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미래: 문제는 시장이다

아래 글은 슬로우 뉴스에 1. 뉴스의 미래,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2. 뉴스의 미래, 스마트폰 게임시장에서 배우자로 게재된 글을 하나로 통합한 글입니다.

2009년 1월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시작했고 그 이후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은 큰 변화를 겪어왔다. 개별 언론사 뉴스사이트에 대규모 트래픽이 유입되면서 작지 않은 규모의 광고 수입이 가능해졌다. 저널리즘의 수익 확대에 확실하게 기여했다는 점이 뉴스캐스트의 빛이라면, 낚시성 뉴스 경쟁을 구조화시켰다는 오명은, 각 언론사들과 책임 문제를 별론으로, 뉴스캐스트가 남긴 깊고 어두운 그림자로 기록될 것이다.

2013년 온라인 저널리즘의 환경 변화: 네이버 뉴스스탠드

그 뉴스캐스트가 2013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네이버 뉴스스탠드’로 대체되고 있다. 뉴스캐스트에서의 개별 기사가 사라지고 언론사 아이콘이 나타난다. 이용자가 이 아이콘을 클릭하면 해당 뉴스사이트의 첫 화면과 같은 형태의 팝업 창이 뜨고, 다시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뉴스사이트로 넘어간다. 다시말해 뉴스스탠드에서는 이용자의 기사 또는 제목 선택에 앞서 언론사의 ‘브랜드’가 강조된다. 브랜드 파워에 기초한 트래픽 재편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관련기사: 네이버 뉴스스탠드: 분석, 평가, 예측)

브랜드로 위기극복?

그러나 이러한 브랜드 중심의 온라인 뉴스 소비구조가 한국 저널리즘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낚시성 또는 선정적 뉴스 경쟁 = 수익 확대’라는 비극적 유혹이 뉴스스탠드를 통해 극복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종이신문과 온라인뉴스는 서로 다른 상품

온라인 뉴스시장을 논할 때 나타나는 가장 큰 오류는 종이신문과 온라인 뉴스를 동일한 시장상품으로 인식하는데 있다. 이러한 인식 오류는 동일한 기사가 종이신문에 그리고 온라인 뉴스에 사용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 현상에 기인한다. 종이신문에서는 복수의 다양한 기사가 분리될 수 없는 묶음상품(Bundling)으로서 함께 유통되고 함께 소비된다.

반면 온라인 뉴스는 개별화되어 유통되고 다른 언론사에 의해 생산된 것과 함께 소비될 수 있는 상품이다. 두 개의 상품이 생산, 유통 그리고 소비되는 시장환경이 다르고, 수요와 공급이 생성되고 만나는 지점이 다르다. 그렇다면 이 두 개의 상품은 서로 다른 상품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상품에서 작동하는 시장원리가 다를 수 밖에 없고 비즈니스 모델 또한 구별될 수 밖에 없다.

1995년 vs. 2013년: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

1995년 어느 일요일을 상상해보자. 일요일에 배달되는 신문이 없던 시절이다. 1994년에 시작된 주간지 ‘한겨레 21’의 돌풍이, 1989년 창간되어 당시 주간지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던 ‘시사저널’을 위협하던 시기다. 주간지가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발매되었기에 일요일에는 지상파 뉴스외에는 소비할 뉴스가 없었다. 더욱이 1995년은 PC 통신의 시대로 월드와이드웹은 넷스케이프(Netscape)란 이름의 브라우저로 세상의 빛을 막 보기시작했을 뿐 미지의 땅이었다. 그러나 거친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와 잠시 거리를 둘 수 있었던 일요일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013년 2월 어느 일요일. 포털뉴스는 북한 핵실험과 새로운 정부 출범 관련 뉴스로 넘쳐나고, 토요일 밤의 여유를 자랑질하는 사진으로 페이스북 뉴스피드는 꽉 채워져 있다. 트위터 타임라인은 다채로운 읽을 거리와 볼 거리를 뿜어낸다. 주간지가 넘쳐나고 일요판 신문도 등장한지 오래다. 여기에 TV의 주말 방송은 넘쳐나는 볼거리로 지친 삶의 짦은 쉴 틈마저 뺏어가고 있다. 이렇게 뉴스, 나아가 미디어 콘텐츠의 공급과잉이 시장에 주는 효과는 작지 않다. 한편으로 공급되는 상품의 가격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다른 한편으로 개별 소비자입장에서 볼 때 개별 미디어 상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시장!

