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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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CBS모닝쇼

한달전쯤인가 CBS TV모닝쇼를 보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접했다. “스마트폰또라이가 되지 말자”(Don’t be a smartphone jerk)란 제목이었는데 상대방과 대화는 안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요즘 세태 때문에 생긴 웃기는 풍속도 얘기였다. 재미있어서 아래처럼 가볍게 트윗했다.

 

그런데 트윗하자마자 내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을 받았다. 수백번이상의 RT(리트윗)이 이어진 것이다. 수많은 분들이 “정말 공감한다. 한국에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답을 주었다. 나는 “아,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도 이런 현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세계최고수준의 스마트폰의 보급속도와 함께 특히 온국민이 카톡을 쓴다는 한국이 더 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보스턴시내에 생긴 한국순두부식당에 갔다가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 그 식당에 온 젊은 한국유학생커플이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 이야기는 안하고 각자 아이폰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바쁜 것이었다. 정말 기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연인사이 같은데 데이트하면서 서로 이야기는 안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에 빠지면서 정작 가까운데 있는 사람을 챙기지 않게 됐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광경이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실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폰4S에 들어간 시리(Siri)덕분이다. 사람들은 진짜 인간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기 보다는 점점 똑똑해져가는 시리에게 인생상담을 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의 기술발전 속도를 보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새로운 아이폰4S TV광고를 내놓았는데 유명 여배우 조이 데샤넬이 잠옷을 입고 시리와 대화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시리와 대화하는 것이 쿨(Cool)한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두렵다.

MIT에서 기술과 인간사회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셰리 터클교수는 지난 1월 “함께 있는 외로움”(Alone Together)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사람들이 기술에 더 많은 것을 의존하게 되면서 정작 사람간의 진짜 관계는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터클교수는 얼마전 TED에서 “Connected, but alone?”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또 지난 NYT 일요판에 “The Flight From Conversation”란 제목의 컬럼을 기고해 큰 반향을 얻기도 했다. 들어보고, 읽어보고 그 내용을 음미해볼만한 좋은  글과 동영상이다. 추천! (TED발표내용과 NYT컬럼내용이 거의 같은 내용이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함께하면 절대로 외로워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이 우리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사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사실 회피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쉬운 소통에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회사에서 관계가 불편한 사람과 직접 대면을 피하고 건조한 이메일만을 주고 받기도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런 문자를 통한 가벼운 관계, 소통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 잠시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서 생각을 할 고요한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위터를 통해서 내 생각을 알리고 공유하면서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자위하고 있었지만 가끔은 “I share, therefore I am”이란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서 그저 떠오르는 생각을 트윗하기에 바쁘다.  그렇게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혼자서 깊은 사색에 잠길 여유가 없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스라엘인들과 일하면서 유태인들의 힘이 사밧(Sabbath-안식일)에서 온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해가 질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금요일저녁에 가족들과 식탁에서 대화를 나누고 토요일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안식의 시간을 갖는다. 이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다. 그러다가 토요일밤이 되면 장문의 답장을 하고는 했다. 그만큼 그들은 고요속에서 생각할 시간을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게 자라난 유태인 아이들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창의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스마트폰혁명을 만든 장본인중 한 명인 스티브 잡스는 오히려 산책을 하면서 사색을 즐겼다. 그는 항상 걸을 때 더 잘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님이 오면 항상 산책을 가자고 하면서 걸으면서 자유로운 대화를 즐겼다. 물론 전화의 방해가 없이 말이다.

터클교수는 그래서 이렇게 제안한다. 집안의 부엌이나 식탁을 기계해방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자고 말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가르치자고 말이다. 그리고 주위 사물을 보고,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보면서 걷자고 말한다. 전화화면에 고개를 처박고 타이핑을 하면서 걷지 말고 말이다.  일단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아이폰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estima.wordpress.com/2012/04/24/iphonesl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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