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사기를 꺾는 최고의 방법

TED에서 댄 애리얼리의 “What makes us feel good about our work?”라는 제목의 강연을 봤다. 이 강연에서 댄은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3달러를 줄테니 간단한 레고를 조립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레고를 다 조립하고 나면, 이번엔 2.7달러를 줄테니 또 다른 레고를 조립할 거냐고 물었다. 이런 식으로 점점 지불하는 돈을 줄여가면서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레고를 조립할지 조립하지 않을지를 물었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더 이상 레고를 조립하지 않을 때까지 과제는 계속됐다.

실험이 끝나고 나서 이번엔 과제를 조금 변형했다. 참가자들이 3달러를 받고 나서 레고를 조립하고 나면, 참가자가 조립한 레고를 분해해서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다. 그러고 나서 앞의 실험과 똑같이 2.7달러를 줄테니, 다시 레고를 조립할지 묻는다. 실험은 마찬가지로 참가자가 더 이상 레고를 조립하지 않는다고 할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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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를 조립하고 나서 그대로 두는 실험과 레고를 다 조립하고 나서 참가자 앞에서 분해하는 실험 중, 더 많은 레고를 조립한 실험은 어떤 것일까?

참가자가 받는 돈은 똑같기 때문에 돈으로 동기부여되는 측면은 똑같다. 레고를 조립하고 나서 그냥 두는 실험은 레고가 남는다는 ‘의미가 부여된 실험’이다. 하지만 레고를 분해해 버리는 실험은 신의 형법을 받고 언덕까지 돈을 굴려 올리지만 정상에 올린 돌이 다시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형벌을 받는 ‘시지프스 신화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실험’이다. 참가자들은 당연히 다 조립된 레고를 분해하지 않는 실험의 경우, 레고를 더 많이 조립했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상사를 만난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든 상사는 아랫사람들의 사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꺾는다. 그중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의 사기를 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해 놓은 일의 결과를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조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일을 하는 논리다. 이 논리의 기반에 깔려 있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 게 정량적으로 정성적으로 조직에 기여한다는, 말하자면 의미있는 일이란 것이다. 따라서 돈이 안 되는 일도 가끔 말이 안되는 일도, 조직 논리로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논리마저 사라지는, 말하자면 의미마저 없어져 버리는 일에 오랫동안 헌신한 직원들은, 엄청난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의미를 없애 버리는 엄청난 범죄는 조직 내에서 수시로 일어난다. 의식하지 못하면서 밑에 있는 사람이 한 일을 대충 보고 넘어가거나, 열심히 한 일에 다양한 이유로, 의미를 먹칠하거나 그 색을 바래게 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물론 돈이 직장인들을 동기부여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돈을 들이지도 않고 동기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울러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면 실천하는 게 좋지 않을까,한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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