이것이 현재 2013년 저널리즘 시스템의 물적 조건이다.

호텔링 법칙의 확장: ‘소비를 위한 비용’에 기초한 시장 분절

미시경제학에는 ‘호텔링 법칙’ 또는 ‘입지 모형’이라는 불리는 모델이론이 있다. 지난 20세기 초 통계학과 미시경제학에서 학술적 성과를 이룩한 해럴드 호텔링(Harold Hotelling)이 주창한 이론이다. 공급경쟁이 치열해지면 공급자의 시장 위치나 시장 가격 등 상품 구성요소가 비슷해지는 ‘경향’을 뜻한다. 서로 다른 정치정당이 유사성을 띄게 되는 과정을 설명할 때도 ‘호텔링 법칙’이 인용되곤 한다. ‘호텔링 법칙’은 아래 ‘그림’이 보여주는 것처럼 해변가에 위치한 두 개의 (이동식) 아이스크림 가게가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어떻게 가게 위치를 변경하는지를 설명한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해변에 놀러온 사람을 (잠재)고객으로 하는 두 개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각각 서쪽에서부터 25m, 동쪽에서 25m 떨어져 있다. 또한 두 가게는 동일한 가격에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이 때 두 아이스크림 가게는 총 100m 길이의 해변에서 각각 50m 해변을 판매 지역으로 가지게 된다. 이로써 두 개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잠재고객을 공평하게 분할한다(1번 상황).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두 개의 공급자가 존재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지리적 거리(=가게까지 이동 비용)에 의해 시장이 두 개로 분할되는 상황이다.

호텔링

서쪽 해변 끝에서 쉬고 있는 소비자가 동일한 가격의 아이스크림을 사먹기 위해 동쪽 가게로 이동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소비비용’으로 인해 단일상품과 관련된 복수의 세부시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호텔링에 따르면 경쟁 시장에서는 오래 지속될 수 없거나 또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두 가게 주인이 담합 등을 통해 위치를 바꾸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을 경우, 각 가게 주인은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게 위치를 바꾸게 된다. 서쪽에 위치한 가게 주인은 “내 가게를 동쪽 가게 주인이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만 동쪽으로 이동시키면, 그 만큼 잠재 고객이 증가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아이스크림 가게 위치를 동쪽으로 4m 이동시킨다(2번 상황)

동쪽 가게 주인은 분할된 시장규모가 축소되었기에 고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뜨거운 오후가 되어서야 알게된다. 다음 날 아침 동쪽 가게 주인도 서쪽으로 4m 이동한다(3번 상황). 두 가게 사이에서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 경우 두 아이스크림 가게의 위치는 49m와 51m로 가까워져 지리적 시장분할은 사라지게 된다. 100m에 이르는 해변가에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단일시장이 형성되는 순간이다(4번 상황).

이렇게 될 경우 해변가 양쪽 극단에 위치한 고객 중 일부는 열기를 품은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멀어진 가게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것을 포기할 수 도 있다. 때문에 두 가게 모두의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 ‘호텔링 법칙’이다. 경쟁이 지리적 시장분할을 파괴하고 경쟁자가 동일한 경쟁위치를 차지하도록 만든다는 것과 이로 인해 전체 시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호텔링는 주장한다.

물론 이에 대한 다양한 비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서쪽 가게가 동쪽으로 조금씩 이동할 때 서쪽 극단에 있는 고객이 아이스크림을 사먹지 않게됨으로써 시장이 축소되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서쪽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은 동쪽 이동을 멈추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급자 심리를 분석한 ‘호텔링 법칙’으로부터 경쟁자의 위치변동 보다는 ‘지리적 거리’ 또는 ‘소비자가 상품소비를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이 동일재화가 거래되는 시장을 서로 다른 시장으로 나누어 쪼갤 수도 있고 때론 반대로 복수의 시장을 하나의 단일시장으로 통합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얻을 수 있다. 이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본 시장분할과 시장통합 가능성은 신문시장과 온라인 뉴스시장을 분석함에 있어 뛰어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이신문 시장 VS. 온라인뉴스 시장

(1) 묶음상품으로서 신문의 가격과 (2) 정기구독은 신문시장을 복수로 분할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복수의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관공서, 기업을 제외한다면 종이신문 소비자는 보통 1개의 종이신문을 구매한다. 묶음상품인 종이신문을 구매하거나 정기구독할 경우 다른 종이신문을 소비하기 위해 소비자가 지불해야할 비용은 두 가지다. 다른 종이신문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용과 결코 쉽지 않은 한 신문사의 정기구독을 끊고 다른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데 발생하는 시간과 정성이라는 비용이다.

