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디스커버리 서비스는 필패냐 기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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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유튜브를 기반으로하는 비디오 디스커버리 서비스들의 성공 가능성은 낮음. 하지만 새로운 비디오 플랫폼 시장의 가능성은 열려있음. 웹 브라우저와 같은 표준화된 비디오 채널 플랫폼이 구축될 필요가 있음.

얼마 전까지 구글러였었고, 유튜브 일을 하기도 했던 헌터 워크(Hunter Walk)가 왜 비디오 디스커버리 스타트업들은 다 실패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수직적(전문성) 컨텐트라면 어떤 주제에 대한 단순한 컬렉션이 아니라 컨텐트, 커뮤니티, 에디토리얼 등의 ‘컨텍스트’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수평적(다양성) 컨텐트라면 단순한 브라우징이나 큐레이션이 아니라, 특정 컨텐트를 찾는 고목적성[high intent]뿐 아니라 그저 웃긴 비디오를 찾는 저목적성[low intent]까지를 망라하는 ‘검색’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요즘 유행인 소셜 비디오도, 소셜 그래프는 관심 그래프가 아닌데다, 소셜 컨텍스트로부터 분리된 비디오는 소셜이 아니므로 실패한다. 그리고 수익화가 힘든 비디오 유통구조라는 문제점이 있다.”

일단 유튜브를 기본 전제로 얘기했기 때문에, ‘비디오 디스커버리’라는 대주제로 승화시키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너무 추상적이고 단정적입니다. 어쨌든 ‘비디오 디스커버리’가 벤처 규모의 사업이 아니라는 말에 발끈한 분이 계십니다. 바로 그 비디오 디스커버리 앱을 만드는 대표적인 벤처, 쇼유(ShowYou)의 CEO인 마크 홀(Mark Hall)입니다. 그의 반론은 이렇습니다.

“미디어 서비스는 사용자의 불만 요인[pain point]을 해결하려는 유틸리티 서비스가 아니다. 그저 즐기고 정보를 얻길 바란다. 그리고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이 TV를 대체하고 있고, 거기에 새로운 종류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의 거대한 기회가 있다. 단순한 ‘비디오 디스커버리’ 문제와는 다른, 더 심오한 문제다. 태블릿에선, 기껏해야 비디오 찾을 때 또는 링크 따라 열릴 때나 사용되는 유튜브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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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비디오 디스커버리 앱, 쇼유(ShowYou)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헌터의 비디오 디스커버리 서비스 필패론에 더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마크의 태블릿 미디어 서비스의 가능성에 더 찬성하십니까. 둘 다 동의할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못할 부분도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유튜브의 한계성이 문제.

헌터는 그냥 유튜브의 현재 디스커버리 구조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단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현재 유튜브의 한계성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작 평균 3분짜리 비디오를 어디 링크를 타고 들어와서야 소비를 하는 구조이죠. 거기에 무슨 디스커버리가 필요하겠습니까. 굳이 필요한 경우만 ‘검색’ 정도가 중요한 디스커버리 포인트가 되겠죠.

본격적인 비디오 시청 환경, 즉 마크가 얘기한 TV를 대체할 태블릿 미디어 플랫폼의 측면에서 보자면, 유튜브 컨텐트는 답이 아닙니다. 현재의 비디오 디스커버리 서비스가 실패하는 이유는 그 기반이 이미 한계를 가진 유튜브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물론 유튜브도 변화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컨텐트를 유통하기도 하고, 꾸준히 오리지널 채널을 구축하고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튜브가 캐주얼(casual) 컨텐트가 아니라 리추얼(ritual) 컨텐트 채널의 아카이브로 발전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제3 비디오 디스커버리 서비스가 가능성이 있겠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전문 프로그래밍의 문제가 있습니다.

오리지널 컨텐트를 포함한 전문 프로그래밍 채널이 되어야 가능한 얘기.

시청자들에게 충성도가 있는 리추얼 컨텐트 채널을 만들려면 전문 프로그래밍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청자들은 지금 현재 최상의 프로그램으로 준비된 채널로 고정됩니다. 단순히 특정 주제어를 가지고 개방된 컨텐트를 모아놓는다거나, 관심(또는 취향)이 걸러지지 않은 소셜 네트워크로 추천된 컨텐트를 단순 전달해 주는 것은 전문 프로그래밍과는 한참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실제로는 고도의 전문직인 ‘큐레이터’를 일반인 수준으로 끌어내려 그 용어를 차용하고 있는 소위 ‘컨텐트 큐레이션’은 실제론 넘어야 할 태산이 구름에 가려진 컨셉인 것입니다. 지금의 TV 채널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최상의 차별적인 컨텐트가 시기적절하게 배치가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컨텐트를 생산해 내거나 독점 유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오리지널 컨텐트 채널을 구축하는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비디오 채널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최상의 채널조차도, 채널 고정을 울부짖으며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컨텐트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제3의 디스커버리 서비스가 어떻게 이런 채널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분명 유튜브의 시장이 있다, 압도적 1위의 비디오 트래픽이 아니냐고 반문을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트래픽이 1위 하는 것은 전체 미디어 소비 시간에서도 1위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유튜브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미디어 소비 시간 부동의 1위인 TV를 따라 잡지는 못합니다. 내가 TV 볼 시간을 조금이라도 빼서, 유튜브 디스커버리 서비스를 틀어 놓을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그런 제품으로 소수의 틈새시장을 넘어설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취미’가 아닌 ‘사업’으로는 정말 무모한 짓입니다.

표준화된 비디오 채널 플랫폼에 가능성이 있음.

하지만 태블릿이나 기타 개인화된 스크린을 통한 TV 대체 플랫폼에 대한 가능성은 분명 있습니다. 시장 역학을 떠나 소비 행태적으론 그렇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산재된 인터넷 비디오를 단순히 모아주는 서비스는 성공할 가능성이 적지만, 그런 플랫폼이 공통된 표준화되어 존재한다면 어떨까. 웹 표준을 준수하는 웹 문서들과 이를 렌더링해주는 브라우저가 오늘날 인터넷 미디어 세상을 만들고 있듯이, 그런 표준화된 비디오 채널 플랫폼이 있고, 그것을 열어주는 비디오 채널에 최적화된 클라이언트도 웹 브라우저처럼 표준화된 규약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그런 것 말입니다. 말하자면 TV 방송 채널들의 파이프가 케이블이 아니라 인터넷의 구름에 꽂혀 있고, 시청자들은 채널 관리 클라이언트를 통해 재핑을 하는 겁니다. 그게 꼭 라이브일 필요도 없습니다. 팟캐스트 구독 형태가 발전할 수도 있겠죠.

이런 일은 누가 할 수 있을까요? 그게 유튜브도, 일개 스타트업도 아닐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은 드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 : 게몽
출처 : http://digxtal.com/insight/20130423/video-discovery-failure-or-ch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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