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반은 똘끼이지만, 사업의 반은 끈기” BCNX 박영욱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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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NX 박영욱 의장

BCNX 박영욱 의장(31)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쉼없이 달려온 10년차 사업가이다. 좋아하는 것에는 과할 정도로 빠져드는 데다가 사람 만나는 걸 즐기다보니 사업가는 그의 천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10년이 궁금했다. 인터뷰를 위해 강남에 있는 BCNX 사무실을 찾았다.

 

컴퓨터는 언제부터 좋아했나?

■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져본 컴퓨터, 자유롭게 컴퓨터만 하고 싶어 하드디스크만 들고 가출한 적도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가 컴퓨터 선도화 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교에 컴퓨터 40대가 들어왔다. 그 때 운 좋게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컴퓨터를 처음 만져보았다. 그리고 어머니 지인 분이 컴퓨터 관련 일을 하셨는데 내가 3학년일 때 구형 컴퓨터를 선물로 주시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동네에서 ‘컴퓨터 신동’이라고 불렸다.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뭔가를 만드는 걸 참 좋아했다. 중학생 때에는 학교 컴퓨터실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고 천리안 IP 자료실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내가 만든 자료를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 받으니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항상 하시던 말씀이 “아무리 컴퓨터를 잘한다고 해도 결국 용산 가서 컴퓨터 조립 밖에 더 하겠냐” 였다. 그래서 자유롭게 컴퓨터만 하고 싶어 하드디스크만 들고 가출한 적도 있었다. 물론 가출 중 하드디스크가 망가지는 바람에 하루 만에 다시 돌아왔지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 사업 실패의 경험과 창업경진대회 출전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바탕으로

대학교 1학년 때 웹에이전시 회사를 만들어 2학년 때까지 잠시 사업을 하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홈페이지 제작 업체들 간의 경쟁으로 회사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2004년에 블로거들이 모일 수 있는 메타 광장 ‘올블로그‘를 만들었는데 큰 호응을 얻게 된다. 그래서 다시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였다. 하지만 창업을 해서 한 번 망해보았기 때문에 바로 창업에 뛰어들기 보다는 여러 사례를 보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연구 결과 나온 비즈니스 아이템을 갖고서 검증을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하였다.

모교(광운대학교)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를 시작으로 각 대학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2005년 정보통신부에서 개최한 정보통신벤처창업경진대회는 8개월여 간 사업소개서와 사업계획서 작성법, IR 피칭 방법을 단계별로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대상을 수상한 후 2,000만원 상금을 자본으로 하여 다음 해 1월, 블로거들을 위한 툴을 제작하는 블로그 서비스 전문회사 ‘블로그칵테일'(BCNX의 전신)을 설립하였다. 회사명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후르츠칵테일’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팀빌딩은 어떻게 했나?

■ 올블로그에서 많이 활동하던 헤비유저(Heavy User)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

올블로그의 65만명 사용자 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던 헤비유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같이 블로그칵테일을 운영해보자는 제의를 했고 그 그룹이 그대로 창업팀이 되었다. 회사에서도 서로의 호칭을 블로거 활동할 때 쓰던 닉네임(골빈해커님, 봄날님, 카오루님)으로 부르다보니 나중에 회사에 합류했던 사람들은 어색해 하였다. 그 외에도 블로거 활동 때와 동일한 수평적인 팀 문화가 고스란히 회사 문화로 이어졌다.

 

당시 팀에서 박 의장의 역할은?

■ 경영자라기보다는 한 명의 개발자, 그러나 회사가 커지면서..

나는 경영자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서비스를 만들지에 대해 밤새 고민하던 개발자였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나보다 훌륭한 개발자들이 합류하자 더이상 내가 개발을 할 필요가 없어져서 웹디자인 업무를 담당하였다. 그 후에 실력있는 디자이너가 합류하니까 기획 업무를, 좋은 기획자가 합류하니까 영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개발을 잘하는 사람이 경영자일까? 큰 프로젝트를 잘 따오는 영업력이 있는 사람이 경영자일까?’. 경영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항상 고민하였다. 2년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경영자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팀원을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부족한 걸 내가 채워주고 다른 팀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었다.

 

올블로그, 블로그칵테일, Expy와의 합병으로 탄생한 BCNX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지속해온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 회사는 CEO가 포기하는 그 순간에 망한다

회사가 언제 망하냐면, CEO가 포기하는 순간에 망한다. 어떤 일이든 난관의 연속이기 마련이다. 나의 강점은 고민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려운 일은 금방 잊어먹고 ‘내일’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작년 초에 사업이 무척 힘들어졌을 때가 있었다. 다음 달에 죽었다 깨어나도 팀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를 팀원들에게 알리고 남을 사람은 남고,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모든 게 끝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며 좌절도 많이 했지만 악착같이 버티며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후 우연한 기회에 지인 분의 조언으로 합병 제안을 받아들이고 꾸준히 사업을 하다보니 합병 1년 만에 조직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방향도 뚜렷해졌고 나와 팀원 모두 성장해 있더라. 우리가 스스로 성장했다는 게 느껴졌을 때 가장 보람이 있었다.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했는데, 어떤 때 성장한다고 보는가?

■ “사장은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크는 겁니다”

내가 평소에 존경하는 홍성주 다음커뮤니케이션 게임부문장님이 “사장은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크는 겁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동감한다. 대표는 사업을 하다 보면 네트워크 등 여러 부가적인 면에도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표는 행사나 강연을 많이 나가서, 혹은 네트워킹을 많이 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성장할 때 성장하는 것이다.

 

끝으로 하고픈 말

■ 창업하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사람은 적은 현실

내가 창업했을 당시에 비하면 현재 창업 환경은 ‘환상적’이다. 예전에는 주변에 IT창업자 밖에 없었는데 창업의 영역 또한 넓어졌다.

그러나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겠다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아 아쉽다. 벤처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방법에 대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어느 회사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보다도 벤처기업에서의 성장은 그 이상이라는 점을 꼭 말해주고 싶다. 많은 후배·친구들이 다양한 벤처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통해 더 위대한 기업을 많이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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