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너무 걱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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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14834045@N04/630613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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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심사를 하다 보면, 또는 투자 한 업체에 대해 다른 분들에게 설명을 하다 보면 ‘대기업이 진출하면 바로 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 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저도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만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 진입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덜 걱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은 이미 알고 있다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은 대부분 대기업이 아직 진입하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아이템 또는 시장을 겨냥합니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해당 시장 또는 아이템을 몰라서 안했을까요? 만약 정말 좋은 기회라면 십중팔구 해당 분야의 대기업이 이미 알고 있는 기회일 것 입니다. 대기업의 신사업 부서, 전략 부서에서는 늘 미래 먹거리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고 수십명의 팀원이 신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사내 벤처 제도, 매 분기 벌어지는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등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있습니다. 저도 이전에 국내 한 대기업의 그룹 신사업 발굴 프로젝트를 수행 한 적이 있는데요 1개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50개 이상의 시장을 검토 했었습니다.

이렇게 발굴된 기회 중 상당수는 대기업 입장에서 너무 작은 기회일 것 입니다. 또는, 이전에 비슷하게 해 보았다 실패한 것이라 다시 시도하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중인 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추가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훌훌 털고 나면 소수의 기획만이 남게 되고 나머지는 전부 스타트업에게 기회로 남게 됩니다.

 

망설인다

그리하여, 소수의 사업이 추가 검토 및 진행 대상이 되었다고 칩니다. 그래도 해당 분야에 진출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왜냐하면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 관찰 상 일반적인 대기업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열심히 일하는) 스타트업보다 인당 임금은 1.5배 높고, 인당 시간당 생산성은 70% 정도이며 근무 시간 역시 스타트업의 70% 정도인 것 같습니다. 종합해보면 결국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했을 때 대기업은 스타트업 대비 약 3배의 자금이 더 소요된다고 보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르게 설명해 보면 배달의 민족, 오픈서베이, 이음, 스피킹맥스 등 유수의 스타트업들이 20억 안팎의 투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대기업이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면 최소 60억은 든다고 볼 수 있겠죠.

60억이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큰 돈은 아니지만 작은 돈도 아닙니다. 이 정도 사업을 추진하려면 디테일한 재무 계획과 시장 분석, 팀 전체 회의, 상무님의 결제가 필요합니다. 보고서 만들고 검토하고 결제받고 피드백 다시 반영하다 보면 한 두달이 족히 갑니다. 그러다 위에서 드랍되기도 하고, 실무자가 하다가 관두기도 합니다. 이러고 저러고 하다 보면 제대로 진행 되는 것은 몇 개 없게 됩니다.

 

시작하고도 망설인다

그리하여, 결국 대기업이 신규 사업을 시작했다고 칩시다. 그래도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대기업의 예산 집행은 대부분 실적 기준으로 이루어 지고 오너 또는 핵심 임원의 확고한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가 아닌 한 실적 안 좋으면 예산 배분이 잘 안됩니다. 그러다 보면 망하기도 하고, 좀비 사업 되기도 하고 하다 보면 또 많이 사라져 갑니다.

이때쯤이면 스타트업은 Series A 펀딩을 마치고 한참 달리고 있겠죠.

 

기회가 보인다면 할 수 있다

희망을 주고자 쓰는 글은 아닙니다. 이미 아래와 같은 다양한 사례들이 좋은 스타트업이라면 충분히 대기업과 경쟁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기사(네비게이션) : 출시 당시 이미 T-Map, 올래네비 서비스 중. 10명 안팎의 인원으로 서비스 개발 및 운영하여 올해까지 총 400만 다운로드 달성. 통신사들의 담당 팀은 현재 수십명 이상 규모로 알려져있음
핀콘(모바일 게임 ‘헬로히어로’) : 개발 시작 당시 이미 유수의 게임 개발사에서 Full 3D RPG 게임을 개발중 이었으나 단돈 3.5억원의 투자와 최소한의 인원으로 대기업들보다 먼저 게임 출시. 이후 일 매출 1억 이상 달성하며 모바일 RPG의 리니지가 됨
배달의 민족(음식 배달 서비스): 서비스 초기 대형 인터넷 포털 N사에서 검토중이었으나 시장 크기에 대한 확인이 없어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짐. 배달의 민족은 올해 매출 100억 이상 달성 예상.
오픈서베이(모바일 서베이): 주요 IT 업체에 이미 유사 서비스가 존재했거나 유사 사업 검토 중이었으며 여전히 다들 검토중, 기획중, 또는 서비스 정체 상황임. 지속적 플랫폼 고도화 및 매출 급성장 중

반대로 대기업이 벤처의 영억에 진입했다 실패한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전자상거래 쪽의 몇몇 사례, 통신사의 소셜 커머스 진출, 글로벌 전자회사의 각종 ‘혁신’ 제품 등등…자세한 설명은 생략 : )

물론 대기업을 깔보자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벤처정신이 살아있는 몇몇 업체들의 속도와 집중력은 실로 무섭습니다. 최근 11번가의 급부상과 같은 좋은 성장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쫄 필요도,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3자로서 양 쪽 모두를 지켜본 저 나름의 결론입니다. 최소한 IT 산업에서는요.

정말 기회가 보인다면 할 수 있습니다.

P.S 첨언하면, 대기업이 능력이 없어서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벤처와 대기업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를 뿐 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은 가용한 인프라와 구축된 핵심 역량을 이용하여 느린 의사 결정과 고비용 구조를 상쇄할 수 있는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할 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의 유기적 성장에 대한 내용은 Chris Zook의 ‘핵심을 확장하라’ 등 다양한 경영 서적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는 대기업이 인프라와 역량이 없는 분야에 진출하고자 할 시에는 M&A가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글 : 위현종
출처 : http://jasonwi.com/20

About Author

/ jason@softbank.co.kr

현재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수석심사역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전략 수립, 해외 진출, 인수 합병에 관련된 다양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 하였습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는 아이디인큐, 에스이웍스, 코코네, 인포마크, 드라마피버 등 한, 미, 일의 다양한 IT Start-up에 400여억원 상당의 투자를 집행하였습니다. 회사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신뢰받는 투자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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