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스타트업처럼 살아라 – 링크드인 창업자의 실리콘밸리식 커리어계발론

링크드인 창업자의 실리콘밸리식 자기계발론

지난 2월 14일 실리콘밸리의 사업가이자 투자가인 리드 호프만(Reid Hoffman)
작가이자 기업가인 벤 카스노챠(Ben Casnocha)와 함께 실리콘밸리식 커리어계발론을 담은 책, <스타트업처럼
살아라>(Startup of You)를 출판했다.(책은 아직 국내에 번역, 소개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책 제목 번역 역시
필자가 임의로 한 것임을 알린다.)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을 커리어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은 시장에 이미 차고 넘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 끌린 이유는 호프만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리드 호프만, 조이 이토 촬영, CC BY-SA, 출처: http://www.fotopedia.com/items/flickr-3233822514)

간단히 살펴보아도, 그는
1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비즈니스용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인 링크드인(LinkedIn)의 창업자일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Facebook)과 소셜 게임 업체인 징가(Zynga)의 엔젤 투자자다. 또한, 그는 소위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
부르는 전자 결제 기업인 페이팔(Paypal)의 잘 나가는 설립 임원 중 한명이다. 따라서 이렇게 자기 업에 성공하고, 산업의
동향을 잘 아는 사람이 커리어 계발에 대해 쓴 책이라면, 평범하고 진부한 기존의 커리어 담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됐다.

스타트업처럼 살아라

평이한 필치로 쓰여진 책의 주장은 제목처럼 “스타트업처럼 살아라”는 것이다. 기술의 급변은 지속적 파괴적 혁신을 통해 기존 산업계의
빅뱅을 가져온다. 지구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세계화의 힘은 태평양 건너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혁신의 바람에서 이제 누구도 예외가
되지 못하게 만든다.(타국가에 비해 다소 늦긴 했지만 아이폰 강림이 가져온 현재 대한민국의 스마트 혁명이 좋은 예다.) 따라서
고정된 장기 전망의 효과가 무력해진 미래에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직장 역시 부재하다. 거인도 무너지는 상황에선 거대 조직에 입사 후
승진을 통해 출세의 계단을 올라가다가 연금받고 편안한 노후를 누릴 수 있던 기억은 추억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개인에게는
불안한 고용 전망에 대비한 새로운 커리어 전략을 요구한다. 

그 같은 관점에서, 호프만과 카스노챠가 제안하는 커리어
전략 대안은 스타트업 마인드다. 호프만은 20년 가까이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성공하는 지를
지켜봤고, 도왔고, 자신이 직접 그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또한, 링크드인의 경영자로서 다양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성공하는 지를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이 같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호프만은 이제 끓임없이 변화를
좇고, 자신의 열정과 강점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해야 하는 상황은 실리콘밸리나 다른 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다른
기업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그들의 커리어 대안은 기존 커리어 모델과 대비했을 때 더 명확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기존 커리어 계발 모델은 멀리 있는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내 안의 가치와 열정을 통해 상상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장기적, 중기적, 단기적 목표를 정한 후, 아무리 어려운 환경과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그것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는 것이다.
연일 쏟아져 나오는 시중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어느 한 꿈을 발견하게 됐고, 그 꿈을
발견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린 후, 착실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그 날이 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프만은 이런
커리어 계발 모델은 크게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본다.

기존 커리어 계발 모델에 대한 반론

첫째 오류는 내 커리어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끓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열정과 기술만으로 좋은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이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따라서 역동하는 시장 상황(market reality)을 간과하는 고지식한 커리어 계발론은 새로운
위험과 기회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블로거(Blogger)와 트위터(Twitter)를 만든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가 트위터를 만들기 전에 처음 벤처 캐피탈리스트를 찾아가 제안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팟캐스트(podcast)였다. 그러나 몇 가지 실험을 해본 후 에반은 이것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유연하게 당시 사이드로 하고 있던 트위터의 잠재력을 믿고, 도전했고 이것은 아다시피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이렇게 최선의 선택인 Plan A가 아니라 차선이라 여겼던 Plan B를 통해서 대박을 터뜨린 실리콘밸리의 성공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자신이 무엇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잘 하는 가를 생각하는 가는 언제나 중요하지만,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정확한 시장 상황의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때로는 Plan A가 아니라 Plan B가 더 가치있다는 것을 아는 기업,
사람만이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자신만 믿고,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을 주창하는 기존 커리어 모델은 이점을
놓치고 있다.

둘째 오류는 내 커리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라는 것이다. 호프만은 이것을 네트워크 지성(network intellgience)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간명하다.
커리어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새로운 커리어 기회에 내가 올라탈 수 있게 됐을 때다. 그러나 그것은 나 혼자의 힘으론 어렵다.
새로운 분야, 혹은 새로운 지위에 올라서려면, 그것에 도전할 수 있는 내 자신의 열정과 기술에 대해 적절한 지적과 조언을 해주고,
나아가 그러한 새로운 고용, 창업, 투자의 기회를 직간접으로 내게 제공해줄 인맥이 필요하다.

