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을 통해 보는 동대문 의류 도매업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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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왕을 즐겁게 시청하고 있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작가가 많이 공부 했다는 것을 느낀다. 우선 동대문, 부띠끄 샵,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세 명 주인공의 출신 성분부터 흥미롭다.

1. 패션계의 Pla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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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소녀시대의 유리가 나름(?) 열연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 출신 역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힘을 얻으면 수천억의 돈을 벌 수 있으며, 따라서 대기업이건 개인 디자이너건 해외 유명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같이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안타까운 현실 두 가지를 꼬집고 있는데 하나는 유리와 같이 한국인으로서 해외 유명 브랜드 업체와 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며, 자금력 풍부한 국내 대기업 역시도 파고들기 어려운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2. 패션계의 Challenges

어쨌든 ‘패션왕’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들 네 명의 관계가 로맨스 중심으로 복수와 배신 등의 소재를 통해 전개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각각의 비즈니스 플레이어들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challenge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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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challenge를 극복해 나가려는 방법도 각각 다르게 보여주고 있는데 부띠끄가 대기업과의 상생하면서 한 편으로는 후계자 양성에 힘을 쓰는 반면, 대기업은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하여 글로벌 명품 브랜드 혹은 SPA 브랜드(8ight Seconds)를 만들고자 한다. 이들은 일단 자금력이 뒷받침되고 있으니 돈을 더 효율적으로, 일관적으로 쓰기만 한다면 성공, 확장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동대문이라는 대명사로 표현되는 의류 도매업의 경우에는 더욱 어려운 것 같다.

3. 도매업계의 Players

일반적으로 의류 도매라고 하면 동대문의 북적거림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 북적임 속에는 복잡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그 안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주체들을 보면

  • 공장/생산자: 주문 받은 디자인/수량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납품
  • 일반도매상: 자가 혹은 하청 공장 및 도매 매장을 보유하며 디자인, 생산, 판매를 함. 소매자나 준도매상에게 판매하며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이 선호하는 도매상. 고가의 제품을 주로 취급
  • 원도매상: 공장에 생산 의뢰한 후 준도매 및 소매에 소량으로 납품. 매장이 있거나 혹은 창고만으로 운영. 소품목 다량생산 원칙
  • 준도매상: 일반도매상이나 원도매상으로부터 제품을 공수, 매장에서 진열하고 판매하는 상인으로 중간도매상이라고도 함

이 기준에 따르면 패션왕에서 나오는 영걸어패럴(이후 영영어패럴)은 공장이며, 유아인의 친구로 동대문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유아인 공장으로 종종 찾아오는 친구(라재웅)는 원도매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동대문 도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주체에는 요식업체, 오토바이 및 대형 버스 등의 운송 업체, 사입(매입) 대행업체, 도매 조합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생산자 및 도매상에 의존적이므로 이번 논의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

4. 도매업계의 Today

도매업계가 위 언급된 어려움을 겪는 주요 원인은 중국 광저우의 값싼 노동력과 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도입하는 SPA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광저우 공장의 성장으로 인해 단순 하청 공장이나 카피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한국에서 운영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짧은 컬렉션 준비기간과 경쟁적인 가격이라는 특징을 보이는 SPA 비즈니스 모델(GAP, Zara, Uniqlo, 8ight Seconds 등)의 확장은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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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도매업계의 Tomorrow

이미 한국 도매 시장은 자체 디자인을 개발하는 소량 다품종 생산 모델로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패션왕’에서도 나타나 듯이 모방에서 창조로 전환된 것이다. 그리고 조합을 통한 공동 마케팅 등의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활로 개척도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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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대문 온라인 도매 사이트 예
출처: http://www.dft.co.kr/ko/dong/file_down.phtml?downflag=activity&up_file=dt.hwp
아주 짧은 개인적인 소견으로 앞으로 동대문, 남대문이 아시아의 의류 도매 허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객(소매상)의 사입 경험(shopping experience)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요컨대, (1)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온라인 도매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하고 (2) Offline 매장이 shopper friendly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 잠깐 동대문에서 의류를 떼어다가 중국 오픈 마켓을 통해 판매한 적이 있었다. 동대문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너무 힘들고 무언가 체계가 안 잡혔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에는 내가 뭘 몰라서 그런 줄 알았고 당연히 발품을 더 많이 팔아야 성공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동대문이나 남대문을 보면 그 당시와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은데 지금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한국의 도매 시장이 제품과 가격으로만 승부하려 할 뿐 고객(과거 나와 같은 소매상)의 shopping experience 향상이나 기타 구매 이유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듯하다.

생산자/도매자가 제품의 카테고리, 이미지, 수량, 생산 계획, 특징, list price (리스트 프라이스와 관련해서는 http://v.daum.net/link/23496155참조) 등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고객은 이를 비교,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가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G-Market이나 Auction과 같은 오픈마켓의 개념과 비슷할 텐데, 위 표의 FSCM과 같이 B2B여야 할 것이며, 더욱 체계적이고 고객의 피드백까지 반영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도매업자가 참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offline 매장 자체를 shopper friendly하게 바꿔야 할 것 같다. 각각의 도매상들이 2, 3평 남짓되는 공간에 자신이 떼어오는 제품들을 마구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holistic한 관점에서 매장들을 배치하고 제품을 진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두어 층만 걷다보면 어디서 무얼 파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피로만 쌓이는 experience가 아니라 소매상의 입장에 서서 소매상이 각자의 스타일과 맞는 곳을 쉽게 찾고 각자의 전략에 따라서 깔끔하고 편안하게 사입할 수 있도록 배치해야할 것같다. 그리고 이러한 offline 매장, 제품의 재배치와 온라인 플랫폼이 연동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에는 도매 상인들의 참여, 매출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반감 제거, 변화의 주체 확보 등의 어려운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이 도매업에 수수료를 인하해 준다던지, 정부가 도매업 관련한 세금을 줄여준다던지 하는 환경 변화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른 새벽 동대문 시장에 가면 중국, 일본에서 온 보따리 장사들을 수없이 보게 된다. 종이가 사입해야 할 품목들을 빼곡히 적어 종종 걸음으로 돌아다니며 중국어 일본어 어색한 한국어로 흥정을 한다. 한 편 웹서핑을 하다보면 인터넷 쇼핑몰을 하겠다고 뛰어드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다양한 블로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이 계속 동대문, 남대문을 찾고, 이를 통해 한국 의류 도매 시장의 메카가 아시아의 중심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글 : Terry
출처 : http://mbablogger.net/?p=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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