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왜 타이밍이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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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임원의 항공기내 승무원 폭행 사건으로 기업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논의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타이밍 개념 없이 위기관리 성공 없다

커뮤니케이션에는 타이밍이라는 매우 중요한 핵심이 있다. 특히나 위기 직후 기업에 의해 진행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타이밍이라는 핵심을 간과하고는 아무런 이득도 없을 수 있다.

아주 알기 쉽게 가상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오늘 아침 김철수씨의 7살 아들이 옆집 5살 여자 아이를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치원 가는 버스 안에서 앞에 앉아 있던 옆집 여자 아이를 때려 그 아이의 눈두덩이가 부어 올랐다. 버스 안에서 선생님들이 말리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할찌 몰라 폭행한 아이를 집으로 일단 돌려 보내고 아빠인 김철수씨와 엄마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때 김철수는 어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까?

김철수씨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자신의 아들을 보니 참 안되 보인다. ‘무슨 기분 나쁜일이 우리 아들에게 있었을 꺼야’하고 생각한다. ‘혹시 그 여자 아이가 우리 아들에게 먼저 화를 돋구는 짓을 한건 아닐까?’ 추측하기 시작했다. 7살짜리 아들은 ‘아빠, 나는 안 때렸어요. 옆집애가 그냥 와서 눈을 부딪힌거예요.”라 이야기 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 하며 별반 결정 없이 몇 시간을 보낸다. 내심 별 것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거다.

몇몇 같은 유치원 학부형들이 그 소식을 듣고 김철수씨 집으로 항의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한 엄마의 전화에 김철수씨 아내는 당황해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애들 사이에서 말 다툼이 있다가 우리 아이 주먹이 여자 애 얼굴에 스친거 뿐인걸요…” 이상하게도 엄마들은 더 화를 내기 시작했다. 김철수씨와 엄마는 아들을 바라보면서 ‘이걸 어쩌지? 언제까지 엄마들이 시끄럽게 하려나…’걱정하며 또 몇 시간을 보냈다.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선생이 그랬는지 다른 영악한 아이들이 그랬는지 유치원 버스안에서 김철수씨 아들이 옆집 여자애를 때리는 상황이 자세하게 적힌 내용이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엄마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오늘 아침 폭력을 행사한 7살짜리 아이가 어느 아파트 몇 동의 누구 아들인지를 모두 알게 되었다. 유치원 사진도 돈다. 폭행을 당한 여자 아이의 부모가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윽고 직접 김철수씨 아파트 집문을 두들기는 엄마들도 생겨났다.

너무 시끄러워지자 김철수씨 아내는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알았어요. 지금 우리 애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예요. 그 결과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할지 결정할테니 돌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은 대체 집안에서 뭐 하는 중이냐고 계속 항의 하고 있다.

결국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더 시간이 지났다. 아파트가 시끄러워 지고 다른 집들에서도 무슨 일인가 구경을 한다.이윽고 늦은 오후 김철수씨 집 문이 열리고 김철수씨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근신시킬 것입니다. 앞으로 아이 예절교육도 잘 시킬거구요. 옆집 여자 아이와 그 부모에게도 사과 하러 가려고 합니다. 미안합니다.”

엄마들은 왜 이런 결정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느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얼핏보니 김철수씨 집 거실에는 ‘김씨네 가문의 아이들은 예절바른 어린이여야 한다’는 가훈이 쓰여져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나절이 지나 갔는데 아직 옆집 아이에게 찾아가지도 않았다니 더 황당한거다.

철학의 실현이냐 생존 본능이냐?

가족의 위기를 잘 관리하려 했었다면 아침에 아이가 선생님들에 의해 귀가 조치를 당한 직후 김철수씨와 아내는 거실에 걸린 가훈을 바라보고 아이를 호되게 야단 쳤어야 한다고 많은 엄마들은 이야기한다. 아이의 손을 끌고 옆집으로 가서 눈두덩이가 부어 있는 여자 아이와 부모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용서를 빌었어야 했다는 거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기 타이밍을 놓치고 폭행을 저지른 아이의 엄마는 아들을 감싸려 했다. 아빠는 시간이 지나가 엄마들에게 다 알려지고 아파트 문을 두드릴때까지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주저했다. 몇몇 친한 엄마들에게는 조금만 조용히 있어 달라고 요청도 했다. 상황이 너무 너무 안좋아 져서 아파트가 떠나갈 정도가 되니 아빠는 그 때서야 결정을 내렸다. 사실 아주 아픈 결정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아빠 엄마가 볼 때는 그리 늦은 결정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뒤 늦게 고개를 숙인 김철수씨 가정은 다른 화난 엄마들에게 양육철학까지 의심 받게되었다. 스스로 가훈을 기억해 아이에게 단호하고 상대에게 예의바른 실행을 빨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상황이 악화되니 어쩔수 없이 억지로 아이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다. 일부 엄마들은 일단 마지 못해 아이를 근신 시키고 계도하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한번 지켜 보자 이야기한다.

타이밍에 맞는 사과는 자발적 철학의 구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친 뒤 늦은 사과는 어쩔수 없는 생존 노력인 것으로 폄하된다.

김철수씨 가정에 양육의 철학이 있고, 가훈을 항상 기억하고 있고, 그것으로 아이들을 가르쳤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고, 만약 한번 있었다 해도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서라도 타이밍을 맞추어 적시에 커뮤니케이션 했었어야 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단순히 늦었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jameschung.kr/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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