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는 ‘의지’에 대한 문제다

 

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75443532@N08/860529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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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만도 굵직 굵직한 위기관리 케이스들이 많이 모니터링된다. 이번 남양유업 케이스만 해도 그 초기 이슈화는 이미 2006년 에 있었다. 

우유강매 남양유업 대리점 손해 60% 배상책임 쿠키뉴스 2009.09.23 (수) 오후 5:17

2005년 7월부터 2006년 4월까지 9개월간 남양유업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대리점에 4678만원어치의 제품을 강매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다. ‘밀어내기’ 남양유업, 알고보니 15년째… 서울신문, 2013.5.9

이번 건과 같이 집단행동으로 가시화된 시기만 해도 201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경실련 “남양유업, 대리점 유기농우유 강매 중단하라” 뉴시스 2012.05.08 (화) 오후 1:13
남양유업 대리점에 강매·떡값 요구 경기신문 2012.05.09 (수) 오후 11:18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관련 논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을 한다. 그러나 기업 위기의 대부분은 “해당 기업이 위기를 관리할 의지가 있는가?”에서 시작한다. 기업들이 위기를 관리할 의지가 왜 없겠는가?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많은 기업들은 위기를 관리할 의지가 없어 위기를 발생시키고, 위기로부터 피해를 자초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양유업 케이스에서도 이런 ‘의지’의 문제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피해를 주장하는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을 과연 본사 경영진들은 보지 못했을까?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밀어내기에 대한 이야기과 직원들의 떡값 수수에 대한 목소리를 본사 경영진은 요 며칠 동안 처음 들었던 것일까? 남양유업의 경우에는 그러한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서도 직접 위기관리에 나설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 경영진이 이를 보도하는 여러 언론의 보도와 기사들을 보고 읽지 않았을 리 없다.

“남양유업 강매 횡포”…대리점은 봉? YTN TV 2013.01.30 (수) 오전 5:18
“남양유업 ‘강매 횡포’ 공정위 고발” YTN TV 2013.01.30 (수) 오전 5:18 보내기

기업의 경영진들이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를 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기를 관리해서 얻는 이익보다 관리하지 않아서 얻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시적 위기요소를 인지하면서도 이를 위기로 정의(define)하지 않고, 관리 의지를 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기요소를 위기로 정의하는 시작점은 언제인가? 경영진들이 위기를 관리하려는 의지를 가지게 되는 시작점은 언제인가? 가시적으로 자사에 위해가 가해지는 환경에 처했을 때다. 이번 케이스에서 보더라도 거래처들과 정부 규제기관을 포함해 대규모의 언론 주목과 온라인상에서의 비판, 주가하락, 판매하락, 회장관련 비판 및 주목 등의 ‘가시적 위해환경’이 조성되니 이를 ‘위기’로 정의하고 경영진이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대표의 사과문에서 언급된 상생기금이나 대리점주들에 대한 고소 취하 등의 개선안은 이미 2009년 정도에도 발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당시와 현재가 다른 것은 위해환경의 조성으로 경영진들의 위기관리 의지가 생겼다는 것 뿐이다.

올해 계속 발생하는 생산현장의 안전 위기도 그렇다. 임원의 항공사 승무원 폭행 케이스도 그렇다. 노조문건의 유출과 노조탄압 케이스도 그랬다. 수입 제품의 가격 폭리 케이스도 그랬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리베이트 케이스들도 그랬다. 고객정보의 연이은 유출 케이스들을 보아도 그렇다. 제품 이상으로 인한 강제회수 케이스에서도 그랬다. 경영진의 위기관리 의지가 있었다면 대부분 방지 또는 완화 할 수 있는 위기들이다.
기업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이는 분명 내부에서 보고되고 공유되고 있다. 기업이 스스로 모르던 위기는 없다. 위기 발생 시 해당 위기를 몰랐던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것은 위기관리에 있어 전형적 딜레마인 “악당과 바보”의 딜레마 때문이다.

“해당 위기를 알고 있었다”고 시인하면 해당 기업 경영진들은 공중에 의해 ‘악당’으로 인식되어 버린다. 하지만, “해당 위기를 알고 있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면 경영진들은 공중에 의해 그냥 ‘바보’로 인식되고 만다. 이 두 개의 딜레마에서 기업들은 대부분 ‘바보’로 인식되는 쪽을 택한다. 이 또한 ‘악당’으로 인식되어 지는 것보다 위해가 덜 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가 강한 기업이 선진적인 기업이고,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직접 피부에 와 닿아야만 위기관리에 대한 의지를 생성하는 기업보다는 훨씬 강한 기업이다. 경제민주화 바람과 사회적 이해관계자 파워가 점차 강해지는 이 시기에 많은 기업들에게는 위기관리 ‘기법’ 이전에 위기관리를 향한 ‘의지’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7Jk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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