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 원인규명 보다는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라

켈로그 MBA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Core (필수)과목들 이외에 두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만 한다.

Essential Tools for Becoming an Effective Leader
Values, Ethics & Strategic Crisis Management

첫번째 과목은 보통은 1학년이 시작될 때 처음 2주 동안에 듣게 되고, 두번째 과목은 2학년이 시작될 때 처음 1주일 동안에 듣게 된다. 사실 첫번째 과목은 Core course로 볼 수도 있지만, 리더십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배우기 위해서 특별히 시간을 배정해서 가르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두번째 과목은 core 과목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으면 졸업을 할 수 없는 과목이다.
 
그만큼 켈로그에서 crisis management 에 대해서 특별하게 신경을 좀 더 쓴다고 할 수 있다.

 
REPUTATION RULES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Amazon.com
이 과목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켈로그의 Daniel Diermeier 라는 교수가 쓴 Reputation Rules: Strategies for Building Your Company’s Most valuable Asset 이라는 책이다. 한마디로 기업의 명성(브랜드)가 너무도 중요한데, 위기가 닥친 순간에서 그 명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라는 주제에 관해서 배우는 것이다.
 
비록 1주일간의 수업이지만, 매일 3시간씩 배우기 때문에 매우 intensive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나는 지난학기에 북경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가는 바람에 나의 동기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이번 겨울학기에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Wieboldt Hall 에 가서 Part Time MBA 학생들과 함께 듣고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연달아서 9시간씩 수업을 듣다보니 매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담된다. 그렇지만 Part Time MBA 학생들도 만나고, 새로운 건물에서 수업을 듣다보니 좀 색다른 느낌도 있다.
 
(참고로 시카고 다운타운 건물이 에반스톤 건물보다 좋아서 약간 화났다. 거기서는 음료수와 공짜 음식도 굉장히 좋은것으로 많이 주기도 했다. 아마도 주말에 시간을 내서 힘들게 공부하는 part time MBA 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다)
 

위기는 기회? 경영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이 수업의 내용은 한마디로 말하면, ‘위기는 기회다’ 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순간에 경영자의 대처하는 전략에 따라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수업에서는 정말 많은 사례를 다루는데, 그 중에 이 블로글에서 소개를 했던 1994년의 인텔 펜티엄 케이스도 있다.

1994년, 인텔에서 생긴일: http://mbablogger.net/?p=1463

그 밖에도 기업이 위기의 순간에 잘못 대처함으로써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산가치가 상실된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BP가 맥시코만 기름유출로 인해서 상실한 시장가치가 P&G 전체의 가치와 같다는 사실은 과거 P&G 직원이었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나오는 것은 2005년에 있었던 Southwest Airline의 시카고 미드웨이 공항에서의 활주로 이탈 사건이다.
 
당시 사건에 대한 연합뉴스 기사이다.

美여객기 폭설속 활주로 이탈… 12명 사상(종합2보) 충돌 차량서 6세 어린이 사망, 2명 중태
 
(시카고=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 8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시카고 미드웨이 공항에서 폭설과 강풍 속에 착륙하던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펜스를 뚫고 퇴근 차량으로 붐비는 교차로에 진입, 2대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안에 타고 있던 6세 어린이가 숨졌으며 11명이 중경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병원측이 밝혔다. 특히 어른 1명과 어린이 1명이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볼티모어를 떠나 시카고 미드웨이에 착륙하던 사우스웨스트 항공 1248편 보잉 737기 여객기는 이날 오후 7시10분께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면서 공항의 남서쪽 코너 펜스를 뚫고 나가 55번가 부근의 교차로에 멈췄다. 비행기는 폭설 속에 착륙을 시도, 앞바퀴가 떨어져 나가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략)

 

한마디로 폭설 속에서 비행기가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이탈해서 공항 밖으로 나갔고, 그 과정에서 차와 충돌해서 6세 아이가 사망한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 당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CEO였던 Gary Kelly는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는데 주력하지 않았다. 그는 사고가 나자마자 바로 시카고로 날아갔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사망한 아이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기자들이 사건의 원인이 혹시 미드웨이 공항측에서 무리하게 착륙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고 묻거나, 미드웨이의 활주로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 등에서 질문했을 때, 오히려 미드웨이 공항측에 그러한 잘못을 떠넘기지 않고, ‘그런 원이이었더라면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야 했을 것’ 이라고 대처했다.
 
사실 시카고 미드웨이 공항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에게는 중요한 거래처였기 때문에, 이 순간에 6살 어린아이의 죽음을 그들에게 떠넘기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가 원인이 밝혀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행동을 개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Reputation Rule 책에서는 이러한 위기대처의 자세에 있어서 중요한 4가지 가치로서

  • 투명성 (transparency)
  • 전문성 (expertise)
  • 책임감 (commitment)
  • 공감 (empathy)

를 들고 있다.
 

위기에는 전문성 보다는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라
 
아마도 많은 한국의 경영자들은 ‘사건의 원인’에 집착하고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해서 더 신경을 많이 쓰실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CEO가 전면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사례처럼 CEO 가 미디어의 전면에 등장해서 죽은 사람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에 대해서 행여나 나중에 자신들에게 책임이 전가될까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판단이 맞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너무 CEO가 언론에서 이런저런 코멘트를 하다보면, 실언을 할 수도 있고, 그러한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보는 사람들이 감정적인 상태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시아계의 기업들에서는 위의 네가지 가치 중에서 투명성(transparency), 공감(empathy) 보다는 주로 전문성(expertise)를 강조한다.

‘우리가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책임소재를 면밀하게 조사, 검토 하는 중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적이 있는 말 같지 않은가? 이런 대사들이 바로 전문성에만 너무 촛점을 맞추고, 공감과 투명성, 그리고 CEO Level에서의 책임감이 부족한 표현의 전형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하는 또 다른 실수는 PR전문가나 이슈해결 전문가들에게 이런 문제의 처리를 맡기는 것이다. 이처럼 무책임해보이는 모습이 없음에도, 항상 ‘전문성’과 ‘책임소재’라는 것을 내세우길 좋아하는 “합리성”의 노예들이 저지르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 기업의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슬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껴앉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전문성의 확보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이 책에는 Johnson & Johnson의 타이레놀 리콜 케이스나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이슈, 벤츠의 A Class Moose Test 사례, BP의 기름유출 케이스, AIG의 금융위기에서의 과대한 보너스 지급 케이스 등을 비롯해서 굉장히 많은 사례들이 다뤄지고 있다. 혹시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맺음말
 
마지막으로 나는 요즘 들어서 empathy에 대한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고 느낀다. ‘소통의 부재’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요즘의 한국의 현실은 얼마나 우리 사회의 리더십 그룹이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서 무감각한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기업의 리더들도 마찬가지이다. 젊은 세대들이 아파하고 슬퍼하는 것에 대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말을 건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위기의 순간을 오히려 그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브랜드고 어쩌구를 다 떠나서, 남의 슬픔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은 사람으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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