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네트워킹의 네 가지 특징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의 성지입니다. 성공한 대규모 서비스들 중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었고, 글로벌 서비스를 꿈꾸고 있다면 어떤 팀이든 실리콘밸리에 건너가고 싶어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 실리콘밸리를 빛나게 하는 걸까요? 실리콘밸리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자금과 인력, 고객 등 사업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요소는 굳이 실리콘밸리에 가지 않아도 찾을 수 있지요. 실리콘밸리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을 단 한가지 꼽자면, 그 특유의 풍부한 벤처 생태계일 것입니다. 벤처 생태계가 한 팀의 사업에 중요한 요소냐구요? 아마도 그 자체로는 그렇지 않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 생태계와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맥이라면 어떨까요?

스타트업들이 정보를 얻고 시장을 파악하는 법은 매우 다양합니다. 구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보고서를 읽을 수도 있고, 투자자들과 연락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미 그 정보를 접해본 사람에게 묻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맥은 사업에 매우 중요한 요소죠.

요즘은 한국에서도 종종 스타트업들 끼리의 네트워킹 파티가 열리지만,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파티는 그야말로 벤처 네트워크의 핵심인 곳 답게 그 규모와 빈도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본래 네트워킹이란 친목이 목적이죠. 실제로 스타트업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고 해서 항상 사업 얘기를 하지는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연은 대부분 이런 네트워킹 파티에서 만나게 되죠.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일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 가며 가능한 많은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합니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들 사이에 교류가 있긴 하지만 실리콘밸리만큼 발달하지는 않았기에 우리에게는 말로만 들었던 생소한 일이 될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앞으로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하게 될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미리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Cubbying이 네트워킹 파티에 참석해 보며 알게 된, 실리콘밸리 네트워킹의 네 가지 특징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1. 동부와 서부의 문화 차이를 파악하라

사업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모임이라면 정장 차림의 격식있는 파티가 생각나시나요? 실리콘밸리 스타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모임은 주로 동부에서 이뤄진다고 하네요.

“저는 일 때문에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편인데, 동부의 비즈니스 문화와 서부의 비즈니스 문화는 꽤 차이가 있어요. 동부의 네트워킹 파티는 주로 정장 차림으로, 게다가 타이까지 꼭 착용하고 참석해야 하는 굉장히 격식있는 분위기인 반면에, 서부, 특히 실리콘밸리는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죠. 다들 편한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나와 맥주를 손에 들고는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아요. 이런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정장을 입은 사람이 독특해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도 굉장한 토론이 이어질 때도 있어요. 이 곳에서는 옷차림만으로 상대방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항상 예의를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듯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파티는 일반적인 비즈니스 파티와는 그 궤를 달리합니다. 한가지 더 독특한 점을 찾아보자면,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 파티는 그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주말에 모여 자전거를 타면서 네트워킹을 하는 모임도 생겼다고 하네요. 요즘은 각 팀에서 주최하는 소규모 파티도 워낙 많아 어떤 파티에 가야 하는지가 정말 고민스러울 것 같습니다.

networking

2. 참석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가라

Cubbying이 수강하고 있는 코파운더랩(CoFounder Labs) 프로그램도 수강생들에게 몇 차례의 네트워킹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요, 네트워킹 파티에 참여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실리콘밸리에 오기 전에는 네트워킹 파티에 대한 기대감이 컸어요. 그런데 실제로 직접 참여해 보니까 본인 성격이 적극적이고 사교적이지 않으면 별로 재미도 없고 얻는 것도 없이 돌아가게 될 확률이 크다는 생각이 드네요. 본인과 맞는 분야의 그룹이 아니라면 대화에 끼어들기도 힘들고요. 그냥 사람을 만나고 친목을 쌓는다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면 괜찮겠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왔다면 본인이나 다른 참가자들에게나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한 번의 만남에서 뭔가 큰 것을 이뤄내길 기대하기보다는 다음 만남의 기회를 잡고 관계의 초석을 다지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업가들 중엔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교적인 분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죠. 그런 만큼 더욱 네트워킹 파티 참석의 목적을 명확히 해서, 어떤 사람들과 친교를 쌓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워두면 파티 현장에서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큰 욕심을 가지고 참석한다면 네트워킹이 아니라 회사 설명회가 되어버릴 테니 그 점도 주의하실 필요가 있겠네요.

3. 명함을 숭배하지 말자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킹에 대해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 하나는, 명함을 주고받는 문화가 한국처럼 예의로 자리잡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직장인이라면 그 누구든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공손히 명함을 교환하는 것이 일종의 예의이며 대화의 시작인 셈인데, 실리콘밸리에서는 명함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그다지 큰 실례가 아닙니다. 명함을 주고받는 특정한 격식도 존재하지 않고, 가끔은 명함을 마치 연필이라도 건네주듯 던져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명함보다는 말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문화가 더 강해서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네트워킹

4. 피칭을 연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보통 이곳에서의 네트워킹 이벤트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끼리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게 되는데요, 자주 자신의 서비스나 회사에 대해 소개하다 보면 마치 엘리베이터 피칭을 연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소개한 서비스나 회사에 대해 다양한 피드백을 얻기도 하니,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요.

이처럼 네트워킹이라는 행위 자체가 실리콘밸리에서는 하나의 문화이자 중요한 사업 수단이고, 실리콘밸리의 주요 행사는 주로 참가자들의 네트워킹 파티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 그 행사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서로가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거나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 주기도 하죠. 가끔은 서로 직접 도움을 주고 받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고 잦은 네트워킹. 이것이 바로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스타트업 문화의 중심지로 만든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은 횟수나마 현지의 네트워킹을 지켜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 네트워킹 파티에 갖고 가야 할 것은 편안한 마음과 긍정적인 태도, 그리고 확실한 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열린 마음도 빼 놓을 수 없겠죠. 항상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되죠. 이런 문화가 어서 한국에도 퍼져 힘차게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서로 더 친밀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답니다.

글 : Cubb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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