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과 프로슈밍 사회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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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gansam.tistory.com

융합과 소통은 이제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가 되었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 학문,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과 소통의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갖가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소통이 목적 없는 단순한 교류가 아니듯이 융합 또한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을 무조건적으로 뒤섞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지금까지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에서 중요시 되던 가치와는 다르게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각자의 의미가 하나하나 부각되고 이를 통합적인 사고의 틀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융합과 소통의 본질이며, 프로슈밍(Prosuming) 소사이어티는 이러한 가치가 최대한 발현되는 사회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사회에서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융합의 초점

최근 몇 년간 융합과 통섭이 화두이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다 더 빨리 산업 및 학문의 장벽이 무너질 것이다. 본질의 가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게 되며, 사회는 공급자 중심의 밀어내는(Push)모델에서 수요자 중심의 끌어당기는(Pull)모델로 경제 시스템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밀어내는 모델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밀어내는 방식이다. 예측된 시장에 맞추어 대량으로 생산한 뒤에 마케팅을 통해 밀어붙이는 모델로 이 경우 리소스나 자원 활용 자체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돌아가게 되어 실질적으로 사회의 필요량 보다 더 많이 만들게 되어 있다. 이렇게 과잉생산과 비효율이 발생하는 모델이 지금까지 통용되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원활하지 않았고 수요자 중심의 모델이 작동하기에는 인프라가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급격히 팽장한 근래 들어서 이러한 모델은 자연스럽게 수요자 중심의 끌어당기는 모델로 변화하게 된다. 끌어당기는 모델은 수요자의 불총족 욕구가 있으면 그것을 채워달라고 수요자가 요구를 하게 되고, 이런 요구를 적시에 적량을 잘 맞춰줄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는 가격결정권도 수요자에게 넘어가게 되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여러 집단이 연결된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사람들을 통해 연결이 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흩어지고 연결된 구조를 분산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자본주의가 예전처럼 중앙집중적으로 되는 것이 아닌 ‘I-space’라는 나를 중심으로 한 공간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을 누가 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게 된다.

특정기업 한곳에서 만드는 것이 아닌, 여러 산업이 결합하여 최상의 통합적 경험을 선사하고, 비용은 낮추며 수요자와 공급자가 협업을 통해 수요자들도 재화의 생산과 소비에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일부의 이익을 공유하게 만들어내는 좋은 모델을 디자인하고 이를 끌고 나갈 수 있는지 여부가 미래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된다. 이러한 부분들이 앞으로의 미래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초점이다.

융합은 거꾸로 하는 것

모든 학문들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목표는 대개 하나이기 보다는 다수인 경우가 더 보편적이다. 일반적으로는 학문 자체적인 발전과 심화를 위한 목표와 그 학문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과 조직, 분야간의 관계의 발전과 확장과 관련한 목표가 있을 수 있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 분야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방법과 수단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만, 그 목표가 하나 이상일 경우에는 여러 학문간의 융합과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 대상은 IT기술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나 디자인일 수도 있으며 건축이나 도시도 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의 목표를 이루거나, 이를 위해 다양한 영역과의 소통과 융합을 시도하는 수단이 반드시 특정 학문의 학위를 따고 논문을 저술하는 것에 있는 것은 아니다. 융합은 거꾸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질적인 가치를 위해서 여러 가지 학문을 사용하는 것이지, 다른 학문의 개별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소통하고 융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는 학문들도 적극적으로 융합하고 통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과와 이과로 분리시켜 놓은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조금 극단적으로 본다면 대학도 학과 없이 가능하다면 몇 개의 통합학과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2011년 2학기 서울대에서 정보문화전공 과목으로 강의했던 ‘인터넷과 지식기술’이라는 과목의 경우, 필요한 이수 목록을 이수하게 되면 부전공처럼 주어지는 과정의 한 과목인데, 20명 내외의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함께 수강을 하였다. 이런 형태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함께 생각을 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융합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건축의 정의를 넓게 하라

그렇다면 건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 건축물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그 정의를 넓게 가져가야 한다. 인간은 결국 시공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공간을 어떻게 구축하고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를 고민하여 그 사회적 의미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제는 공간의 성격을 이야기 하는 데에, 자재나 구조만으로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공간과 함께 하는 시간의 감각도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가치는 시간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간, 음악, 조명 등의 조건에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다르다. 그런 경험은 기본적으로 시간으로 느끼게 되어있다.

병원 역시 서비스뿐 아니라 공간 자체로써의 기능이 치유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명지병원의 경우 맞춤형 조명과 음악, 아로마 등을 통해 해당 공간에서의 치유적인 기능을 높이고, 동시에 이를 개인화해서 기록하기 위하여 적절한 IT기술을 접목하며, 이런 전체적인 기획을 실질적인 공간 내에서 빛나게 해 주는 건축 디자인이 잘 만났을 때 해당되는 시공간이 기능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치유 효과를 얻게된다. 명지병원의 암통합치유센터는 NFC를 기반으로 환자 개인에게 맞춤화된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색상의 조명과 음악, 영상, 향기 등이 환자의 감성에 맞추어 변화한다.

원하는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

의학계에서도 헬스 2.0이라는 개념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가 함께 하는 방향으로 건강관리의 개념이 바뀌어 가고 있다. 환자들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또 직접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사가 기본적인 진료나 목숨에 직결되는 치료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환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가이드로서의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환자가 알아야 하고 본인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부분도 많아진다. 날이 갈수록 의료진과 환자가 같이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결정권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A에서 B로 변해가는 것은 갑자기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옵션을 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기회를 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건축에서도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 클라이언트가 뭔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이언트가 어딘가를 만들어 바꿀 수 있고, 기존과 연계할 수 있는 건축. 특정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아도 상업화된 부품을 통해 쉽게 바꿀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면 훨씬 가능성이 많아진다. 가구 같은 경우, 외국에서는 개인이 온라인으로 3D모델과 직접 치수를 넣으면 조립할 수 있게 깎아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경우에는 비슷한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 디자인을 팔거나 재 가공이 가능하도록 공유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이 마음대로 변형하고 공동으로 창조(co-create)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서, 같이 호흡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미래의 모습

앞으로 중앙집중적인 기능이 줄어들면서 국가의 역할은 점점 줄게 될 것이다. 커뮤니티/지역사회 별로 해당 지역이나 건물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먹을 것을 만들어 내면서 자급자족하는 지역끼리 서로 연결하고, 협력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갈 것이다.

인류 미래의 지향점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미래소년 코난”에서 보여준 두 가지 세상 중에서 첨단의 기술을 여전히 이용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인더스트리아”가 아닌, 자연과 함께 과거의 오래된 기술들이 중심이 되지만 밝고 희망적인 ‘하이하바’가 그 모델이 되어야 한다. 각자의 커뮤니티가 알아서 자급자족하고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외부에 대한 의존도는 낮으면서도 연결은 자유로우면 결국에는 양극화문제도 줄어들 것이다.

아프리카 등지의 지구 단위의 빈곤층에게 필요한 것도 이런 것이다. 풍력/태양광과 같은 신재생/분산에너지 생산기술, 조그만 지역에서도 필요한 식량을 길러낼 수 있는 농장, 그리고 이런 것들이 다양한 건물이나 지역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 에너지 효율과 통신 네트워크 등과 같은 전반적인 것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건물은 일종의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으면, 미래지향적인 뛰어난 공간이 탄생하지는 못할 것이다.

P.S. 간삼건축에서 행했던 강의를 G.style에서 정리해서 올린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일부 잘못 전달된 내용들에 대하여 제가 첨삭을 통해 다시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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