땡은 아니다

NASA는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위기를 몇 번 겪는다. 그리고 어떤 위기는 실제로 대형 참사가 되었고 어떤 위기는 위기관리 사례의 모범이 되었다. 같은 조직에서 발생한 위기인데, 어떤 것은 비참한 역사적 순간이 어떤 것은 훌륭한 인류의 행동으로 기억된 것일까?
 
비참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된 것으로는 2003년 컬럼비아 호가 대기에 진입하다가 폭발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사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조치를 취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말하자면 사건의 원인을 발견하고 나서 16일이나 지난 뒤 일이 일어났다. 컬럼비아 호가 발사될 때 떨어져나간 단열재가 날개를 파손했고, 그 사실을 발견한 엔지니어들이 상사에게 보고했지만, 그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날려 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반해서 훌륭한 인류의 행동으로 기록된 사건은, 영화화해서 널리 알려진 아폴로 13호 사례다. 지구를 떠나 달로 가던 아폴로 13호에 문제가 생겼다. 급격하게 산소가 줄어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폴로 호에 탄 승무원들은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 즉시 휴스톤은 우주 비행사를 착륙선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하고, 그 덕분에 확보한 며칠동안 아폴로 13호를 무사하게 귀환할 계획을 마련해서 성공한다.
 
같은 조직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대응방법과 그 결과가 사뭇 다르다. 왜 그럴까? 창업국가,란 책에서는 이 두 사건을 ‘NASA의 탐험적인 아폴로 문화가 경직된 컬럼비아 문화’로 바뀐 결과라고 정리하고 있다. 아폴로 시대 나사는 마치 벤처와 같았다. 정해진 프로세스가 있었지만, 프로세스를 추종하는 것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게 중요했다. 따라서 아폴로 13호처럼 예상 밖의 터진 사고도 일종의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그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상당히 적합한 문화였다.
 
하지만 컬럼비아 호를 발사하는 것은 일상의 일이 되어버렸다.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효율적으로 우주선을 발사하고 다음 번 우주선을 발사하는 일이 된 셈이다. 따라서 창의적인 결과를 내는 것보다 프로세스를 준수해서 정해진 비용과 일정으로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해졌다. 아폴로 시대보다 당연히 관료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사업을 시작하면 틀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어설프다. 하지만 어설픈만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에서 만드는 서비스나 제품이 특정 고객 층에 어필하기 시작하면 효율화를 달성하려고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든다. 이렇게 구축된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돈을 벌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익과 매출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일 수도, 아니면 자사의 서비스와 제품을 대체하는 더 좋은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환경은 변하는데, 회사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는 예전 환경에 맞춰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으로 기업이 겪는 변화를 S곡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처음엔 발전이 더디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다시 정체기를 맞는 모양이기 때문에 S곡선이라고 한다. 흔히 하나의 성공, 즉 하나의 S곡선에 안주하지 말고 정체기에 왔을 때 또 다른 S곡선을 만들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쉽나? 쉽지 않다. 마차만 만들던 사람들은 자동차를 생각할 수 없고, 피처폰만 만들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생각해 내기란 쉽지 않다. 아니 단언하건데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정체된 조직이 자기혁신으로 변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가해진 변화 때문에, 정체기에 어쩔 수 없이 변화를 택한다. 이것의 최근 사례가 휴대폰 업체의 변화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고집 쎄지고 잘 변하지 않는다. 왜냐면, 긴 세월을 살았기에 자신만의 성공공식이 있고, 그렇게 살아서 나름 잘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영원할 것 같은 우주도 10의 100승 년이 지나면 빛 밖에 남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빅뱅 이후로 우주라는 세계 속에 있는 만물이 모두 변했다. 하지만 잘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심지어 고정되어 있는 것 같은 게 있다. 바로 사람의 인식이다. 생존이 중요한 시대에 자기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생존 수단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그렇다면 변하는 세계에 민감한 촉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촉수는 결국 유연한 사고다. 그럴려면 기업이든 사람이든 나이를 먹을수록 겸손하고 변화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Geologic Clock with events and periods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444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