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곧 스타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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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넬 대학교가 뉴욕시에 새로운 테크 캠퍼스를 연다는 뉴스가 나왔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생각이었는데, “도시가 곧 스타트업”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스타트업 기업의 기업가 정신을 이용해서 도시를 운영하겠다고 한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국가나 도시는 기업처럼 다루어서는 안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타트업 앙뜨십(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은 커다란 기업의 운영방식과는 달라서 도시의 혁신에 있어 유용한 측면들이 많이 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서 일정정도 지속가능한 궤도에 이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인재들이 프로젝트 자체가 예상처럼 잘 진행이 되지 않더라도 그 조직에 머물러있고 싶어하는 그런 훌륭한 문화를 갖추어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 내용을 도시나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공공기관장에게 적용한다고 해도 커다란 무리는 없을 것이다.  과거에 영화를 누려왔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대학들을 가지고 있는 보스톤이라는 도시가 최근 실리콘 밸리에 비해 그 역동성과 영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도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 등이 한 몫 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도시에 접목해 본다면, 아마도 도시 내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 순위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은 창업한지 5년 이내의 기업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참고자료의 카우프만 재단 보고서 참고).  그러므로, 창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기업들이 적절한 자리를 차지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는 가장 중요하다.  실리콘 밸리가 역동성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정의 전반이 스타트업 도시로서 기능하기 위해 많은 지원이 있었고, 여기에서 성공사례들이 나오면서 이들이 또 다른 생태계를 만드는 선순환의 고리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단기적인 일자리를 만들려고 공공근무나 일부 건설일용직 정도의 일자리를 만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의 정책으로는 장기적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뛰어난 사람들을 리쿠르트하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의제이다.  도시에서도 그런 인재들이 넘치도록 만들어야 다양한 기회가 생겨날 것이고, 그들로 인해 도시가 발전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세계적인 공대캠퍼스를 시내에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자극해서 결국 코넬대학이 멋진 청사진을 내놓고 뛰어들게 만든 것이나, 페이스북으로 하여금 뉴욕시내에 엔지니어링 오피스를 2012년에 열도록 유도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단순히 일자리를 조금 많이 늘리는 공장 등을 유치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정책이 그 도시의 장기적인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물론 훌륭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나, 뛰어난 인재들을 보유한 첨단기업을 도시로 개별적으로 유치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경쟁도 무척이나 치열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곳들이 가고 싶어하는 도시의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코넬대학이 블룸버그 시장의 루즈벨트섬 캠퍼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은 블룸버그 시장이 그동안 보여준 진정성과 뉴욕시가 정말로 세계의 기술자들에 대한 허브가 되고 싶어하고,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블룸버그와 같이 뛰어난 사람들과 조직을 유치하기 위해서 발벗고 뛰는 것 역시 도시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본은 어떠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없다면 진행시킬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적절한 재원을 확충하는 것도 도시의 발전에 있어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도시의 재정을 수동적으로 쓰기만 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발전을 끌어내기 힘들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에는 이들의 생태계를 돌아가게 만드는 자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과 초기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있었기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도시나 국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여러 기업이나 사람들이 엔젤이 되어서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고, 이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눈을 감아줄 수 있는 그런 투자문화가 중요하다.  이런 투자에는 당연히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는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높은 수익을 위해 투자하는 그런 성격을 가진 자본이 아니라 가진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에 기부한다는 생각을 가진 그런 선의의 원천을 가진 자본의 양이 늘어날 때 성공의 생태계가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문화가 정착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투자문화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바로 문화이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만 같은 문화를 가진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의 차이는 명확하다.  그리고, 도시마다 나름의 강점이 있다고 본다.  실리콘 밸리가 테크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도시가 되었지만, 다른 도시들이 상대적인 우위를 가진 점들도 있다.  최근 LA가 자신 만의 강점을 내세운 새로운 스타트업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헐리우드와 미디어라는 강력한 대중문화의 기반을 기술과 연결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EA나 블리자드와 같은 대표적인 게임회사들과 넥슨의 미국지사가 LA 인근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게임 쇼인 E3가 이 도시에서 열리며, 수많은 소규모 게임 프로젝트들에 참여를 권유하는 포스터들이 이 도시의 주요 대학 캠퍼스에는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들의 강점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새로운 산업의 혁신이 어떤 것이 가능하며, 이런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야심찬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도시를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물론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만 대변하고, 모든 것을 기존의 관례에 따라 관료적으로 수행하며, 새로운 변신을 위해 그 구성원들인 기업이나 개인들이 전혀 노력을 하지 않는 도시나 국가는 미래세대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참고자료:
A City Is A Startup: The Rise Of The Mayor-Entrepreneur
카우프만 재단의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보고서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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