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에게 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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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88543347@N00/64985745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나 한병철 씨의 ‘피로사회’에서는, 공통적으로 불안이나 우울증을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질병으로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과거 사회는 신분제 사회였다. 즉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타고 난 신분을 (거의) 극복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자신이 가난하거나 지위가 낮은 것은, 자신의 능력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모든 게 계급 사회를 탓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명시적인 계급은 사라졌다. 노력만 한다면 모두 대통령이 되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즉 자신이 가난하거나 지위가 낮은 걸, 더 이상 사회 탓으로 돌리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따라서 자신이 열망하는 돈이나 지위를 얻어야 하는 건,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 되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옛날 사람들보다 자본주의의 현대인들이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지만 대개 불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노력하지만, 절대 가질 수 없는 것, 그 가질 수 없음의 원인이 사회 탓인 아닌 명시적인 내 탓인 시대. 이 시대 사람들은 그래서 늘 불안하고 늘 우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 불행한 것은, 과거에 채워질 수 없는 행복이 종교에 기대에 내세에서 실현되리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혼이 쉴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인 종교조차도 돈 많은 이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인정해 주는 현대 사회에서는, 결국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건 돈뿐이라는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21세기의 신흥 종교는, 돈이라는 이름의 신을 숭배하는 자본주의인 셈이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일을 한다. 일의 가장 큰 목적은 돈 벌이다. 이런 돈 벌이를 하면서 서로에게 “부자 되세요.”란 실현될 수 없는 덕담을 나누며, 그래도 자신만은 언젠가 부자라는 지상낙원의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월급날마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월급을 볼 때면, 그 꿈은 파도에 쓸려 사라져버리는 모래 위의 낙서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쨌든 천국을 빼앗긴 현실에서 살기 위해, 우리는 일을 한다.

여기에 더 큰 불행은, 생존을 위한 일, 즉 돈을 벌기 위한 일에 초점만 맞추면, 현실이 생지옥이 된다는 점이다. 살기 위해, 먹기 위해, 자기 위해 오로지 모든 것이 돈 벌이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 이런 일을 하며 산다는 건, 신화 속 영원한 형벌이 현실이 되게 한다. 제대로 된 종교조차도 빼앗긴 현대, 우울과 불안이 만성질환이 된 오늘, 우리는 이 질문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

난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결국 종교가 아닌 현실에서 구원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공이 자신의 탓인 현대에 살듯, 일 속에서 구원 조차도 셀프 서비스다. 난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이 질문에 돈이 아닌, 조금 더 의미 있는 답을 찾는 당신은 이미,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이 아닌 진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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