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출신 김규호 대표의 인생 2막 이야기

앱센터운동본부 커뮤니티구축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규호 비드라이브(B.drive) 대표를 만났다. 내일(22일) 있을 스타트업위크엔드 10th 행사의 운영 철학에서부터 4050 한국 비즈니스맨이 겪는 심리적 고민까지, 폭넓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학 시절 ‘HL0U’라는 콜사인(call sign)을 사용하는 아마추어 무선 서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는 전형적인 공대생의 마인드와 자세로 살아왔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열광했고, 프로그래밍 되는 대로 실천하며(아침밥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매일 아침밥을 챙겨 먹는다고 한다), 어떤 현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었다. 감상하는 데에 열광하고, 생각하되 실천까지 옮기는 건 드물며, 어떤 현상에 대해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몸에 베여있는 필자와는 그야말로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좌뇌형 인간’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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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직장을 떠나 낯선 광야에 나오다

2010년 NHN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내 뒤를 비추던 기업의 후광이 사라지자,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대개는 40대가 넘어 직장을 떠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문제에 봉착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춘기적 문제들이 터져나온다. 정체성에 물음표가 생긴다. 물론 재정적인 문제도 있다. 그러나 준비없이 맞닥뜨리는 은퇴 후 상황에도 우리 나이대 정도 사람들은 소위 ‘꼰대’가 되어 있어서 누군가의 조언을 듣거나 태도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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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입장이 되고 나니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정성스럽게 대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내공’이 쌓였다. 사람이 비전과 미션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무얼 원하는지를 모르면 남들이 못 도와주는 법이다. 나홀로 드림캐쳐(Dream Catcher)를 휘두르면 자신의 그물에 걸린 것만 잡을 수 있다. 그리고 혼자서 뛰어다니는 것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걸 하고 싶어하는지 혹은 갖고 싶어하는지를 주변에 외치면, 우연히 다른 사람들이 드림캐쳐를 휘두르다가 잡게 된 걸 내게 보내준다. 이렇게 같이 잡아서 서로를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내 운명을 혼자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닌 셈이다.

 

■ 나도 사람들을 돕고, 베풀고 싶다는 생각

어디선가 자신의 장례식에 친족 관계를 제외한 3명의 친구가 진심으로 조의를 오면 성공한 삶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죽은 이와 어떤 ‘관계’라서 장례식장을 가는 게 아니라 진심 하나로 가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 생길지를 생각해보았다. 내 경우에는 나한테 조건 없이 잘해주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되더라. 그래서 나도 사람들을 위해 돕고 베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보다는 경력의 연장선 상에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스타트업을 위해 봉사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에 앱센터운동본부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공개세미나에 스윽 가서 김진형 교수님(앱센터운동본부 이사장)과 같이 밥을 먹다 보니 다음 주에도 오게 되고, 그 다음 주에도 또 오게 되고.. 앱센터운동본부 운영위원을 하라고 해서 조금씩 도와주게 되었다. 같이 일을 도모하면서 생각이 다를 순 있어도 목적에 사심은 없었다.

그런데 돕다 보니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는데, 기회가 생기더라.

 

■ 행사 추진의 원동력, ‘라운징(Lounging)’

쉽게 이야기하면, 모여서 노닥거리는 일이다. 일을 만들고, 협상을 풀어주고,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앱센터운동본부의 행사들은 모두가 같이 만들어가는 자리이다. 예전 상사에게 배운 인사철학이 있다. NHN 김정호 대표가 주장하기를, “일은, 그 일을 가장 잘할 사람한테 맡겨라”라는 것이다. 명확한 동기유발이 되도록 일을 시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러면 ‘관리’라는 게 따로 필요 없어진다.

스타트업 위켄드(Startup Weekend)의 3가지 원칙
행사 운영의 3가지 원칙

행사 운영에 있어 3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개방성이다. 그냥 오픈되어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끊임없이 영입해 오는 게 개방성이다. 또한 만든 프로그램이 외부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고 있느냐가 평가 지표가 된다. 둘째, 투명성이다. 정보권력을 깨는 것이다. 기득권을 없애 모두가 이 조직에 새롭게 들어오더라도 쉽게 적응하고 조직에서 나온 의사결정에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끔 한다. 셋째, 기여주의이다. 기여를 많이 하는 사람이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이 3가지 원칙이 제대로 반영이 되면 주인과 손님이 따로 없는 조직이 된다.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자신이 행사를 맡아서 추진할 수 있다. 그리고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더라. 

 

■ 요즘 목표는 우뇌 개발

나는 무엇이든 이유를 찾아야 했다. 과거에 기능주의와 효율주의로 살았다면 이제는 공감 능력을 키울 때인 것 같다.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며칠 전에 재밌는 동영상을 하나 보았다. 여자와 대화를 잘 하려면, ‘진짜?, 정말이야, 웬일이야, 헐’ 이 단어를 활용하고 마지막 말을 반복해주는 센스를 잊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남자들의 대화는 늘 정보가 오고 가야 되고, 여자들의 대화는 공감이 오고 가야 한다. 논리적인 대화는 싸울 때 하는 것이다. 

가족도 4명 중 3명이 여자이다보니 아빠 혼자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라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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