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서비스 구조 읽고 쓰기 (Understanding social media service structure)

<관련 포스트: 오가닉 미디어, 새로운 언어의 시작이다 I>

이번 포스트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특히 소셜 미디어를 독해하는 틀걸이로서 ‘서비스 구조 (Service Structure)’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앞서 미디어 컨테이너의 해체를 설명하면서 손에 잡히는 형태를 벗어 버리는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구조적 컨테이너’임을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이 구조란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서비스 기획자도 아닌데,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물론이다. 텔레비전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안테나나 HD 스크린이 아니다. 텔레비전으로 매개된 시청자들의 관계, ‘대중(mass)’이라고 표현되는 이 관계가 수십년간 우리의 사회와 문화를 지배해왔다. 트위터에 내가 작성하는 고작 140자의 글, 페이스북에 ‘좋아요’하는 웃긴 동영상 하나가 어떤 구조에서 작동하는지 인지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작은 행위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 ‘네트워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그 미디어의 속을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아니, 그 미디어를 나타내는 모든 것이다.

서비스 구조를 나타내는 3가지 네트워크
오가닉 미디어를 구성하는 네트워크는 사용자간의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고 정보간의 네트워크가 될 수도 있다. SNS뿐만 아니라 문서간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페이지랭크’도 물론 오가닉 미디어의 사례가 될 것이다. 이 관점에서 ‘오가닉 미디어’의 작동 원리와 연결, 확산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 구조를 이해하도록 한다. 모든 서비스 유형을 하나의 포스트에 담기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트위터 사례를 빌리도록 하자.

서비스의 구조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첫째, 콘텐츠가 연결되는 구조(콘텐츠간 네트워크); 둘째, 사용자가 연결되는 구조(사용자간 네트워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콘텐츠와 사용자가 연결된 하이브리드 구조이다.

1. 콘텐츠의 연결구조: 트위터의 ‘참조 네트워크(Reference Network)’ 사례
아래는 생성된 데이터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데이터간의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구조이다. 트위터의 콘텐츠 구조를 설명하는 스키마를 보면 데이터는 두가지 방식으로 생성된다. 하이퍼링크 없이 독자적으로 생성되거나 블로그 포스트, 신문 기사 등을 참조하는 방식이다. 전자를 일반적인 트윗, 후자를 ‘하이퍼링크된 트윗(hyperlinked tweet)’으로 명명할 수 있겠다. 링크를 생성하는 방식도 두 가지이다. 독립적으로 트윗을 생성하거나((create an initial) tweet) 이미 생성된 트윗을 리트윗(retweet)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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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정보 노드는 독립적 트윗과 외부의 글에 연결된 트윗(hyperlinked tweet)으로 생성되며, 전체 노드들간의 관계는 트윗과 리트윗 관계로 구성된다.

 

그런데 스키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종류의 노드와 두 종류의 링크가 합쳐져서 하나의 ’참조 네트워크(Reference Network)’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의 하이퍼링크를 참조한 트윗이든, 독립적으로 생성된 트윗이든 간에 노드간의 관계는 먼저 생성된 트윗을 ‘참조’하는 것이 아니면 형성될 수 없다. 특히나 트위터에서는 140자로 제한된 문장 또는 링크 정보가 공유되고 복사(RT)되고 팔로어들을 통해 확장되다 보니 이 참조 관계의 네트워크 규모가 커지는 속도는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연구 논문도 서로 참조 관계를 형성하지만, 논문이라는 문서의 특성상 오랜 시간에 걸쳐 매우 느린 속도로, 매우 제한적인 관계자들에 의해 링크가 생성되는 구조이다. 이에 반해 트위터의 참조 네트워크는 140자에 국한된 포맷을 통해 가볍게 실시간으로 확장된다.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현황에 대한 확산과 실시간 이슈 검색에 적합한 도구로 특화된 것은 매우 타당한 결과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콘텐츠간의 관계가 쉽게 맺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 콘텐츠를 생성하고 연결하는 주체, 즉 사용자간의 네트워크이며 사용자간의 구조가 콘텐츠 구조와 상호작용하면서 서비스의 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2. 사용자의 연결구조: 트위터의 ‘구독 네트워크(Follow Network)’ 사례
트위터의 사용자 관계는 한마디로 ‘구독’ 관계이다.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와 같은 SNS가 사용자간의 친구 관계, 즉 양방향으로 친구를 신청하고 수락하는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면 트위터는 한 쪽이 다른 한쪽을 구독하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 아래의 친구 네트워크의 경우는 양방향으로 서로 신청-수락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므로 노드간의 연결이 빠르게 일어나기 어렵다. 그리고 소수 그룹간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 페이스북이 일찌기 도입한 ‘친구 추천 시스템’은 이와 같은 단점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고 현재는 트위터를 비롯한 많은 서비스들에서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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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네트워크와 달리 친구 네트워크는 신청-수락 관계가 필요한 양방향 네트워크이다.

