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줄 서서 기다리는 집 앞에만 계속 줄을 서는가? 소라엄마와 옥루몽

가족들과 강원도 양양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대포항에 있는 튀김 골목에 들러서 튀김을 몇개 먹고 가기로 했다.

튀김 골목에 들어섰는데, 모든 집들이 한가한데, 유독 한 집앞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궁금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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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집 앞에만 줄이 긴가요? 이 집이 뭔가 특별한가요?”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거의 모두에게 물어봤는데, 어느 누구도 답을 못하고,

“글쎄요, 저도 그냥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서 있는건데요”

라고 말했다.

우리 가족도 시간도 남는데,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까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우리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 이 집 앞에만 유독 줄이 길게 서 있네”

라면서 가족들간에 왜 그 집만 유독 장사가 잘 되는지 추측하는 말들을 주고 받더니, 결국 열에 아홉은 그 집 앞에 줄을 서서 튀김을 주문해서 사갔다.

나와 와이프는 그 주변에서 장사하는 분들에게도 좀 물어봤다. 왜 유독 그 집 앞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지를 말이다. 그 주변에서 장사를 하시는 분들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정말 아무런 이유 없는 군중심리였다.

주변 상인들의 설명 중에서 그나마 가장 이해가 가는 것은, 그 집이 TV 프로그램에 한번 출연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영세 상점들일 수록 TV에 한번 출연하거나, 연예인이 한두명 다녀간 것은 큰 마케팅꺼리가 되곤 한다. 아마도 그 집이 전형적으로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진 출처: http://cafe.naver.com/bellos2/13744
사진 출처: http://cafe.naver.com/bellos2/13744

그렇지만 항상 모든 줄 서 있는 집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상권 내에서의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줄 서서 먹는 곳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잘 가는 맛집(?) 중에 하나는 홍대 옥루몽인데, 단연 팥빙수 세계에서는 No. 1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대백화점 밀탑을 빙수의 갑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옥루몽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옥루몽의 단점은 항상 갈 때마다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평일 낮에 가거나, 늦은 밤 시간에 가도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할 때도 꽤 있다. 이럴때면, 너무 유명해진 옥루몽의 명성이 다소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뭐 맛있는 빙수 먹으려면… 쩝.

홍대 ‘옥루몽’과 대포항 튀김골목의 ‘소라엄마’의 차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의 정도인 것 같다.

옥루몽은 굳이 홍대까지 옥루몽 하나를 위해서 가는 사람들이 주요 타겟은 아니겠지만, 소라엄마는 먼 곳에서 튀김골목에 와 보겠다고 온 관광객들이 많아서, 웬만하면 가장 맛있다는 곳에서 먹고 싶어한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정보가 풍부하지 않다. 어떤 곳이 가장 맛있는 곳인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여행 직전에 찾아본 블로그 포스팅 혹은 직접 가봤을 때 줄이 제일 길게 선 곳 정도일 것이다. 한편 홍대와 같은 상권은 그것보다는 더 실력이 중요한 것 같다. 홍대에 어느 가게에 엄청 줄이 길게 서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그 곳을 들어가지는 않는다. 다음에 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군중심리나 쏠림 현상도 정보의 비대칭성의 정도에 따라서 활용도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A라는 회사는 명성이 뛰어나지만, 그 업계에서는 다들 그 회사가 문화도 좋지 않고, 미래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고 하자. 하지만 A라는 회사도 여전히 좋은 사람들을 리크루팅할 수 있다. 먼 곳에서 온 사람이나, 꼭 그 업계에 발을 담궈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끌어들이면 된다. 그런 사람들도 결국은 자기합리화 과정을 거쳐서, ‘역시 내가 외부에서 보던대로 좋은 회사군’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반면 그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그 업계 내에서만 유명한 어떤 회사 B가 있다고 해 보자. 아마도 회사 B는 A에 비해서 외부에서 좋은 인재를 얻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대신에 회사 B의 리크루팅 전략은 어느 정도 그 산업에 대해서 알만한 사람들에 대해서, 그것도 회사 B를 위해서 오래 일할만한 사람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야 할 것 같이다. 전체적인 인재의 pool 자체가 회사 A에 비해서 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회사 A 혹은 회사 B 어느 쪽에서 일을 하던지, 자기 합리화를 위해서 개념을 조작하는 인간의 습성상 결국에는 어느 정도 만족을 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맛집이던지 회사던지 일단은 유명해지고, 다른 사람들도 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볼 일이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6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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