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의 부고, 미국신문의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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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문의 부고. 한국에 있을때는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다가 미국에 와서 살게 되면서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 것. 부고 기사인데 정작 ‘고인’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고인이 현직에 있는 사람이거나 과거에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그냥 자식들의 이름 다음에 ‘모친상’, ‘장인상’ 같은 식으로 처리된다. 특히 평범한 가정주부의 경우는 거의 예외없이 ‘모친상’ 아니면 ‘장모상’, ‘조모상’으로 나온다. 고인의 이름없이 자식들의 이름만 열거되는데 게다가 왜 직업이나 직함까지 왜 꼭 나와야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내세울 것이 없는 형제자매의 경우는 ‘자영업’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평생 자식을 키우면서 본인의 이름없이 ‘OO엄마’로 불리우던 여성들이 눈을 감고서도 역시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미국신문의 Obituary를 읽게 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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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인사가 아닌 경우 물론 공짜로 실어주는 것은 아니고 유료로 게재하는 내용이지만 고인의 삶을 돌아보는 이런 부고기사의 주인공은 ‘고인’이다. 그 자손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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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라 에스틸. 100년 4개월 26일만에 세상을 떠난 나의 어머니.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쌌다. 그녀는 가장 멋진 엄마였으며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녀의 가슴, 영혼은 항상 나와 함께 했다. 그녀를 영원히 사랑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도비.

이처럼 간결하게 고인의 이름을 쓰고 추모하는 글을 쓰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줄줄이 자식의 이름과 직업, 직함을 열거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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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 레인버그. 82. 루이스의 부인. 리사와 데이빗의 엄마. 벤자민, 리오라, 시라의 할머니. 그녀는 따스함과 온화한 영혼, 낙천주의, 유머, 호기심, 용기, 세상을 따뜻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의 부고기사도 마치 문상을 오는 사람을 모집하는 것 같은 형식을 버리고 이처럼 고인을 추모하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글 : 에스티마
출처 : http://goo.gl/Fc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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