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포터가 제안하는 기업의 역할, CSV(공유가치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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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iese/2448955476/

마이클 포터 교수가 한국을 찾아왔다. 그가 마크 크레이머와 함께 주창하는 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 이하 CSV)에 대해서 동아비즈니스 포럼에서 1시간 30분에 걸친 발제와 함께, 서울대학교 조동성 교수님의 사회로 참여자들과 2시간 가량 Q&A를 가지기도 했다.

(뉴스를 보니 박근혜 대표도 만나고 갔다고 하는데, 이는 아마도 최근에 경영자 출신이자 MBA인 안철수 교수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행보인듯.)

CSV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대략 아래 참고 자료 링크에 가면 무료로 볼 수 있다.

CSV 관련 동아비즈니스 리뷰 자료: http://www.dongaforum.com/DBRCore/DBR_Lecture/

마이클 포터의 CSV 강연 유튜브 자료:

CSV 의 출현 배경

과거에는 “Good for business = Good for society” 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즉, 기업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결국에 그 기업의 부(wealth)가 종업원에게 주는 월급, 국가에 내는 세금, 배당을 통한 주주가치, 혹은 사회기여/기부 등을 통해서 사회에도 결국에는 우리 사회에도 전반적으로 좋은 일로 실현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90년대 이전까지 국가의 성장이 대부분 대기업에 의해서 주도되었고, 대기업들은 최소한 고용을 증대하고, 투자를 계속하는 방향으로 국가에 기여했고, 물론 많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써 국가에 대한 책임도 어느정도 충실하게 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이 언제부터인가 깨지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부의 증대와 사회 전체의 부의 증대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듯 했다. 특히 Occupy Wall Street과 같이 1%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부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 99%가 들고 일어나는 일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Investment Banking, Hedge Fund 등, 그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극소수이지만, 공장 몇백개에 해당하는 부를 창출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한두개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GDP의 많은 %를 차지하게 되면서 우리의 믿음에 의문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이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생산시설은 중국에, 하드웨어 공급업체는 한국과 일본에,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은 인도 등지에 분산시켜서 사실 “미국회사” 라는 말이 무색한 Global Operation 을 실현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미디어의 발달로 이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명확하게, 그리고 빠른 시간에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visibility 가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극명한 변화는 아마도 많은 이슈들의 중심에 기업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환경오염, 부패, 빈부격차, 개발도상국의 빈곤 등에 대해서 기업이 그 원인(cause)인 경우가 더 많아짐에 따라서 사람들은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Philanthropy, CSR, 그리고 이익공유제

과거에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바로 “기부”였다. 20세기 초에 카네기, 록펠러로 시작된 미국 기업인들의 기부문화는 21세기에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시대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들은 평생 축적한 부의 일부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중에서 자신이 생각할 때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 즉, 사람들에게 다 돌아갈만큼 충분한 금액이 우리에게는 없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은 sustainable (지속가능) 하지가 않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은 기업이 사회에서 떨어져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으로서, 기업이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아서 성장한 만큼 사회에도 돌려준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개념 역시 한계가 존재한다. CSR은 대부분 폐해(harm)을 줄이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고, 여전히 donation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이슈에 대해서 모두 대응하기 힘들고, 계속적으로 ‘기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sustainable 하지 못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대해서 포터 교수는 그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는 이익공유제는 결국 CSR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포터 교수에 대한 뉴스를 검색해 보면, 박근혜 대표와 나눈 대화가 박대표가 주장한 ‘성과공유제’에 대해서 한 것처럼 기술되어 있는데, 이는 포터교수의 주장을 완벽하게 왜곡한 기사이다. 포터 교수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절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사들은 빨리 수정되거나 내려져야 할 것이다.

잘못된 기사의 예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aid/2011/12/06/6471875.html?cloc=olink|article|default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565464

새로운 대안, 그리고 기업이 가야할 길 – CSV

CSV가 최근 몇년 동안 경영학계를 주도했던 주제 중에 하나인 CSR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CSV는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통해서 매출과 이익을 증대시키고, 사회의 문제를 기업의 경제적인 가치창출활동에 일체화(integrated)되어 있다는 점이다.

CSR 이 별도의 부서나 PR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서 CSV 는 전사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별도의 조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CSV는 자신의 비즈니스와 관련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 사회공헌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CSR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POSCO가 불우한 가정의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꼽자면, 사실 이러한 활동은 POSCO의 핵심역량이나 가치창조활동과는 전혀 무관하므로 CSV 라고 볼 수 없다.

그러면 어떤 것이 CSV의 예로 볼 수 있을까?

예컨대 미국의 홀푸드 마켓(The Whole Foods Market, 이하 홀푸드)의 경우에는 그 지역의 농부들의 농산물을 유통한다. 그리고 매장 내에서의 직원은 그 지역 커뮤니티의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고용하기도 하며, 그 수익을 지역사회에 다시 돌려준다. 이렇게 되면 홀푸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홀푸드를 이용할수록 자신이 무언가 ‘의미있는’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더 홀푸드를 이용하게 된다. 따라서 홀푸드는 따로 이익을 사회에 ‘기부’ 하지 않아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만으로 사회의 많은 이슈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예는 탐스 신발(Tom’s Shoes)이다. 한 켤레의 신발을 살 때마다, 한 켤레의 신발을 아르헨티나에서 신발이 없어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탐스 신발을 살때마다 좋은 일을 하는 셈이고, 사회를 위해서 기여하고 있다는 의식을 갖고 더 소비하게 된다. 결국 기업의 경영자는 자신의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사회의 공익을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CSV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긴 여정(journey)를 통해서 나타난 것이라는 것이 포터교수의 이야기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생겨난 것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나에게는 social enterprise 의 개념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으로서, 확실히 완벽하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CSV가 마주할 장벽들…

따라서 CSV가 아직까지는 널리 보급되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 패널 디스커션 시간에 유한킴벌리, POSCO 등에서 온 패널들이 많은 질문을 통해서 현실적인 한계에 대한 질문을 해 주었다.

