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謹弔]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죽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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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dailypic/1459055735/sizes/z/in/photostream/
기업 커뮤니케이션(Corporate Communication)은 진지했었다. 공식적이었고, 전략에 근거하라는 주문으로 인해 따분하기까지 했다. 커뮤니케이션 관리(communication management)라는 절대적인 목적에 완전하게 정렬(align)되어야 제대로 된 기업 커뮤니케이션 실행으로 평가 받았었다.

많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와 결과물들이 경영전략적 리뷰, 법적인 리뷰와 사회적인 리뷰 그리고 마지막 단에 커뮤니케이션적 리뷰를 기해 내 외부에 릴리즈 되는 것이 당연했다. 스피드가 느리더라도 정확하고 안전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공식적이라고 했다. 대변인이라는 것이 있어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했다. 이들은 프로페셔널 하게 훈련 받고, 경영층과도 완전한 전략적 정렬(align)이 되어 있는 자들이어야 했다. 언론을 향해, 고객을 향해, NGO와 커뮤니티들을 향해, 정부를 향해, 직원들과 그의 가족들을 위해, 투자자들을 위해 언제나 공식적인 창구의 역할을 해야만 했고, 이에 대한 모든 활동들을 경영진들과 공유하고 평가 받았었다.

개인적으로 기업 커뮤니케이터는 기업 내부에서는 커뮤니케이터(순환자)로서, 기업과 외부 환경의 접점에서는 센서(감지자)로서, 기업 외부에 머무르면서는 모니터(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행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 만큼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은 진지했었다.

소셜미디어를 기업이 차입하고 난 이후부터 이런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원칙과 철학 그리고 실행들은 점점 죽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더 이상 진지하지 않아 보인다. 공식적이라 보기 힘든 메시지들이 넘쳐난다. 전략에 근거하기 보다는 감정에 기반한다는 느낌이 더 진하다. 커뮤니케이션 관리(communication management)보다는 관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management communication)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최고경영진의 전략이나 의사와는 정렬되기 보다 따로 분리되어 즐겁기만 해 보인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들과 결과물들이 내부적인 리뷰와 사전 사후 정렬(align)을 생략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소셜미디어의 메시지들을 접하면서 턱이 빠지도록 탄식 하는 경우들은 노쇠한 기업 커뮤니케이터들에게는 공통적인 경험이 되었다.

공식적이라 보려해도 기업 소셜미디어들은 도를 넘었다. 기업 원칙과 가이드라인은 그냥 서랍 속의 문서조각으로만 존재하고, 실행에 있어서는 아무런 방향과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해 보인다. 자신들 스스로 공식 창구라 아직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원칙이나 철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경영진들이 기업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실무자들을 방임할 뿐 통제하거나 관제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기업 경영진들이 기업 소셜미디어를 전통적 의미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인정하고 있는가 하는 것도 때때로 의문이다.

기업 소셜미디어를 ‘인간화’하라는 주문을 ‘개인화’하라는 것으로 잘 못 이해하고 철저하게 실무자 개인의 즐거운 창구로  활용하는 것. 즐겁게 멋지게 대화하는 것에 열중한 나머지 자신의 기업이 이슈에 휘말리고 위기에 빠졌을 때도 멋져 보이려고만 하는 것. 열심히 기업 소셜미디어를 개인화 해 운영하던 실무자가 다른 회사로 옮겨 나가버리면 해당 기업 소셜미디어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른 실무자에 의해 재개인화(?)되는 것. 일상적인 지저귐에는 전문가라고 자칭하면서도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이슈에 대해서는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조직적 한계를 안고 가는 것. 자사에게 대체 어떤 소셜미디어 채널이 각각 얼마나 몇 개나 어떻게 존재하며 운용되고 있는지를 모르는 책임자들이 일반적인 것. 이 모든 것들을 보면서 이 시대에 기업을 위한 진정한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죽어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을 수 없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업은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연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우리 기업들은 자사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본다. 관리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죽었으니 기업도 살아 있다 할 수 없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닐까?

P.S.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점을 중심으로 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셜미디어는 원래 개념상 이렇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런식의 반론들은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www.jameschung.kr/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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