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두려워 하는 이유 : 밀린 숙제가 문제다

위기관리를 힘들게 하는 기업의 미디어관(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기업의 리더들이 가지는 미디어觀에 대한 이야기다. 왜 기업이 소셜미디어를 무시하거나 또는 두려워하는지 근본적인 이유가 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먼저 결론적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업 구성원들 대부분의 미디어관이 진화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은 소셜미디어를 혼돈(chaos)라 생각한다. 기업이 항상 이야기하는 주제가 바로 ‘환경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들 스스로 피부 깊숙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혼돈(chaos)를 느낀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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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intersectionconsulting/4465834448/
기업 오너, CEO 그리고 임원들의 생각을 한번 들여다보자.

그들이 대학에 들어와 미디어를 공부하거나 제대로 바라보았을 때는 70~80년대였다. 당시의 미디어와 미디어 환경에 대해 기억해 보자. 지금 그분들이 ‘생각하는’ 미디어와 그 당시의 미디어간에는 어떤 변화와 진화가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자.

1.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란 엘리트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보수적 오피니언 리더들이 소셜미디어를 배척하고 이 환경에 반감을 가지는 가장 큰 원인이 이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왈가왈부하는 일반인들이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대화들을 미디어 현상이라 조차 보지 않는다. 그냥 일반인들의 경박하고 수준 낮은 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기업 위기 시에도 이 ‘무매 한 사람들의 난장판(!)’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묻고는 한다.

2.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가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느리다 생각한다.

기업에 위기가 발생해도 신속함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이유다. ‘내일 아침까지만’ ‘오늘 중으로’하는 생각이 아직도 뿌리 깊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빛의 속도라 하는 소셜미디어 환경은 ‘오버’이며 ‘아직 까지는 무시해도 별반 문제 없을 듯 한’ 것처럼 느낀다. 일부는 절대 따라 갈 수 없으니 차라리 쿨 하게 포기하자 한다.

3.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란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라 생각한다.

아직도 배포, 전파의 도구로 미디어를 이해한다. 이런 부족한 진화 단계에서 소셜미디어는 당황스러운 대상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상상만 하던 소비자들이 실제 살아 움직이며 피드백을 해오고, 말을 걸어온다. 비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이 새로운 환경이 과연 미디어 환경인가에 대해서도 헷갈려 한다. 미디어와 광고에 대해 배울 70~80년대 당시만 해도 이런 혼돈은 상상하지 못했다. 가시적으로 혼돈이 다가오니 더욱 두렵다.

4.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있다 생각한다.

PR적인 환경에서 또 위기관리적인 관점에서 아직도 전통 미디어는 관계와 커넥션의 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얼마 전부터 위기 시 종이신문과 TV방송사를 일부 컨트롤 해 본 경험들이 겨우 생겨나기 시작했었다. 따라서 이런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그들에게는 새로운 자신감을 금새 버리기에는 너무 큰 미련이 남는다. 소셜미디어도 나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된다 하니 소셜미디어가 낯설고 싫다.

5.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이 상호간 소셜 할 수 있다는 것이 두렵다.

이전에 저 사람들은 우리 기업과 같이 전통 미디어의 오디언스였을 뿐이었더라 기억한다. 전통미디어 환경에서 오디언스간에 실시간으로 상호 소셜 할 수 있는 환경은 없었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은 그냥 일부의 것일 뿐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공유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 보지 않았다. 기업이 사람들의 소셜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들이 소셜 하는 것이 두려울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컨트롤 할 수 없는 환경은 무조건 두려운 법이다.

6. 그들은 아직도 미디어에 급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다운 미디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어떤 미디어는 미디어답고, 어떤 미디어는 미디어라 칭할 수도 없다고 급(level)을 정한다. 평소에도 종이신문 OO일보가 온라인의 루머보다 쎄고 훨씬 의미 있다 생각한다. 문제는 기업 위기 시 이런 자의적인 급수 정하기는 의미를 잃는다는 부분이다. 스스로 생각할 때 미디어라 볼 수 없는 미디어에 당하게(?) 되니 화만 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힘들어 진다.

7. 그들은 아직까지도 전통 미디어 조차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전통 미디어만 해도 그들에게는 상당히 낯설고 신기한 대상이었다. 기자들의 생활과 취재 프로세스가 어떤지, 기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기업들을 취재하는지, 그들의 취재기법은 무엇인지, 왜 기업이 미디어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한 생각들을 심각하게 해 본적이 별로 없다. 아직도 전통적인 미디어 개관에 대해 흥미로워 하는 많은 분들이 기업에 있다. 이전의 것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움은 낯설고 두려운 대상일 뿐이다.

8. 기업 또한 미처 진화하지 못했다.

일찍이 서구 기업들은 ‘미디어를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전제했었다. 따라서 스스로 투명해지고, 철학과 진정성을 가지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대하며 그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수 밖에는 없다 생각했다. 우리 스스로 제대로 하는 것이 위기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비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 조차 우리 기업들이 따라가기에는 너무 버거운 주문이었다. 이런 뒤쳐진 상황에서 새로운 쓰나미가 들이 닥쳤다. 밀린 숙제도 못 한 채 다른 더 큰 숙제를 떠 안았다. 좋을 리 없다.

빨리 기업이 새로운 미디어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들을 한다. 이런 주문이 통하려면 기존 또는 이전의 미디어 환경이라도 먼저 이해했었어야 했다. 아직 기업의 리더 대부분은 미디어觀에 있어 70~80년대 끝자락의 미디어 환경까지만 겨우 진화한 듯 보인다.

완벽하진 않아도 기업 구성원 전반이 지금의 미디어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20여 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에는 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정착해 있을 것이다.

왜 기업이 미디어 환경을 실시간으로 이해해야 하냐 물을 수도 있다. 기업들의 이런 기초적인 질문이 계속 되는 한 기업을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은 계속 고통스러워 할 것이고, 답답해 하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을 등질 것이다.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것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승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생존’하는 방법이라는 부분에도 밑줄을 그을 필요가 있겠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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