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AUNCH 3] 창업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4가지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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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

 

■ 무서울 정도로 빠른 한국 시장의 성장 속도와 흡수력..이런 속도에서는 남들의 실수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아

대한민국을 작은 시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로벌 진출을 하지 않으면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장 같은 규모는 전세계에서 5곳 밖에 없다. 한국 시장은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쿠팡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한국의 규모와 속도 때문이었다.

2010년, 한국에 오고 두 달 후에 쿠팡을 창업했다. 쿠팡은 현재 1,800만 회원과 월 PC 방문자 수 1,150만의 회사로 성장했다. 2년차 거래금액이 8,000억이었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에 2년이 걸렸는데, 이는 아마존의 2년차 거래금액이 1,700억(1997년 기준)이었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에 7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무척 빨라진 속도이다.

이런 속도에서는 내 실수보다 남들의 실수에서 배울 수 있는게 더 많은 법이다. 그래서 ‘겪을 필요가 없었지만 겪었던’ 내 실수를 여러분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실수 1.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한다

어느 벤처든지 사업 초기에 해야 될 것이 많다.

‘내가 지금 다른 것을 다 놓쳐도 이 한 가지만은 해야 한다’

이런 확신이 있다면 우선순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아직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타협할 수 없고 결정적인 경쟁력의 원천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쿠팡의 경우에도 초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고객 유치에 중점을 두기로 하였다.

조언 1. 한 가지의 핵심 경쟁력을 파악하고 그것에 집중하라

 

실수 2. 고객이 아닌 경쟁에 집중한다

한 거리에 A와 B, 두 식당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식당은 옆에 있는 식당보다 매출이 높고 시장점유율이 높아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고, B식당은 경쟁사가 누구든 우리 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이 웃고 나가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래서 A식당은 규모를 키우기 위해 모든 음식을 팔고, B식당은 고객의 만족에 집중한다. 단기적으로는 A식당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하면 주변의 시선과 투자자의 관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잘 나가는 회사가 주목도 받고 투자도 받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객에 의해 결정된다. 장기적인 성공은 결국 고객이 결정한다. 6년 후에 살아남을 식당이 어느 쪽이겠는가?

쿠팡은 경쟁사가 아닌 내부고객(직원)과 외부고객(소비자)을 바라본다. 경쟁사와의 상대적인 순위가 시장을 결정하지 않는다.

쿠팡의 매출이 3억이었을 때, 쿠팡을 사용하는 고객이 콜센터를 많이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콜센터 규모를 100명으로 늘렸다. 지금 되돌아보면 옳은 투자였지만, 그 당시에는 주변사람들이 “규모를 키워야 할 상황에서 왜 Cost Center에 신경쓰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내부 고객의 경우에는 단체 보험에 가입하고 매년 건강검진비를 지원하는 등 직원들 복지에 신경을 썼다.

스타트업일수록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장기적인 투자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 믿는다.

조언 2. 장기적인 성공은 결국 고객이 결정한다

 

실수 3. 선입견 또는 문화적 결정론에 빠진다

‘이건 안 돼’, ‘한국 문화에서는 이게 맞아’

이런 문화적 결정론에 빠지기 쉽다. 난 7살부터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학교나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런 문화적 결정론은 한국에서 생활을 안 해본 입장에서는 정말 빠지기 쉬운 논리였다.

문화적 결정론에 빠지면 배움은 없다. 즉, ‘한국에서는 이게 먹혀, 안 먹혀’를 믿는 순간 그 회사는 ‘절정’에 있는 것이다. 더 높이 다다를 수 없다. 도전할 명분도 없어진다. 이게 치명적인 실수이다. 해볼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쿠팡의 경우 애자일(agile) 문화를 도입하였다. 처음에는 애자일 문화에서 조직을 수평적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직급을 포기해야 했었고, 결국 도입에 실패를 했다. 이 때 쿠팡은 문화적인 결정론에 빠질 뻔 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현재 애자일 문화는 쿠팡에 자리잡았고 현재 개발 조직에서는 직급이 없다. 해외 문화의 장점(수평적)과 한국 문화의 장점(가족적, 스피드)이 융합되도록 노력하자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이 높아졌다.

조언 3. 동서양의 장점이 융합된 기업 문화를 지향하라

 

실수 4. 구성 인력에 맞춰 사업을 운영한다

사업 초기에는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지만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니즈가 바뀐다.

제일 어려운 점 중에 하나는 ‘회사는 커졌는데, 그 회사의 니즈에 맞는 구성원이 갖춰졌는가?’이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 갑자기 니즈가 커진다. 예전에는 그 니즈에 적합했던 멤버가 회사가 커진 지금에서는 그 역량이 따라가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경영자는 ‘저 직원이 조금만 시간을 주면 성장하겠지’ 혹은 ‘프로세스로 보완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사 순서대로 승진하는 문화를 만든다면 실력주의 문화가 깨질 것이다.

근본적인 인력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위태롭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 이슈, 무엇보다 사람 이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가, 아니면 지금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가를 고민하는가?’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충분히 고려하라. 회사는 장기적으로 문화가 결정한다. 나는 문화가 전부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 회사가 배우는 문화인지, 실력주의 문화인지를 신경써라. 문화적인 결정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무엇보다 훨씬 오래간다.

조언 4. 사업과 성장에 맞춰 인력을 과감히 구성하라

 

미국에서도 벤처 창업을 해보았지만 한국의 인프라와 인력은 우수하다. 단지 미국에 비해 창업 생태계 측면이 부족할 뿐이다.

생태계의 장점 중에 하나는 혼자의 시행착오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쿠팡에서 배울 수 있는 이 4가지 실수를 활용하라.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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