시장 점유율만큼 분절된 종이신문 시장

이 두 개의 비용은 소비자에게 하나의 종이신문만을 소비하게 하여 복수의 분절된 종이신문시장을 창출한다. 이 분절된 시장은 공급자 관점에서는 시장점유율로 표현된다. 하나의 종이신문이라는 닫힌 시장에 갇혀버린 소비자의 심리를 마케팅 용어로는 브랜드 충성도라 부른다. 요약하면 종이신문 시장은 시장점유율로 표현되는 높은 담벼락을 가진 복수의 세부시장으로 분절된다. 세부시장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이동 비용’ 때문에 종이신문시장은 단일시장으로 제편되기 어렵다. 그러나 온라인 뉴스시장은 종이신문시장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비비용 0으로 수렴하는 온라인뉴스

온라인 뉴스시장에서 소비자의 거래비용 또는 이동비용은 0에 가깝다. 클릭 몇 번만으로 다른 뉴스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그림 1> 상황과 비교한다면 100m 해변에 분산되어 있는 소비자가 하나의 점에 결집된 상황이다. 따라서 이 단일지점에 공급자는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소비환경의 변화가 공급자 경쟁을 심화시키는 형국이다. 공급자 관점에서도 공급경쟁은 강화되고 있다. 뉴스생산 인건비 변화는 없지만 기타 생산 비용과 유통 비용이 급락하면서 신규 뉴스생산자의 시장진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비와 공급 두 측면에서 발생하는 (1) 강도높은 경쟁압력과 (2) 소비비용 및 공급비용 하락이 온라인 뉴스 가격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나아가 앞서 살펴본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상황이 소비자 입장에서 뉴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이렇게 뉴스 가격과 소비자 가치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 온라인 뉴스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뉴스의 미래: 온라인 뉴스시장 분절

그렇다면 공급자 관점에서 과도한 시장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결 방법은 온라인 뉴스 ‘시장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전략적 선택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미니멀리즘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 소비자 이동비용을 증가시키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유료화를 통해 시장분절을 꾀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의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상품구성 관점에서 종이신문과 작별하는 것이다.

미니멀리즘: 질(QUALITY)은 양(QUANTITY)을 줄이는 것

‘고급 저널리즘(Quality Journalism)’. 고급 저널리즘은 온라인 뉴스 유료화 또는 온라인 뉴스 위기 탈출 해법으로 제시되는 유력한 방법론 중 하나다. 다수의 저널리즘 연구자와 일부 언론인들은 클릭 지상주의를 벗어나 저널리즘이 고급화의 길을 걷게 된다면 독자들은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뉴욕타임즈의 유료화 성공(?)을 대표적 사례로 들곤 한다. 여기서 따지고 넘어가야할 것은 ‘고급’ 또는 ‘상품의 질(Quailty)’ 개념이다.

시장에서 재화의 ‘우수함’이란 공급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경쟁업체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기자와 편집국에서 많은 조사비용과 재작비용을 지불해서 생산한 기사가 때론 독자들에게 차갑게 외면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며칠 지나지 않아 유사한 내용이 다른 언론사에 의해 제공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 경쟁자와 소비자가 공존하는 시장에서 재화의 우수함이란 관련 재화의 생산비용과 반드시 연관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고급 저널리즘은 때론 저비용으로 가능하다.

제프 자비스가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고급 저널리즘은 독자에게 유용한 가치가 있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전달 및 중개하는 것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제프 자비스는 클릭을 추구하는 기사 상품을 생산하는 능력이 아닌, 독자에게 기사를 넘어서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저널리즘의 핵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살필 수 있거나,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가지고 있거나, 사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가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쉼없이 관찰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소수의 기자 집단 또는 블로거 집단에 의해 고급 저널리즘은 가능하다. 고급 저널리즘은 경쟁자와 비교해서 위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가지고 있거나 또는 몇가지 능력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공급자에 의해 가능하다.

