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까지 공유되는 세상, 당신은 뭘 내놓을 것인가

키워드로 미리 보는 2012년 – IT분야 ‘共有’


판단력까지 공유되는 세상, 당신은 뭘 내놓을 것인가

⊙ 정보결핍 시대엔 집대성 문화가 발달하지만, 정보과잉 시대엔 ‘큐레이션’이 떠오른다
⊙ 스마트폰, SNS, 클라우드로 정보와 물건은 물론 재능까지 공유한다
⊙ ‘무엇을 나눌지에 대한 고민’이 기기와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될 것

확실하다. 2012년은 무언가 ‘공유(共有)’하는 해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선택’이다. 누구와 협력하고 무엇을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택’이고 이 선택이 서로에게 ‘공유’되는 세상이 바로 인터넷과 정보통신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전에는 이 선택이 너무 힘들었지만, 이 복잡한 선택을 도와주는 기기와 기술, 그리고 서비스들이 넘쳐나고 있다.

어쩌면 2011년까지는 ‘혼돈’과 ‘혼란’의 시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선택’이란 말이 매우 강렬한 느낌을 준다. 아니면 ‘선택’이란 것이 뭔가 주체적인 행동과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선택 직전까지의 불안함에서 안도감과 안정감으로 옮겨가는 순간을 상상해 볼 수 있겠다. 이런 상호 안정감이 바로 ‘공유’되어야 할 지점이다.

정보과잉의 시대

이 ‘공유’는 ‘큐레이션(curationㆍ방대한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구성ㆍ배포함)’이란 용어나 ‘협력적 소비’,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ㆍ일반 대중이 기업 내부 인력을 대체하는 현상)’, ‘집단지성’ 등의 새로운 조류의 근간이다. 바로 인간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사회적 이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함만으로 이야기하던 산업사회를 지나면서 “작은 것이 큰 것이다”(세스 고딘ㆍGodin)라고 말하는 초월적 동네 주민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2011년의 키워드를 단순하게 떠올려보면, ‘스마트 디바이스(smart device)’, ‘안드로이드(Android)’, ‘HTML5’, ‘소셜(social)’, ‘모바일(mobile)’, ‘클라우드(cloud)’, ‘N스크린(한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로 이용하는 서비스)’, ‘앱스토어(App Store)’, ‘미디어융합’, ‘빅 데이터(big data)’ 등이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사회적 행위’라는 인간의 오래된 습관 속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공유’라는 큰 틀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고 이 고민은 디바이스와 통신망, 그리고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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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정보를 찾고 쌓고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용하면 할수록 정보가 결핍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에게 필요한 것은 찾기 쉽지만 정작 지금 내게 필요한 ‘그것’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보가 결핍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로 정보를 모으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팔만대장경이나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같은 기록은 집대성 문화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쌓이고 정교하게 분류되어 다시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현재는 정보 과잉의 시대로 사람들이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정보가 쌓이기 시작해 무작위 데이터를 솎아 보는 단계다. 이런 이유로 관련된 것들을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검색’도 변화하고 있다.

맨 처음 사람들은 정보가 모여 있는 사이트(site)를 찾았다. ‘야후!(Yahoo!)’는 이 사이트를 사람들이 직접 분류하고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지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이후에 사람들은 구체적인 형태의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고 이 콘텐츠는 사이트를 구성하는 페이지 단위로 존재하고 있었다.

검색기술의 한계

이 정보는 다시 구글(Google)과 같은 ‘페이지 검색’을 통해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해 주는 기계적인 시스템에 의해 선별되기 시작했다. 웹 페이지는 기본적인 분류 체계를 가지기 시작했고 관련된 것을 찾아주기 위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인덱싱 작업을 해야 했다. 이 데이터의 중요도를 나열하기 시작한 것이 구글의 페이지 랭크 기술이었다.

그런데 지금, 검색은 우리가 필요한 그 정보를 찾아줄 수 있는가?

