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형 인간과 넌제로섬형 인간

어떤 거래를 하든지 매도자와 매수자는 각각 얻는 게 있다. 하지만 거래 당사자 중 한 명이라도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땐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인식 차이를 극복하고 거래가 성사되면, 서로 얻는 게 있기 때문에 거래는 넌제로섬(non-zero-sum) 게임이다. 하지만 넌제로섬 게임이라 하더라도,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일부 띈다. 매도자가 중고차를 1,000만원에 팔려 하고, 매수자가 900만원에 구매하려고 할 때, 900만원과 1,000만원 사이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된다. 중간 가격인 950만원을 균형점이라고 가정해 보자. 만약 980만원에 거래가 성사된다면, 매도자가 이긴 거래가 된다. 이에 반해 930만원에 거래된다면, 매수자의 승리다.*

넌제로섬 게임에서도 제로섬의 영역이 있기 때문에,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약간의 투쟁이 발생하는데, 그럼에도 적정 가격대라면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윈윈인 넌제로섬 게임이다. 따라서 이런 제로섬 영역에서 서로 양보를 하지 않으면 결국 거래가 성사되지 않기에 매도자, 매수자 모두 손해다. 말하자면 넌제로섬 게임에서도 이런 제로섬 영역에서 적절한 협력이 필요한 뜻이다.

농구, 축구, 테니스, 체스, 바둑, 장기와 같은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게임은 제로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경기에서 상호 협력보단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게 하고 나는 실수를 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서도 상대보다 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런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갈리는 제로섬 게임을 제외하고 현실은 거의 대부분이 넌제로섬 게임이다. 말하자면 거래를 하거나 업무를 같이 하거나 심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 받는 경우라도, 승자와 패자의 논리보단 서로의 이득을 취하는 게 좋다. 즉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협력을 통해 상호 이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단 뜻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사실 대개의 일이 넌제로섬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을 제로섬 게임의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일을 잘해보겠다고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서, 혹은 팀원들을 모아서 회의를 할 때, 이것은 전형적인 넌제로섬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거기에 모인 사람이 모두 승자가 되어 회의를 끝마치는 게 좋단 뜻이다. 물론 중고차 거래처럼 넌제로섬 게임에도 제로섬 영역이 있다. 회의에 모여 있는 사람보다 더 멋져 보이고 싶거나, 회의 중에 논리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거나, 상대방의 말도 안 되는 의견에 논리적인 평가를 하고 싶은 것들이, 바로 제로섬 영역의 일들이다.

그런데 회의를 통해서 참가자들이 무언가를 얻어 가는 것보다 이런 제로섬 영역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참가자들과 싸워서 어떻게든지 이기려고 한다. 넌제로섬 게임에서 제로섬의 마인드로 접근하는 참가자가 있다면, 그 회의는 순신간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변한다. 결국 넌제로섬 게임으로 서로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는 자리가, 승자와 패자,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으로 편이 나눈 채 끝나고 만다.

이런 상황은 말 그대로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상황이다. 오늘도 사람들은 많은 회의에 참석하고 많은 회의를 주관할 것이다. 이런 회의에서 무엇을 얻는 게 중요할까? 제로섬 게임을 통한 작은 자부심? 아니면 넌제로섬 게임을 통한 진정한 성취. 결과로 보면 큰 차이지만, 회의를 보는 미시적인 관점이 이런 큰 차이를 만든다.

* 신의 진화,에서 인용함

글: 신승환
출처: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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