물론 빠르게 진화하는 웹 기술을 체득하고 있어야 함은 모든 것의 기본 전제다. 고급 저널리즘과 관련하여 주목할 가치가 있는 사례는 경제적으로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더 매거진(The Magazine)’이며, 무시할 수 없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슬로우뉴스’다. 기사를 생산하고 독자에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성을 가지는 저널리즘 공급자에게 고급 저널리즘이다 또는 아니다라는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사 생산량 증대라는 함정에 빠져 위에서 언급한 기준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기사를 짧은 통신사 기사, 기업 홍보성 기사, 삼성과 애플의 대결, 충격! 헉! 경악! 등 제목 장사 기사, 드라마 줄거리 요약 기사 등과 섞어버리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매거진2

공급과잉 시장에서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나 클릭 수를 지향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은 생산된 상품의 질과 무관하게 생산자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위다. 공급과잉 시장에서 독자에 의해 쉽게 잊혀지는 기사의 가치는 제로(0)에 가깝고,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가치없는 기사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독자에게 수 많은 공급자 중 하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하루에 100여 개의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있다. 100여 개 기사 중에는 다섯 개 또는 여섯 개 정도 훌륭한 분석기사 또는 탐사보도가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언론사는 하루에 두 개 또는 세 개의 기사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 작은 수의 기사는 독자의 가슴을 뛰게한다.

공급과잉의 시대,
결국 “적은 것이 많은 것(less is more)”이다.

양(Quantity)이 지배하는 저널리즘과 작별할 때 비로소 고급 저널리즘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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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미래 2, 스마트폰 게임시장에서 배우자

지난 2009년 2월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은 정기구독(subscription)을 넘어 뉴스를 낱개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 지급체계(micropayment)를 도입하여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찬반논쟁을 시작으로 지난 4년 동안 온라인 뉴스 유료화와 그 방법에 대한 수 많은 논쟁과 시도들이 이어져 왔다.

온라인 뉴스 유료화: 논쟁과 시도들
루퍼트 머독의 야심작 ‘더 데일리’(The Daily)의 실패, 뉴욕타임즈 유료 서비스의 부분적 성공 등 대비되는 소식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애타게 찾고 있는 전 세계 수백만 언론사에 전해지고 있다. 디지털 뉴스 또는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는 왜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어려운 것인가? 답은 앞서 강조한 것처럼 과잉공급 상태인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공급과잉이 지배하는 디지털 뉴스시장에서 유료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개별 언론사의 기사 수준이 아니라 경쟁 상황이다.

모든 언론사가 담합을 통해 (가상)독점을 형성하지 않은 이상, 대체재가 지천에 깔린 시장에서 상품에 대한 ‘유료화 장벽’(Paywall)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시장 상황을 탓하며 개별 언론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앞서 언급한 미니멀리즘은 소수 기자 집단 또는 블로거 집단에서 가능한 일이지, 기자 수가 100여 명을 훌쩍 뛰어넘는 조직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 아닌가.

유료화 장벽(Paywall)을 통해 돈을 (미리) 내지 않는 독자에게 기사 접근권을 빼앗아버리는 방식에는 언론자유 등 자유의 깃발을 높이 든 언론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전체주의적 향기가 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존재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접근권을 조절하는 뉴욕 타임즈의 유료화 정책은 성장 잠재력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 혁신적이고 일반화된 유료화 공식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뉴스 유료화의 실마리: 게임시장에서 배우자

그렇다면 유료화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유사한 공급 과잉이 지배하는 디지털 시장은 또 어디일까? 스마트폰 게임시장은 최근 스마트폰의 대중화 및 지구화와 함께 빠르게 단일시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급과잉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래 표는 2013년 2월 17일 기준으로 아이튠즈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아 진 10개의 앱을 나열하고 있다(출처: Applyzer.com). 10개 앱 중 8개가 게임 앱이고 그 중 7개가 무료 앱이다.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를 살펴보면 인기 앱 대다수가 무료 게임 앱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반면 뉴스 관련 앱은 쉽게 찾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아마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뉴스는 앱을 통해 소비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론사가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절박하게 실험하고 도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튠즈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2013년 2월 17일, 전 세계 기준)
아이튠즈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2013년 2월 17일, 전 세계 기준)