지금은 ‘빅 데이터의 시대’다. 이전처럼 페이지 하나가 정제되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잡담조차 하나의 페이지로 저장되어 인터넷에 떠다닌다. 검색은 지금까지 해오던 인덱스(index)와 관련성만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개인화, 시맨틱(semanticㆍ의미정보), 실시간, 지역, 주제, 소셜, 음성 등 다양한 분류로 검색하고 있지만, 기술만으로 검색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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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는 한계가 있다. 9ㆍ11 테러 직후 구글이 검색 결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세계무역센터 공식 홈페이지뿐이었다. 지금 사람들은 비행기와 충돌하여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검색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신뢰도를 측정하여 가장 관련성이 있는 것’인 공식 홈페이지였던 것이다. 결국 구글은 처음으로 구글 검색창 아래 실시간 뉴스를 볼 수 있는 언론사 링크를 연결해 놓았다. ‘사람의 손’이 개입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던 그들에게 ‘알고리즘’ 역시 사람이 구상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이것이 바로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판단력이다.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것은 기계도 알고 사람도 알고 있지만, 무엇이 더 ‘지금’ ‘너와 내게’ 필요한 것인지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사람밖에 없다.

네이버(Naver) 지식인에는 700만 개가 넘는 질문과 1억 개가 넘는 답변이 등록돼 있다. 트위터(Twitter)에는 하루에만 2억 개의 글이 저장된다. 페이스북(Facebook)에는 매일 2억5000만 장의 사진이 등록된다. 유튜브(YouTube)에 60일간 올라온 동영상 분량은 미국의 거대방송국들이 지난 60년간 제작한 영상보다 더 많다.

‘정보 속 정보’

미국 등에서 이미 빅데이터 시대에 검색의 기술적 한계를 경험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크게 발전하게 되었고 뒤이어 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정보의 ‘발견’이 주는 의미를 필터링해 줄 수 있는 생활 속 전문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의 판단력과 그들의 해석이 곧 ‘정보 속 정보’가 될 것이란 말이다. 이들을 우리는 콘텐츠 큐레이터라고 부르고 자신의 판단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터넷의 넘쳐나는 정보를 걸러주는 서비스를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한다.

정보통신 업계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소식’을 공유하고 자신의 판단력과 이해력을 지인과 ‘공유’하여 집단지성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나 남들로부터 인정받는 통찰력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소통형 전문가, 큐레이터가 새로운 조류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초월적 동네 주민’이란 개념은 인류가 일찍이 느끼지 못했던 시공간을 넘나드는 ‘동질감’의 표현이다. 획일화, 표준화의 의미가 아니라 ‘무언가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국 역시 기부 문화가 뿌리내리고 누군가가 나 대신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는 방관자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면서 ‘우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 것’이란 공동 소유의 개념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인류가 상호 노동력을 공유해 왔던 ‘품앗이’가 그랬고 ‘아나바다’라는 국난 극복의 구호도 사실상 ‘우리’라는 공동체의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통신업계와 무슨 상관일까? 협력적 소비란 정보 흐름의 속도가 빨라지고 정보의 확산성이 넓어지고 정보의 구체성이 높아지는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보는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가는 것인지 파악이 더욱 쉬워지고 있다. 따라서 정보는 범용성을 띠기보다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소유한 모든 것은 공유돼야 한다

‘우리’가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만들어지기 쉬워졌다는 말이다. 미국 집카(Zipcar)와 같은 서비스는 자동차를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만큼만 쓰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스왑트리(Swaptree)에서는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한다. 물물교환인데 지역적인 한계를 갖지 않을 뿐이다. 서로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실존인물’임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실명제 따위가 없어서 99% 신뢰하고 만족한 상태의 물건을 교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셜재능마켓 ‘오천원(5000won)’이나 미국의 파이버(Fiverr)의 경우 상호 재능을 사고판다. 가격은 거의 5000원 정도다. 사실상 ‘판매’라기보다 ‘기부’에 가깝지만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세상은 더 적은 물건을 더 많은 사람 누구나 필요한 시간만큼 소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개념이 ‘협력적 소비’다.

이 외에도 2012년에는 그동안 장애물로 남았던 ‘신뢰의 군집 형성’이 소셜네트워크로 인해 좀 더 편리해지고 광범위해지면서 ‘클라우드’라 이름 붙인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 또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대부분은 ‘데이터’와 ‘정보’, 그리고 지식과 시간 등 비물질적 자산의 공유까지 확대될 것이다. 또한 ‘클라우드 펀드’ 등은 자산을 공유하고 나누고 기부하는 움직임을 빠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2012년은 모든 정보통신 참여자로부터 엄청난 자투리 정보와 시간, 그리고 자산을 유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진행될 것이다.

2012년, 당신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글 : 그만
출처 : http://ringblog.net/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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