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관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라면, 최근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나 무섭게 변하고 있는 ICT 업계에 있다면, 실제로도 이런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보이기에 더욱 체감지수가 높을 것이고, 그에 비해 비교적 느린 전통적인 농업, 제조업, 서비스 산업에 있는 경영자들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위기 정도는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꽤나 성공적으로 생각했던 전통적인 관리와 인사시스템에 “혁신”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으려면 뭔가 굉장히 위험해 보인다. 아직 당장 죽을만큼 힘든 것도 아닌데, 나름대로 굴러가고 있는 경영방식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경영자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자꾸 “코닥”같은 세계 1위를 하던 회사가 갑자기 몰락한 이야기를 하면서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을 가진 기업들이 혁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요한 것은 혁신을 추진하면서도 기존의 틀을 과도하게 깨지 않는 관리의 마술을 부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에 의해 기존의 기업들이 결국 무너지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쉽지 않은 길을 성공적으로 간다면 그만큼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의 기전이다. 어떤 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중단하는 등의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가능한 최소한의 실수와 피해를 입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직의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정도이다.

일단 문제가 명확하게 정의가 되면 실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자세와 이를 위한 관리체계와 마음가짐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특히, 커다란 회사들의 경우 위험을 회피하고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와 대처에 대하여 주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혁신적이라고 말을 하는 구글과 같은 회사에게도 그들의 다양한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구글X에 대한 뉴스가 나왔을 때, 많은 주주들이 칭찬을 하기는 커녕 우려를 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한다. 그렇지만, 실수를 최소화하고 위험을 주로 관리하는 회사는 그만큼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나 변화의 중심에 있는 산업의 경우 이런 태도는 회사의 몰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최근의 모바일 패러다임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거에 비해 시장가치가 많이 하락하기도 하였다. 이에 최근 혁신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 결국 실패를 최소화하고, 비즈니스를 적절하게 컨트롤 함으로써 성장에 필요한 현금의 흐름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실험정신을 조직에 불러 일으켜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타날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핵심은 이런 완전히 다른 방향의 긴장관계의 균형을 적절하게 찾아내는 방법이다.

사실 여기에 정답은 존재하기 어렵지만, 경영학을 연구하는 석학들이 몇 가지 내놓은 답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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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hsm_brasil/3022343256/
“파괴적 혁신” 이론을 널리 전파시킨 하버드 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센(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스핀오프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는 단일한 조직에 상이한 2가지 관리시스템을 둔다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파괴적 성장이나 혁신의 가능성이 있는 조직을 스핀오프하여 이들이 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라고 조언한다. 스핀오프를 회사의 경량화나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쓰기보다, 가능성이 있는 혁신조직에 대하여 기업이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 활용하라는 것이다.

마이클 투시먼(Michael Tushman)과 찰스 오레일리(Charles O’Reilly)는 독특함을 간직한 조직의 연계(distinct but linked)를 해법으로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프레임과 시스템에 대하여 통찰력을 가지고 연결을 시킬 수 있는 우수한 경영자나 경영진들이 필요하다.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과 크리스 트림블(Chris Trimble)은 조직의 변화를 주지 않고 프로세스의 혁신을 강조하는데, 실패를 줄이기 위한 수행성능 엔진(performance engine)과 실험적인 시도를 촉진하기 위한 디스커버리 팀(discovery team)을 동시에 활용할 것을 이야기한다.

최근의 재미있는 이론으로는 클라크 길버트(Clark Gilbert)가 내놓은 모듈교환(modular exchange)이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와 새로운 비즈니스 사이에 모듈화를 한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이다. 배에서 선실 사이에 완벽한 격리를 위해 에어락(airlock)을 잠그는 방식으로, 혁신가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그 뒤에서 에어락을 잠근다. 그리고,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장비 등을 건네주되, 이들이 의도하지 않은 오염이 기존의 배에 일어나지 않도록 밀폐를 한다는 것이다. 실험이 시작된 이후에도 결과에 따라 이들이 모선에 귀환할 수 있는 오염제거 작업을 거쳐서 다시 합류가 가능하다.

각각의 이론마다 다양한 성공사례들이 있지만, 어느 것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기업의 리더들이라면 지나치게 위험을 회피하고 실수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뒤로 한발짝 물러서서 혁신적이고 실험을 좋아하는 인재들이 떠나고, 그런 인재들이 자라날 수 없는 문화를 조금이라도 제거하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Negotiating Innovation and Control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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