게임과 뉴스는 상품 성격이 다르고, 게임은 전통적으로(!?) 유료화가 쉽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새로운 시장이기는 하나 다양한 게임 장르가 통합되고 국가별, 언어별 경계가 허물어져 공급경쟁이 매우 심화한 시장이다. 게임으로 경제적 성공을 거두기 쉽다는 생각에 전 세계적으로 시시각각 수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불나방처럼 게임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경쟁 압력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무료 게임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시장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면 ‘토킹 톰’(Talking Tom)처럼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보급된 게임이 아니고서는 ‘배너 광고’로 수익을 유지 및 확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표1>에 열거된 게임 대부분은 배너 광고에 기초한 수익모델에 의존하지 않는다. 광고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럼 어떻게 위의 게임들은 돈을 벌고 있을까?

모바일게임 5단계 수익전략

스마트폰 또는 테블릿 게임이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은 악착같이 ‘고객 중심’을 고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1. 멋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무료’로 제공
  2.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다양한 수단을 강구, 이른바 ‘손쉽게 시작하기(Smooth On-Boarding)’ 기획
  3. 결정적 순간에 수백 원대의 기획 상품 또는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혹
  4. 동적 가격정책(Dynamic Pricing)
  5. 서비스 다양화를 통해 소비자의 충성도 및 매출 증대

1. 무료 콘텐츠 유지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과열되면서 유사한 게임, 다시 말해 대체재가 넘쳐난다. 서비스 차별화에서는 게임 제작사의 브랜드도 작은 역할을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래픽과 사운드가 큰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은 첫눈에 들어오는 멋진 디자인의 유혹에 종종 무너진다. 또는 익숙한 브랜드와 게임명에 신뢰를 보낸다.

온라인 저널리즘도 이와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 좋은 글을 읽었던 경험을 가진 블로거의 새로운 글에 독자는 호의적인 편이다. 새로운 시각과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러한 호의를 유료 장벽(Paywall)으로 차단할 필요는 없다. 언론사 및 팀블로그는 콘텐츠 접근권을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종이잡지를 포기하고 디지털 저널로 다시 태어난 ‘이코노미스트’는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생산한 블로그 및 앱을 무료로 제공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2. 손쉽게 시작하기(Smooth On-Boarding) 전략

스마트폰 게임을 내려받아 설치하고 첫 게임을 시작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그 과정이 복잡하다면, 해당 게임은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및 유럽 뉴스사이트가 최근 유저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 디자인(UX design)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는 이유다. 이른바 ‘손쉽게 시작하기’(Smooth On-Boarding)는 직관적 디자인 등 유저 인터페이스(UI)에 제한될 필요가 없다.

독자가 댓글을 달고, 트윗하고 페이스북으로 공유한 기사와 유사한 주제의 기사가 새롭게 발행된다면 이 소식을 독자에게 알려줄 방법은 없을까? 독자가 ‘기록정보파일(HTTP cookie)’를 명백하게 허용한다면 이를 활용한 맞춤형 정보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할까? 모든 고민과 기술은 ‘충격! 헉! 숨막히는!’류의 이미지 클릭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 소비자인 독자의 재방문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3. 자잘한 유료 서비스 제공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보면 단순 손가락 노동을 절약할 수 있는 유료 트랙터, 또는 새로운 배경과 작은 변형을 포함한 유료 레벨 등이 제공된다. 이 유료 서비스를 소비자가 선택하느냐 아니냐 보다 중요한 것은 저가 유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을 소비자는 게임 시작 전에 알 수 없다. 이들 유료 상품은 게임 소비자의 소비욕구가 발생하는 시점을 예측하여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계 시각화 및 공유 서비스인 ‘스태이티스타’(Statista)를 이용하여 통계 수치를 기사에 제공하자. 이 통계 자료를 블로그에 공유하고 또는 개인 발표 자료에 공유하는 것은 CC 라이선스를 통해 허용된다. 한편 대학생 또는 직장인 중 일부는 시각화된 통계 보다 풍부한 원자료를 원할 수 있다. 또는 일부 독자는 고해상도의 인포그래픽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소비자의 정보 필요를 알아내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소비 순간순간에 새로운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험이 필요하다. 이 실험이 가능한 시스템 능력이 또한 필요하다.

