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ge Fund 단상 #3

Source : http://flic.kr/p/7L2KS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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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in life

1. 출근

내가 다니는 펀드는 출근이 늦다. 아시아를 주로 커버하기 때문이다. 보통 9시에서 10시 사이에 출근을 한다. 미국 회사 답게 내가 몇 시에 출근하는지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아시아를 커버하지 않고 미국 시장을 커버하는 조금 더 ‘전통적’인 HF의 경우 대략 7시에서 8시 사이에 출근을 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러한 빠른 출근 시간은 빠른 퇴근 시간으로 보상된다, 그리고 vice versa.

2. 착석

일단 Bloomberg Terminal에 접속한다. 그리고 Launch Pad를 띄워서 내가 커버하는 주식들이 어제 어떻게 움직였는지 본다. 어젯밤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주식이 생각보다 많이 빠졌다. 왜 그런건지 Capital IQ를 비롯한 많은 도구들을 이용하여 Sell side report들을 훑어본다. 특별한 fundamental 이슈는 보이지 않는다. 브로커에게 전화해서 의견을 묻는다. 그리고 혼자 고민에 빠진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파트너가 출근하여 나를 호출한다. 그 주식에 대해 왜 움직였는지를 묻는다. 나는 몇 가지 이유를 든 다음 그로 인한 향후 주가 움직임에 대한 예상을 내놓는다. 특별히 큰, 중장기적 이슈가 될 것 같지는 않아 이번에는 더 깊이 파지는 않기로 한다. 만약 중장기적으로 한쪽 방향성이 확실하다면 더 파보고 투자를 고민해봤을 것이다.

3. 오전 업무

홍콩에서 온 Sell side analyst랑 미팅이 잡혀 있다. 한손에는 노트북을, 한손에는 Sparkling water를 들고 들어간다. 내가 커버하는 주식들과 그 주식들과 연계된 다른 주식들에 대한 pitch를 듣고 질문을 한다. 내가 알고 있던 consensus랑 다른 부분이 있다. 흥미롭다. 나중에 백업 데이터를 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4. 점심

점심은 보통 데스크에서 먹는다. 밖에 나가서 먹는 경우도 있지만 데스크에서 붙어서 배달시킨 음식을 먹는 게 나도 마음이 편하고 일도 좀 더 할 수 있다. 간만에 매일경제 사이트에 접속해서 최근 이슈는 뭔지 쭉 읽어본다. 읽다보니 역시나 흘러흘러 연예면으로 넘어왔다. 사진만 없으면 어차피 다 한글이라 내가 뭘 읽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땐 참 좋다.

5. 오후 업무

업무의 특성상 아시아 개장 시간 전에 할 일이 많다. 저녁 일곱시면 일본 / 한국 장이 열리니 그 전에 분석해야 할 일들이 주로 오후에 진행된다. 모델의 업데잇 및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의문사항들을 정리한다. 오후 다섯시면, 한국 시간으로 오전 일곱시. 벌써 이 시간에 한국 셀사이드 애널리스트 분들은 출근을 마친 상태다. 각 분야에서 상당한 고참들일 텐데 이러한 열정을 보면 참 대단하다. 다섯시부터 콜을 몇 개 간단하게 한 후 또 모델링에 들어간다.

6. 저녁

보통 저녁도 점심이랑 마찬가지로 데스크에서 먹는다. 여섯시 반쯤 음식이 도착하면 개장 직전의 고요함을 나름 느끼며 눈은 화면에서 떼지 않은 채 입에 음식을 넣는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뭔가 루틴에 가까운 식사. 그래서인지 저녁은 항상 샐러드를 시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스트레스 받는 날은 조금 더 자극적인 음식을 먹긴 하지만 ㅎㅎ

아 그리고, 출근에 말했듯 미국 시장을 커버하는 펀드는 보통 여섯~일곱시면 슬슬 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7. 밤

여덟시가 넘어가면 사람들이 조금씩 퇴근하고 사무실에는 몇명 남지 않는다. 그나마 집이 가까운 나는 조금 더 일을 하기로 한다. 밤 열시쯤 되면 일본/한국/홍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슬슬 점심을 먹으러 가서 그 전까지는 여기 저기랑 통화를 하며 아이디어들을 들어본다. 포스트잇에 끄적끄적 내 생각들을 적어보고 블랙베리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 종합 –

  1. 업무 강도는 한국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데스크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애널리스트 미팅 빼고는 거의 없으며 coffee break이나 water tank 수다는 없는 곳이다. 정말 퇴근하는 그 순간까지 집중 집중 그리고 업무 업무.
  2. 언제나 consensus와 반대 입장을 취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stressful한 부분이 많다. 얼핏 생각하면 그게 뭐 어렵냐고 하겠지만 sell side analyst들은 벌써 10~20년의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그들의 logical한 설명과 ‘감’을 이길 정도의 확신을 가지는 의견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남들이 모르는 public information’을 근거로 투자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참 까다롭다.
  3. 출퇴근 시간은 정말 아무도 신경 안 쓴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종종 해도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는 반면 심야까지 야근을 해도 칭찬받을 수 없는 곳이다. 결국 ‘내 일’을 마치면 되는 거니까.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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