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보다 출신학교가 연봉에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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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IT회사에서 KY라고 불리는 가상의 컴퓨터 언어를 능숙하게 다를 줄 아는 프로그래머 1명을 채용하려고 합니다. 전산학과 학사 학위를 가진 두 명의 지원자가 서류를 제출했는데, 그들의 이력서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정보가 씌여 있습니다.

지원자 A : 최근 2년간 KY 프로그램 70개 작성,  대학교 평점 3.0 (5.0만점)
지원자 B : 최근 2년간 KY 프로그램 10개 작성,  대학교 평점 4.9 (5.0만점)

여러분이 지원자의 연봉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면, 그리고 서류에 적힌 이 정보만을 가지고 A와 B에게 적당한 연봉을 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마도 여러분 대부분은 지원자 A가 B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충원하려는 직무가 요구하는 조건이 KY언어를 능숙하게 다루느냐의 여부이기 때문이겠죠. 대학교 때의 평점이 얼마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 어제 올린 포스팅에서 소개한 크리스토퍼 흐시가 112명의 실험참가자에게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 사이에서 지원자 각각에게 얼마씩의 연봉을 줄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가자들은 지원자 A에게는 33,200 달러를 주겠다고 했으나 지원자 B에게는 31,200달러의 연봉을 주겠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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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원자 A와 B를 함께 놓고 평가하게 하지 않고, 지원자 각각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도록 하자 지급할 의향이 있는 연봉액이 뒤바뀌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원자 A의 연봉만을 가늠하도록 요청 받은 참가자들은 겨우 26,800달러를 주겠다고 했고, 지원자 B의 연봉만을 산정한 참가자들은 32,7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원자끼리 서로 비교하지 못하도록 하고 각각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도록 하자 지급할 의향이 있는 연봉 수준이 역전되고 만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흐시는 연봉에 대해 묻기 전에 참가자들에게 KY언어 프로그래밍 경력과 대학교 평점 중에서 무엇이 더 평가하기 쉬운 요소인지를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참가자들은 평점이 연봉을 결정하는 데에 더 쉽게 인지된다는 의견을 뚜렷하게 나타냈습니다. 평점은 0.0에서 5.0점 사이의 범위가 주어지는 반면, KY언어는 실체가 불문명한 프로그래밍 언어인데가 어느 범위의 경력이 적절한데 쉽게 인지되지 않기 때문이겠죠.

취할 수 있는 두 개의 대안을 따로 평가할 때 ‘선호’가 역전됐다는 이 실험의 결과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쉬운 척도에 가중치를 더 많이 부여하는 경향이 있음을 우리에게 일러줍니다. 두 가지의 평가 요소 중에 분명 KY언어가 더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여기서는 다른 지원자)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쉽게 인지되는 요소(여기서는 평점)를 더 중요시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물론 서로 비교하지 않고 모든 직원을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경우(한 사람의 평가자가 오직 한 사람의 피평가자를 평가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평가 요소를 가지고 모든 직원들을 완벽하게 비교 평가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평가는 두 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있죠. 상대적으로 중요한 평가 요소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중치를 가진 채 평가될 우려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특히 어떤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오직 1명이거나, 그 직무에 둘 이상이 존재해도 서로를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실험에서 나타난 ‘가중치 절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어제 올린 포스팅에서는 상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직원의 성과가 비록 절대적으로 볼 때 더 우수하더라도 자신의 역량 이상의 성과를 내는 직원의 성과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더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직원에게 결점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직원의 성과를 평가절하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오늘의 글은 직무 수행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머리 속에 ‘박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중치 절하’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이것 역시 객관적인 평가가 얼마나 요원하고 불가능한 일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평가하기 어려운 요소(실력, 경력, 잠재력 등)로 올바로 평가 받지 못한 채 평가가 쉬운 요소(출신 학교나 학점, 외모, 소문, 사적인 의견 등)에 의해 나쁘게 평가 받는 일, 여러분의 조직에는 과연 없습니까?

(*참고 논문)
The Evaluability Hypothesis: An Explanation for Preference Reversalsbetween Joint and Separate Evaluations of Alternatives


글 : 유정식
출처 : http://www.infuture.kr/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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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소개

유정식

신간 '착각하는 CEO' 출간! 현 인퓨처컨설팅 대표. 시나리오 플래닝/경영전략/HR 컨설턴트. 경영서 9권(저서 6권, 역서 3권)의 저자. Top 100 블로거. 팟캐스트 운영. 당신의 전략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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