 

반면, 아래의 스키마가 제시하는 것과 같이 트위터의 사용자간의 링크는 오로지 ‘팔로우(follow)’ 행위로만 생성된다. 팔로우한 사람의 글을 구독하기 위한 것으로, 예를 들면 수없이 많은 정보원(신문사, 친구, 전문가 등)들이 생성하는 콘텐츠의 헤드라인을 실시간으로 받아보는 방식과도 같다.

 

followernetwork
트위터의 사용자 관계는 구독 관계이며 일방향의 ‘팔로우 네트워크 (Follower Network)’를 구성하고 있다.

 

위의 스키마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사용자간의 구독 네트워크는 랜덤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유명인이나 유익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사용자에게 구독자들이 집중될 수 있고 이렇게 보면 매스미디어의 일방향 네트워크와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의 네트워크에 반해 트위터와 같은 구독 네트워크는 두 가지의 큰 차별점을 지닌다.

첫째, 링크가 생성되는 원리는 일방향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구독함으로써 간접적인 양방향 링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명인의 경우 그 사람을 구독하는 사람(Follower)의 수가 그 사람이 구독하는 사람의 수(Following) 대비 훨씬 더 많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팔로우와 팔로잉 리스트는 상당히 중첩된다. 서로 공감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관심 주제에 대해 양방향으로 토론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확률도 높다는 뜻이다. 매스 미디어의 경우, 어떤 신문을 구독할 것인지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신문사가 독자가 생성하는 정보나 생각을 구독하고 양방향으로 소통하지는 않는다.

둘째, 트위터의 사용자 네트워크의 경우, 허브는 있지만 중심(center)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래와 같이 매스미디어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하나의 중심이 존재하며 하나의 노드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닌다. 메시지를 수신하는 것 외에 수신자들에게 허용된 다른 활동은 없다. 반면, 트위터와 같이 사용자의 능동적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구독 네트워크에서는 단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 복수의 허브가 존재한다. 복수의 허브와 노드들로 인해 정보를 완벽하게 장악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날조되거나 잘못된 정보들이 이러한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전파되기도 하고 정확한 ‘속보’를 유통하기도 한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에서 나타난 소셜 미디어의 명암). 하지만 아직은 진화과정 중에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실시간 미디어 현상이 저널리즘 영역의 변화도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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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미디어 네트워크에는 중앙집권적 네트워크(Centralised Network)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노드가 중심(center)이 된다.

 

3. 콘텐츠와 사용자의 연결구조: 하이브리드 네트워크(Hybrid Network)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위의 콘텐츠 구조와 사용자 구조를 합하면 기본적인 서비스 구조가 완성된다. 트위터의 경우는 트윗이라는 노드와 사용자라는 노드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라고 하겠다. 하이브리드 구조는 네트워크 스키마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전자가 전체 서비스가 작동하는 구조를 표현한다면, 후자는 사용자에게 그 작동 방식이 전달되는 방법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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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네트워크와 사용자 네트워크를 합친 서비스 구조이다. 트윗과 사용자가 각각 다른 노드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물론 실제의 서비스 구조는 여기에 표시된 링크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예를 들어 리트윗에 ‘@+아이디’로 원글의 작성자를 맨션(mention)’하면 리트윗 행위와 함께 트윗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내가 팔로우하지 않는 제3의 사용자와도 연결될 수도 있다. 다만 위의 그림에서는 서비스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노드와 링크 관계에 집중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네트워크에서 보면 콘텐츠가 확산되는 속도와 사용자 관계가 확산되는 속도에 있어, 이종의 네트워크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윗을 생성하고 리트윗을 하면 할수록 작성자를 팔로잉할 확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구독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수록 트윗이 생성되고 연결될 확률도 높아진다. 구독과 참조간의 시너지 효과이다.

