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른 아침에 밀크쉐이크를 많이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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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패스트 푸드 업체가 밀크쉐이크의 판매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밀크쉐이크 시장을 여러 개의 세그먼트로 나눈 다음, 각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고객들을 초청하여 어떤 밀크쉐이크를 좋아하는지를 묻는, 아주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고객들이 걸쭉한 것을 좋아하는지, 얼음이 많이 들어가서 차가운 것을 좋아하는지, 당도가 높은 것을 원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다시 말해, 고객들이 밀크쉐이크 자체의 어떤 특성을 좋아하는지를 올바로 캐내기만 하면 보다 여러 고객들에게 선택되는 밀크쉐이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밀크쉐이크의 판매는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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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어느 마케팅 연구자가 매장에서 밀크쉐이크 등 여러 제품이 판매되는 모습을 하루 종일 지켜보다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특이하게도 밀크쉐이크 판매의 40%가 아침에 발생했던 겁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출근을 서두르는 이른 아침에 말입니다. 게다가 밀크쉐이크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거의 매장에 혼자 들어와 주문했고, 매장에서 먹지 않은 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는 왜 하필 그 사람들이 밀크쉐이크를 이른 아침에 사가지고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밀크쉐이크를 구입하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사람들은 출근을 위해 먼 거리를 자동차로 달리는 동안, 지루함을 달래거나 아침식사를 대신하기 위해 손에 잡고 먹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운전에 방해되니 햄버거는 적당하지 않겠죠. 감자칩은 손에 기름이 묻어 자칫 입고 있던 정장을 더럽힐지 모르기 때문에 좋은 대안이 아닙니다. 바나나는 먹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기 때문에 출근시간의 지루함을 달래주지 못합니다. 커피는 너무 뜨거워서 운전하면서 먹기 어렵습니다.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는 아침에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건강에 좋다고 보기 어렵죠. 밀크쉐이크가 점심을 먹기 전까지 허기를 달래줄 만하고, 건강에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콜라보다는 낫습니다. 결국 그래서 자가용 승용차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마춤인 먹을거리로 밀크쉐이크가 선택된 것입니다.

그는 이 사실을 접하고 밀크쉐이크라는 제품 자체의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달았습니다.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상황과 맥락을 살펴야 문제의 진짜 해답을 얻을 수 있음을 배운 것이죠. 그래서 제품을 세그먼트로 나눌 것이 아니라,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세그먼트해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제품의 관점이 아니라, 고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죠.

그렇다면 이른 아침에는 출근을 서두르는 자가용 승용차 통근자들이 좋아할 만한 밀크쉐이크를 제공하것이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밀크쉐이크에 과일을 첨가한다든지, 밀크쉐이크가 쉽게 빨대를 통과하지 않도록 걸쭉하게 만들어서 자동차를 모는 내내 밀크쉐이크를 즐기게 한다든지 등을 생각할 수 있겠죠. 또한, 메뉴판에는 똑같이 밀크쉐이크라 씌여 있다 해도 아침에 파는 것과 한낮에 파는 것의 특성을 다르게 해야 할 겁니다. 한낮에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주부, 학생 등)이 밀크쉐이크의 주요 대상이니까 말입니다.

IT전문가인 클레이 셔키(Clay Shirky)는 자신의 저서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에서 시장조사 전문가인 제럴드 버스텔(Gerald Berstell)이 경험한 이 일화를 ‘밀크쉐이크 실수(Milkshake Mistake)’라는 말로 정리했습니다. 이 말은 버스텔처럼 실제로 어떤 고객들이 밀크쉐이크를 사가는지 관찰하지 않은 채 밀크쉐이크라는 제품 자체만을 개선하려 했던 다른 마케팅 전략가들을 비꼬는 말입니다.

또한, 상황과 맥락을 보지 않은 채 제품이라는 대상 자체에 조치를 취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오류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아지면 개인의 유약함에 혀를 차면서도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를 직시하지 않으려는 것, 청년실업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엄두가 나지 않거나 용기가 없어서 신입사원 임금을 깎는 식의 단기적이고 차별적인 해법을 실행하는 것 등이 밀크쉐이크 실수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략의 핵심과 문제의 해법은 어떤 대상보다도 그것을 둘러싼 상황에 있을 때가 더 많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전략을 수립하든 문제를 해결하든 간에 ‘밀크쉐이크 실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데, 괜히 애먼 제품에만 관심을 집중하거나 엉뚱한 사람만 잡고 있을지 모르니 말입니다. 대상보다는 맥락을 바라보는 자야말로 현자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현자입니까?

(*참고논문 : Finding the right job for your product )

글 : 유정식
출처 : http://www.infuture.kr/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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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소개

유정식

신간 '착각하는 CEO' 출간! 현 인퓨처컨설팅 대표. 시나리오 플래닝/경영전략/HR 컨설턴트. 경영서 9권(저서 6권, 역서 3권)의 저자. Top 100 블로거. 팟캐스트 운영. 당신의 전략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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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핑백: 행간을 노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