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나의 iCEO –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통해 얻은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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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lestudio1/6079087033/
지난 수요일부터 봄방학이 시작되어서 작년부터 아껴두었던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었다. 에반스톤의 피츠커피(Peet’s Coffee)에 앉아서 40% 가량을, 잠자기 전에 침대에서 30% 가량을, 그리고 맥시코 여행을 가서 나머지 30% 가량을 읽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맥시코에서 책을 모두 읽고난 직후에 눈가에 눈물이 조금 맺힐만큼 감동적이었다.)

Connection

나는 애플을 좋아한다. 애플의 제품들과 그 제품들이 전해주는 디자인과 음악,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존경에 동의해 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때 APPLE IIc가 있었고, 그것으로 Basic을 열심히 배우던 학생이었다.지금도 애플 제품만 해도 여럿이 있다. 맥북프로, 아이팟 터치,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몇몇 악세서리까지 포함하면 꽤 많다.

이번에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애플에 대해서, 혹은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에 대해서 존경하는 마음을 책을 읽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이 갖게 되었다.

그는 이를테면 Ford 자동차의 핸리 포드, IBM의 토마스 왓슨과 왓슨 주니어, GE의 토마스 에디슨과 같이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기업인이다. 만약에 19세기 후반에 말을 타고 다니다가 포드 자동차를 타게 되면서 엄청난 운송수단의 혁신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포드에 대해서 경의를 표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회계처리가 힘들던 시절에서 IBM의 펀칭머신으로 혜택을 본 1930~40년대의 상인이라면 IBM이 가져다 준 혁신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혹은 에디슨이 전구와 전축을 만들던 시절에 태어나서 GE가 만들어낸 수많은 가전기기와 모터엔진의 위대함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에디슨을 최고의 기업가로 꼽을 수도 있다.

나처럼 70년대 후반에 태어나서 80년대 Basic, Potran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애플II를 가지고 놀다가 90년대 XT, AT, Pentium 을 경험했으며, 2000년대에는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애플의 제품에 매료된 사람에게는 스티브 잡스가 우리 시대의 영웅이자 선구자로 여겨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스티브 잡스는 자동차를 처음 상용화한 핸리 포드가 100년을 살아서 렉서스나 BMW까지 만들어서, 자신이 처음 생각한 기술이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는지’를 세상에 보여준 역할까지 한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짧은 시간에 기술 발달이 가속화 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던 스티브 잡스가 이토록 끊임없이 지난 30년간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니 사실은 반대로 내가 그의 영향력 아래에서 커 왔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만…

물론 이 책은 월터 아이작슨이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관찰적인 내용들을 많이 적다보니 잡스의 인간적인 면이 많이 드러났다. 따라서 내 주변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잡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아졌다던지, 아니면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그에 대해서 혐오하는 감정이 생겼다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의 이러한 인간적인 면이 잘 드러나서 더 좋았다. 그런 면도 없이 말끔한 성격으로 MBA졸업생 같이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커뮤니케이션만 하는 캐릭터가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라면 정말 싫을 것 같기 떄문이다. (비록 내가 MBA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첨언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진지하게 나의 커리어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했다.)

Learning

내가 잡스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세 가지는

  1. 디자인과 경험의 단순함과 직관성의 중요함
  2. 인류학과 기술의 교차점이라는 비전의 의미
  3. 끝없이 엔지니어나 크리에이티브의 능력을 시험하고 한계를 푸쉬하는 매니저의 중요성.

이었다.

누구나 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위에서 말한 것들이 정말 말로 하기는 쉽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속해서 일하는 때에는 더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더 어렵다. 마감시한이 있고, 예산의 제한이 있고, 상사 혹은 다른 부서와의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것들을 극복하거나 무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잡스는 운이 좋았던지 아니면 처음부터 초지일관했던 덕분에 그 주변의 변수들이 그의 의지에 굴복했던 것인지, 이러한 모든 것을 자기만의 세계에 녹여서 해결해 버렸다.

내가 느낀 또다른 중요한 한가지 교훈 중에 하나는 엔드 투 엔드 (end-to-end)라는 방식 덕분에 잡스의 많은 전략이 가능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안드로이드 vs. iOS의 싸움에서 안드로이드가 장기적으로는 우세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의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엔드 투 엔드의 가치에 대해서 더 큰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말미에 나오는 잡스가 직접 적었다는 글에 100% 동의한다. 많은 혁신적 기업들이 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가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 말이다. 기업이 혁신에 집중하지 않고, 세일즈와 마케팅, 그리고 관리에만 집중하는 순간 그 기업은 가치를 잃어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 기업이 애초에 비즈니스를 시작했던 그 목적의식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다 읽고 책을 덮은 후에도 수십분 동안 감동이 가시지 않아서 한참 동안 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내가 앞으로 남은 몇십년의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훌륭한 경영자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아마도 못 만날 것 같다고 생각해야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앞으로 살면서 실망하지 않고, 또 혹시 그런 사람이 또 나오더라도 예상 밖으로 더 기쁠테니까…

앞으로 내가 어떤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던지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꼭 기억할 것이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3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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