쉐릴 샌버그(Sheryl Sandberg)
사례를 생각해보자. 그녀는 하버드를 졸업한 촉망받은 경제학도로서 은사인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를 따라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보건 관련 프로젝트를 맡아 일하다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 이후 전략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1년 컨설턴트 생활을 거쳐 다시 래리 서머스를 따라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 재무부에서 경험을 쌓는다. 그 뒤,
샌버그는 구글(Google)에 입사하여, 구글의 온라인 세일즈와 운영을 총괄 지휘하면서 업계의 주목받는 인물이 됐고 현재는
IT업계의 태풍의 핵인 페이스북의 COO로 재직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샌버그가 워싱톤에서 실리콘밸리로 이동하는 극적인 커리어 결정이, 변화가 가능했던 까닭에는 그 과정의 배후에 당시 구글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있었던 점이 크다. 슈미트는 샌버그에게 구글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구글이 유망한 기업이며, 샌버그가
가진 민간기업에서 세상을 바꾼다는 이상과 경제학적 지식, 거대 조직의 운영 감각이란 자산을 충실히 사용할 수 있는 곳이란 것을
알려 줬다. 샌버그는 그렇게 슈미트를 통해서 구글로 이직하는 것이 합리적인 위험(intelligent risk)이란 판단의 근거를
갖게 됐고, 자신에게 새로운 커리어 상승의 기회를 열어준 이직을 결심할 수 있었다.

즉, 이 일화가 들려주는 기존
커리어 모델에 대한 반론은 이것이다. 커리어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와 협력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그러므로
진정 커리어를 발전시키고자 원한다면, 스스로의 지식과 능력이 출중한 것만으론 부족하다. 다양한 방면의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서 상호 신뢰를 구축했을 때,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내게 다가왔을 때 그것을 움켜쥘 수 있게 된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커리어 조언은 호프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한 것이기도 하다. 본래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인지과학으로 학부
교육을 마쳤고, 옥스포드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본래는 학계로 갈 생각이 있었지만, 그는 (적어도 호프만의 기준에서는)
교수란 고작 50~60명만 읽는 논문을 쓰는 사회적 위치라 생각해서 실망한다. 그는 더 광범위한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커리어를
원했고, 경영과 기술이 힘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래서 여러 주변 친구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그는 스탠포드에서 태어났고,
버클리에서 자랐으며, 역시 그 지역에서 대학을 다녔다.) 애플(Apple)에서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로
경력을 쌓게 됐다. 후지츠(Fujitsu)를 거쳐, 소셜넷닷컴(SocialNet.com)이란 온라인 데이팅 사업을 시작했고 그 후
계속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의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 오다 결국 링크드인 창업, 페이스북, 징가 투자, 페이팔 공동 설립 등과
같은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호프만은 적절하게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커리어 플랜을 A에서 B로 바꾸지 않았다면, 그리고 주변
인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하기 힘든 성공을 그는 스스로가 주장하는 커리어 전략의 실현을 통해 해낼 수 있었다.

스타트업처럼 살아라가 주는 세 가지 교훈

그럼, 결론적으로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세 가지로 정리해본다.

  • 그동안 상대적으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미미했던 국내에 있어선 호프만이 주장하는 스타트업 마인드의 커리어 계발 전략으로서의 효과가
    역시 상대적으로 미약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해당 책에서도 결론 부분에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자신이 미국이
    아닌 타지역에 태어났더라면, 투자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웠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스타트업 마인드도 그런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적절한 보상을 받는 환경에서 더욱 유의미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인용된 것인데, 그점에서 볼 때 언론에서 떠드는 것에
    비해 실제 업계에서 도전과 혁신이 얼마나 인정받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그러나 그런 기존 조직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커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아이폰
    도입이 가져온 국내 산업계의 변화는 변화를 늦출 수는 있지만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준다. 따라서 아직 저평가됐다 할
    지라도 스타트업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 스타트업 마인드를 갖추지 않는다면, 내게 다가오는 기회를 잡지도 못하고, 혹은
    피해야 할 위협을 방지하거나 감소시킬 수도 없다.
  • 하지만 그것은 스타트업 마인드를 자신의 편의에 따라 임의로
    정의하란 것을 뜻하지 않는다. 책이 주장하는 것처럼 스타트업 마인드란 무조건 혁신과 창의를 부르짖는 흥분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첫째 자기 자신의 지향점과 고유한 강점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가리킨다. 그리고 나아가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장 큰 자산임을 알고, 내 자신뿐 아니라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 함께 성장할 때 더
    높이, 더 멀리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을 깨닫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