이러한 서비스 구조가 사용자에게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통해 전달된다. 위의 스키마를 UI로 표현하면 아래의 이미지와 같다. 관심있는 사람을 구독하면 자동적으로 내 홈페이지에 글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구독된 글을 읽다가 공감하거나 반응하고 싶은 글을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보낼 수 있다.

사실 이와 같은 피드 구조는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홈페이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는 계기가 되었다. 트위터가 등장하기 전에 홈페이지란 부지런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계속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운영하지 않으면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2006년 트위터가 등장하면서 홈페이지의 개념에 큰 변화가 생긴다. 일명 ‘마이크로 블로그’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보다 가볍고, 다른 사람들이 작성한 글 만으로도 내 홈페이지를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글을 구독하고 피드로 가져오는 방식은 트위터가 처음은 아니었다. 기존의 피드 방식인 RSS(Rich Site Summary)는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존재해온 기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드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트위터에서 사용이 쉬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서 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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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서비스 구조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각각의 페이지에 리스팅되어 있는 트윗들은 당연히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그림에서 Agnes Yun이 Bloter의 트윗을 리트윗하면 팔로우 관계 이외에도 개별적인 트윗들간의 관계가 새롭게 생성된다. 물론 블로그 서비스도 이러한 면에서는 동일한 구조로 작동한다. 블로그를 구독할 수 있고, 개별적인 블로그 포스트에 트랙백 등으로 자신의 글을 연결하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블로그의 트랙백의 경우는 자신이 작성한 글이 있어야만 포스트를 연결할 수 있다. 트위터의 경우는 리트윗(복사)하는 행위만으로 글을 생성하고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와 같이 짧은 단문의 콘텐츠(트윗), 쉽게 복사하는 구조 (리트윗), 쉽게 유통하는 구조(팔로우)들간의 시너지가 발생하면서 트위터는 실시간 이슈를 검색하기에 적합한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진화하게 된다.

지금까지 트위터를 중심으로 서비스 구조를 독해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모든 인터넷 서비스는 그 유형과 목적을 막론하고 모두 사용자 네트워크와 정보 네트워크, 그리고 이 두 네트워크간의 결합(하이브리드 네트워크)으로 이뤄져 있다. 다르게 말하면 인터넷 서비스 구조의 쟁점은 ‘네트워크’에 있다는 말이다. 콘텐츠와 사용자가 각각 그리고 서로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가 서비스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간, 사용자간의 구조는 서비스가 진화할수록 매우 복잡한 모양을 형성하게 되지만, 서비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네트워크 구조는 단순할수록 좋다. 이후 노드와 링크간의 복잡해지는 관계는 그 다음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는 진화 중에 실패한다. 처음에 생성한 콘텐츠, 사용자 네트워크가 유지되지 못하거나,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이미 생성된 네트워크 구조와 행복한 공생관계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기의 그림은 당연히 수정될 수 있지만 (그리고 수정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3가지 유형의 네트워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의 진화가 무엇보다 ‘네트워크의 진화’ 측면에서 고민되지 않으면 나중에 뒤엉킨 실타래를 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러두기: 인터넷 서비스가 어떤 구조인지 설명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시스템 엔지니어가 설명하는 방법과 웹엔지니어가 보는 관점이 다르고 기획자, UX, UI 관점 등 다양하다. 모두 고려되어야 하고 당연히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다만 이 포스트에서는 미디어를 구분하는 구분자로서 ‘네트워크 유형’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의 쟁점을 이해하고자 했음을 일러두고자 한다.)

<관련 포스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나’의 정체성
미디어의 3가지 구성요소
공간은 컨텍스트다

글 : 오가닉 미디어랩
출처 : http://bit.ly/17X8g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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