4. 동적 가격정책(Dynamic Pricing)

렌트카 서비스에는 다양한 요금제가 존재한다. 주말 요금, 평일 요금, 학생 요금, 이사철 요금, 조기 예약 요금 등이 그것이다. 게임에도 요금제는 다양하다. 멀티팩, 주말 특별 서비스, 레벨 업 일시 무료 등 게임은 소비자의 돈주머니를 털기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렇게 시간에 따라 또는 소비자의 구성에 따라 가격을 변화시키는 것을 동적 가격정책(dynamic pricing)이라 부른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A의 고정 가격정책보다 B의 동적 가격정책이 파란색 총면적이 크다. 또한 고정가격은 초기에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맨 왼쪽 노란색 영역)를 가지고 있어 파란색 영역 실현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동적 가격정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별 뉴스 또는 블로그 포스트에 대한 인기도 또는 대중성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슬로우뉴스가 진행한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 팩트 체크(1차, 2차, 3차) 는, 최근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전자책으로 출판하긴 했지만, 그 뛰어난 완성도에 비해 시의적절한 상품화를 실현할 시스템 부재와 정당, 행정당국 등 관련 소비자의 미형성이라는 이유로 순발력 있는 수익사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따라서 동적 가격정책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뉴스 정보 서비스 및 가격 시스템을 오픈소스로 제작할 필요가 제기된다. 특히 유감스럽게도 디지털 콘텐츠에 동적 가격정책을 구현하는 시스템에 대해 현재 야후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동적 가격정책
동적 가격정책

5. 소비자 충성도 증대 프로그램

게임을 하다 보면 갑자기 자신의 점수가 올라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또는 게임 주인공의 몸이 커지고, 힘이 강해지는 순간이 예상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이러한 행운의 순간이 이어질 때 게임 소비자의 만족감은 크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게임에서 얻을 교훈에 하나 더 추가하면, 충성도 유지를 위한 업데이트다. 앵그리버드 등 롱런 대형 히트작의 또 다른 요소가 있는데, 한번 구매한 고객들이 계속 게임에 질리지 않고 그걸 ‘플랫폼’으로 여길 수 있도록, 즉, 더 많은 인-게임 유료구매와 브랜드 인지도로도 이어지게 하는 ‘업데이트’이다. 새로운 스테이지, 아이템 제공, 버그 수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스타크의 패치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뉴스 사업으로 치면 특정 이슈에 대한 계속된 후속 보도와 이전 기사들로 다시 맥락 짚어주기 등이 이런 게임의 업데이트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뉴욕타임즈(NYT)의 타임즈 셀렉트(Times Select)를 대표적인 사례로 뽑을 수 있겠다. 이러한 만족감과 기쁨의 순간을 온라인 뉴스는 제공할 수 없을까? 특정 기사를 이메일을 통해 공유할 때 또는 페이스북에 공유할 때 등 어느 특정 순간에 보다 깊은 정보 서비스를 누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소비자 중심성이라는 화두

저널리즘의 혁신은 (1) 종이신문의 패러다임과 클릭 지상주의를 벗어나 미니멀리즘에 기초한 새로운 고품격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노력에서 시작될 수 있다. 또한, 저널리즘 혁신은 (2) 공급과잉이 지배하는 시장의 특징을 이해하고 (3) 정보 서비스로 저널리즘의 새로운 성격을 수용하며 그리고 (4) 정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웹 친화적인 정보 시스템을 갖추는 과정에서 확대될 것이다.

게임산업은 1980년대 콘솔 기반 게임에서, 1990년대 PC기반 게임으로, 그리고 2000년에 진입하면서 인터넷 기반 게임으로 진화하였다. 그리고 2010년을 통과하며 모바일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 환경을 만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및 시장 환경 변화에 조응하며 진화하는 게임산업에서 타 미디어 산업이 배워야 할 것은 소비자 중심성이다.

소비자를 철저하게 통계 수치화하고, 돈벌이로만 바라볼 때, 오히려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서의 저널리즘의 미래는 불투명해진다. 소비자 중심의 저널리즘은 인간의 목소리를 가진 진실한 소통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글 : 강정수
출처 : http://www.berlinlog.com/?p=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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