예를들면 주주가치 극대화, 종업원에 대한 복지 향상 등에 대해서 먼저 니즈가 제기되는 것이다. 그냥 쉽게 말하면 ‘그럴 돈 있으면 배당을 늘리거나 종업원 복지에 더 신경써라’ 라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CSV 에 대한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투정일 뿐이다. 왜냐하면 CSV는 한정된 자원을 나눠갖는 것의 개념이 아니라 CSV를 도입함으로써 파이가 더 커지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오늘 세션에서 이렇게 CSV에 대한 개념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 기업의 실무자들은 계속적으로 CSR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비슷한 질문들을 계속했다.

이러한 포럼의 현실을 보면서 나는 CSV라는 개념이 결국 현실에서 적용되는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모여서 몇시간씩 강의를 듣고, 패널 디스커션을 해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데, 저 바깥세상에 있는 많은 투자자들, 주주들, 종업원들을 설득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예를들면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Keep Korea Green, KKG)’ 캠페인은 전국민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캠페인이다. 나무를 원료로 하는 펄프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제지 산업에 있는 유한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활동일 수 있는데, 실제로 유한킴벌리 내에서는 KKG 캠페인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대해서 찬반논란이 엄청나게 있다는 것이다. 20년이 넘게 순수한 기부활동으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했는데, 굳이 이것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자칫 ‘마케팅 술수’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다.

나는 이렇게 기업에게 청렴결백한 자세를 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자세가 ‘fact’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기업이 그 business practice 자체에 좋은 의도와 목적을 담고 있다면, 설령 가격을 조금 높게 받고, 그 내용을 패키지나 광고에서 더 강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를 ‘속임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숙하지도, 혹은 ‘엄격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이런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CSV 를 현실에서 적용하려면 상당한 장벽에 부딪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CSV, 측정이 핵심이다

결국 이러한 논란을 모두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CSV를 기업의 영업활동에 접목시켰을 때에 매출 혹은 이익을 증대시키고, 그 효과가 기업과 사회에 모두 긍정적으로 실현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사실 실제로 홀푸드의 경우는 미국에서 과거 20년간 월마트보다 빨리 성장했고, 더 수익률이 높았다는 증거는 있다. 앞으로 이러한 사례들이 수없이 많이 필요하며, 지역별, 산업별, 시기별로 bias가 없이 일정하게 높은 퍼포먼스를 보인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실질적인 데이터가 있어야만 앞으로 주주와 종업원들을 모두 설득하면서 앞으로 우리 기업들에서도 널리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장애물은 ‘오너 경영’과 엉뚱한짓을 일삼는 ‘정부’

Q&A 시간에는 대부분의 논의가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에서의 CSV 실현으로 옮겨졌다.

포터가 지적한 한국에서의 CSV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나온 것 중에 하나는 사실은 ‘기업의 오너’였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소액주주의 권익보호 측면에서 한국은 굉장히 낙후되어 있으며, 그 이유가 소수의 ‘오너’들에 의해서 기업의 지배구조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몇몇오너들이 계속 자신들의 주머니에 돈을 쑤셔넣는데만 열중한다면, 아마도 CSV 실현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번째는 정부의 ‘엉뚱한’ 개입이다. (엉뚱하다는 표현은 내가 의역한 내용)

Q&A 시간에 이익공유제 및 대기업의 두부, 고추장 등 일부 산업영역에 대한 영업제한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이 나왔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이러한 활동은 절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sustainable하지도 않다고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기업의 이익창출에 대한 모티베이션과 그 활동이 사회의 문제해결에 연결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정부의 규제는 전혀 win-win이 아니라, win-lose라고 했다. 나는 이 말에 100% 공감한다.

포터 교수는 차라리 정부에 납품하는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에게 혜택을 준다든지, bureaucracy에 의해서 발생하는 과정상의 처리 비용등을 면제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중소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편이 낫다고 꼬집었다.

CSV, 미래는 미래다

개인적으로 이번 포럼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쉬는 시간마다

“도대체 CSR이랑 뭐가 다른거야?”
“Societal Enterprise 개념이랑도 비슷한데?”

라고 많이들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물론 비슷한 개념이 있고, overlap이 있다는 점은 마이클 포터 교수도 인정을 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CSV의 개념으로 인해서 굉장히 고무(inspire)되었다. (아마도 이 포스팅의 길이만 봐도 이미 눈치 채셨을 듯).

사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인들이 존경받지 못하고, 재벌 2세, 3세들만이 돈과 지위를 무기로한 “권위”를 유지하는데에는 우리 사회내의 이슈들에 대해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업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CSV 개념을 받아들이고, 조직의 혁신을 사회의 문제해결 방향과 일치시켜서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경영자, 기업인에 대한 인식은 물론, 기업 자체에 대한 인식도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있는 많은 문제들의 근원이 ‘정치’나 ‘역사’ 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사실 그 해결에는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많다.

이제부터는 기업 그리고 경영자들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라고 생각한다.

글 : mba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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