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24)] 스타트업과 MBA

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님! 에이프릴입니다.  

오늘 제가 쓰려는 글이 어떤 분들께는 당혹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쓰면서 처음으로 떨려요. 하지만 이 글을 쓴 후에야 비로소 제 소식을 편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 달 1년 MBA 과정에 입학합니다. 구구절절 설명하면 장황해질듯 하니 짧게 말씀드리면, 저는 지난 겨울 Kellogg MBA 1년 과정에 지원했고, 3월부터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웨이팅이 풀려 지난 수요일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1년 반 전 미국인 친구들과 SpurOn 사업을 하던 중 처음 MBA에 지원했습니다. 지원한 세 학교 중 Kellogg에 웨이팅이었는데 끝까지 풀리지 않았죠. 8월 31일 학교로부터 클래스가 찼다는 소식을 들은 나흘 후 채팅캣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게 됩니다. 물론 미리 준비했던 것이죠. 

MBA는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직장 생활 내내 한국을 떠나 글로벌리안으로 살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해외 취업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 MBA라고 믿었죠.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미국에 건너갔고, 창업 대선배를 만나 창업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럼 스타트업을 한다더니, 왜 다시 MBA냐? 오늘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제가 스타트업 중에 MBA 병행을 결정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dilemma

스타트업과 상극인 MBA?

보통 창업과 MBA는 상극이라고 하죠. 일반적으로 MBA를 가려는 사람은 안정적인 길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또한, 일 년에 1억, 2년에 2억 가까운 돈이 들기 때문에 졸업 후 들인 돈에 대한 회수 욕구가 큽니다. 즉, 졸업할 때가 되면 성공의 불확실성이 큰 창업보다 일단, 취업을 고민하게 되죠. 때문에 “스타트업 바이블”을 쓰신 배기홍 대표님은 “MBA가 창업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가 되니 창업하려면 그냥 처음부터 창업을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한편,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님은 MBA 합격 후, 스타트업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후배에게 “일단 한 학기만 다니고, 창업하라”고 조언하셨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을 잘 하려면 MBA에서 배우는 지식보다 실제로 스타트업을 해 보는 것이 좋다는 두 분의 의견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이미 너무 오래된 지식이며, 2년 동안 학생 신분으로 있다보면 사회가(사람들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왜 MBA인가?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죠. 아마 제가 미국에서 학부를 나왔거나, 혹은 한국형 로컬 비즈니스를 한다면, 글로벌 MBA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 돈으로 그냥 창업하라고 했겠죠. 

하지만, 미국에서 저는 “ 노바디(Nobody)”였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때문에 좋은 팀을 꾸리는 것부터가 큰 도전이었습니다. 개발자나 디자이너는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지만, 영어가 미숙한 마케터 출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이는 적었습니다. 그나마 채팅캣의 숫자(매출)가 나오면서 상황이 많이 나아졌고, 자신감이 생겼지만, 여전히 연고 없는 미국이란 땅에서 외국인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한편, 제가 현재 두 달 간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 미국과는 굉장히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참 어렵게 사람을 만나고, 외롭게 사업을 했다면, 한국에 있는 동안 저는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제 칼럼을 통해 저를 기억하시고 만나자고 하신 분들이 많았고, 학교 선후배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분들과의 만남도 쉽게 주선되었으며, 스타트업 대회에서 채팅캣을 발표한 후엔 투자자의 컨택, 비즈니스 파트너 요청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즉,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네트워킹이 되다보니 비교적 쉽게 비즈니스가 풀리는 듯 했습니다. 때문에, 6개월에서 1년 비즈니스를 안정화 시킬 때까지 한국에 들어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일까요? 이런 고민 중, 풀릴 가능성이 5%미만이라고 생각했던 MBA의 합격 통지를 받게 됩니다. 

딱 세 시간 기뻤고, 지난 나흘 머리가 정말 아팠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이 글로벌 비즈니스인 이상 단기적인 비즈니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MBA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 글로벌 사업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에 하나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동안 카피캣이 나타나거나 서비스가 살아남지 못한다해도 MBA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토대로 저를 믿어준 팀과 함께 더 나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MBA가 꼭 필요한가? 

물론 아니죠. 토종으로 미국에서 훌륭히 사업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기사를 통해서 뵌 눔(Noom)의 정세주 대표님 같은 분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스타트업은 워낙에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잣대를 적용시키기 힘듭니다. 

또한, 꼭 미국에 가야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 있더라도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자 노력하고, 외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네트워크를 쌓고, 그들의 관점, 문화, 니즈를 이해하면 글로벌한 시각에서 문제가 보일 것이고, 글로벌한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믿습니다.  

 future

 

마무리 

제가 스타트업 멘토들께 “MBA에 가게 되었습니다. 1년 동안 학업과 스타트업을 병행합니다”라고 했을 때, 많이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병행할 수도 있죠. 어떤 사람은 초인적인 힘을 내기도 하니까.” 

현재 비즈니스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CEO가 공부를 하러 간다는 것은 팀 전원이 굉장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트업이니까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하며, 지금 당장보다는 꿈에 운명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해 저의 MBA 결정을 지지해 준 두 공동 창업자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에 힘입어 저는 초인적인 힘을 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일년 동안 [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를 읽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 년 후, 더 많이 성장해서 돌아오겠습니다.

 

글: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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