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은 예측시장인가?

2012년은 ‘선거의 해’이다. 한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예정되어 있고, 한국이 어쩔 수 없이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대선도 예정되어 있다.
 
선거와 관련하여 한국 주식 시장은 참으로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도 그랬듯이 현재 총선/대선 정국의 변화에 따라 특정 주식 종목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흔히들 이런 주식을 ‘정치테마주’라고 이름 붙이고 있고, 이런 종목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실적이나 향후 전망과는 상관 없이 오로지 그 주식이 어떤 정치인의 테마주인지에 따라 사고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 등장한 정치테마주는 안철수연구소(053800)이다. 아래는 그 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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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 주가 추이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듯,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는 안철수 원장이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9월 초에 반짝 상승하였다가 후보 단일화를 선언한 9월6일 정점을 찍은 후 다시 하락하였고, 박원순 시장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거일 무렵까지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이후, 정치권이 급격히 총선/대선 정국으로 들어서고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설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옴과 동시에 그의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면서, 주가는 다시 상승하였다. 4개월여의 기간동안 안철수연구소의 실적이나 전망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을 놓고 보면, 결국 이 회사의 주가는 안철수 원장의 인기, 혹은 영향력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주요 정치테마주인 EG(037370)의 주가 차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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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 주가 추이
EG는 소위 박근혜 테마주인데, 지난 해 12월 초,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이며, 박근혜 전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조기등판’할 것이라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급격히 상승하였다.

사실, 위 어느 회사의 주가가 특정 인물의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등락을 보인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이야기이다. 이것이 말이 되려면 특정 인물의 영향력이 회사의 성과에 영향을 미칠것이라는 강한 가정이 필요한데, 결국 이것은 정경유착과 특혜를 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가정이 한국 현실에서 맞는지 틀리는지는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정치테마주의 주가 추이가 특정 인물의 영향력을 제대로 반영하고는 있는 것일까. 그것도 당연히 아닌 것이, 주가는 회사의 성과에 당연히 연동되게 되어 있고 시장 내/외부의 요인에 따라서도 등락하기 때문이다. 실제 위의 차트에서도 보듯 정치테마주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세지가 나오자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치테마주의 주가는 여러 신호가 뒤섞여서 회사의 성과와도 관련이 없고, 특정 인물의 영향력과도 관련이 없는 그냥 무의미한 지표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철수연구소와 EG의 주가가 상승한다고 하여, 실제로 안철수 원장과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출마 및 당선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으로 해석한다던지 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하여 작년 봄학기에 수강하였던 Strategy & Organization이라는 수업에서 소개한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이라는 개념이 다시 떠올랐다.

Prediction markets are speculative markets created for the purpose of making predictions. The current market prices can then be interpreted as predictions of the probability of the event or the expected value of the parameter. – Wikipedia 발췌

예측시장은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을 가격화하여 특정 이벤트의 발생 확률을 예측하는 것인데, 실제로 미국에서 활발하게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Google, HP, BestBuy, GE 등의 기업에서는 주요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하는데 사내 예측시장을 활용하고 있으며, 실제로 정확도도 매우 높다고 한다.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측시장인 intrade.com에서는 주요 이벤트의 발생 유무를 기초 자산으로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이슈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에 대해서도 거래가 진행 중인데, ‘미트 롬니 후보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다’라는 이벤트의 현재 가격이 $7.8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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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롬니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다'라는 이벤트의 가격 추이
이는, 집단지성은 이 시점에 미트 롬니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을 78.4%로 예측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보다 자세한 가격 결정 메커니즘과 가격 해석은 How Intrade Works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이렇게, 충분히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본인의 이익극대화에 충실한 방향으로 거래에 참여한다면, 예측시장은 상당히 정확한 예측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도 이런 예측시장을 도입하면 어떨까?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될 것이다’ 등의 기초 자산을 거래하고, 이 자산의 현재가를 통해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참으로 흥미진진할 것 같은데 말이다. 또, 여론조사보다도 훨씬 정확한 지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PS. intrade.com에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재선될 것이다’라는 이벤트의 현재가는 $5.08 (50.8%) 이고, ‘미트 롬니가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는 이벤트의 현재가는 $4.21 (42.1%) 이다. 집당지성은 2012년 미국 대선을 상당히 박빙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오바마의 근소한 우세를 점치고 있다.

글 : M
출처 : http://mbablogger.net/?p=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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