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뒤집다 2]아스팔트 위에서 한 뙈기 여유를 찾는, 가든하다

로켓펀치의 히든카드, 신비주의로 무장한 미모의 오피스 레이디 신림동 캐리가 매주 진행하는 스타트업 인터뷰입니다. 유머가 가미된 통통 튀는 이야기들로 스타트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는 물론 웃음까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콘크리트 건물에 살며 아스팔트 길을 딛고 다니는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연과 소통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끔 화분을 선물 받을 때도 있지만 내 나름대로는 신경을 썼는데 말려 죽이기가 예사고요. 이렇게 ‘가드닝’은 젊은 층에 생소한 활동인데요. 아이폰을 통해 가드닝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려는 회사가 있습니다.

가든-하다 [형용사]
1 다루기에 가볍고 간편하거나 손쉽다.
가든한 옷차림 보따리 하나만 달랑 들고 가든하게 집을 나섰다.

2 『…이』마음이 가볍고 상쾌하다.
힘든 작업을 겨우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든했다.

가든하다‘는 ‘사람은 왜 꽃을 심고, 가드닝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도시 가드닝 스타트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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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가드닝 스타트업 가든하다는 경복궁이 보이는 통의동 6번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슬로워크‘와 한솥밥을 먹고 있죠. 슬로워크는 사회적 기업의 디자인을 도와주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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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가드너를 위한 모바일 커뮤니티 가든하다의 정천식 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 앱을 써봤다.
정천식: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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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대체 이런 앱을 왜 만들었는가?
정천식: 가드닝이 젊은 세대에 문화로 자리 잡은 게 불과 1~2년 정도다. 수도권 출신의 젊은 층은 대부분 정원 없는 집에서 자랐다. 1970년대부터 아파트가 일반적인 주거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해외 라이프 스타일 블로그나 유학 등의 경험을 통해 유럽이나 미국의 가드닝 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도심 속에서 자연의 틈바구니를 찾고 싶어 하시는 거다.
신림동 캐리: 나도 예전에 미국 있을 때 집집마다 정원에 자신의 개성에 따른 식물을 키우는 게 놀랍기도 부럽기도 했다. 미국 드라마를 봐도 ‘올해는 정원에 뭘 심어볼까?’ 이런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하고.
정천식: 20~30대가 혼자 살며 식물을 키우려고 하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몇 개 있긴 하지만 연령대가 너무 높다. 게다가 웹에서는 가드닝 활동을 실시간으로 즐기기 어렵다. 그래서 가든하다는 편하고 가볍게 스마트폰에서 가드닝을 기록하고 소통할 수 있게 앱을 만들었다.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 앱만의 특징이 있다면?
정천식: 기본적으로 사진 앱인데 이전에 찍은 사진의 잔상을 제공해 식물이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 식물 키우는 사람은 식물의 변화나 성장을 뚜렷하게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가드닝 비기너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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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정천식: 올해로 27살이다.
신림동 캐리: 어쩐지 완전 풋풋해 보이신다. 언제부터 사업을 시작하셨는가?
정천식: 학생 때는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들‘에서 일했고, 졸업 후에 슬로워크와 함께 투자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 배달의 민족 출신이라는 거 밝혀도 되나?
정천식: 왜 안 되겠는가?
신림동 캐리: 회사와 싸워서 나왔을 수도 있지 않나.
정천식: 아니다. 나는 아직도 거기 분들과 연락하고 지낸다. 사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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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에서 선물 받은 지우개입니다. 예전 회사와는 아직도 사이가 좋으시다고 합니다. 진짜로요.

정천식: 인터뷰하면 얼굴 사진 나가나?
신림동 캐리: 아마도.
정천식: 아, 사진 잘 안 받는 편이라 싫은데.
신림동 캐리: 실제로 더 훈남이라고 적어드리겠다. 자, 열의에 불타는 젊은 CEO의 표정을 지어달라.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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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 훨씬 훈남이신 가든하다의 정천식 대표님이십니다.

신림동 캐리: 직설적이고 짓궂은 질문 해도 되나?
정천식: 된다.
신림동 캐리: 상처 받아서 우실까 걱정스럽다.
정천식: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니다.
신림동 캐리: 그럼 묻겠다. 혹시 좀 사는 집 자식인가?
정천식: 아니다. 사는 게 힘겹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어떻게 24살부터 계속 창업을 하고 있는가? 수익 모델이 없는데 사업체를 유지하고?
정천식: 정부에서 지원 받기도 하고, 그동안 일하면서 모은 통장을 털었다.
신림동 캐리: 어쩌다 창업을 이런 분야로 했나?
정천식: 예전에 농산물 유통 관련한 일을 했어서 친환경 식품이라거나 농촌 생활이라거나 귀농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신림동 캐리: 보통 고양이나 개 같은 건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는데 식물 쪽은 좀 약하잖나.
정천식: 고양이나 개는 커뮤니티가 활발한가?
신림동 캐리: 그렇다.
정천식: 몰랐다.
신림동 캐리: 알았다.

신림동 캐리: 그럼 디씨 식물 갤러리라는 곳을 알고 있는가?
정천식: 몰랐다.
신림동 캐리: 최고의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
정천식: 가보겠다.
신림동 캐리: 다른 갤러리는 가지 마라.

정천식 대표는 수첩에 디씨 식물 갤러리를 비롯한 신림동 캐리의 추천 커뮤니티를 정성껏 받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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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 하시는 일이 일이라 그런가 사무실 곳곳에 식물이 많다. 가든하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정천식: 전통적인 IT 회사의 조직 형태를 띠고 있지 않다. 현재로서 개발자가 필요한 상태다. 앞으로 채용할 개발자를 끌어줄 ‘선임 개발자’가 없어 구인하는 중이다. 젊고 도전정신이 강한 개발자일수록 프로그래밍 자체에 대해서 배우고 토론할 개발자 동료가 없다는 건 꽤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가 보더라.
신림동 캐리: 그래서 개발자가 잘 안 구해지는 걸까?
정천식: 인맥이 부족한 것도 있다. 아는 개발자가 없다.

신림동 캐리: 그럼 목마른 개발자들이 지원할 수 있게 가든하다의 장점 좀 어필해봐라.
정천식: 일단 직원들의 성격이 착하다. 그리고 디자인, 제품을 포괄하는 가든하다 전체 산업영역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개발업무의 담당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일 할 수 있다.
신림동 캐리: 아직 약하다.

정천식: 식물을 많이 키운다.

신림동 캐리: 그거 누군가에게는 단점일 수 있다.
정천식: 개인 교육비 및 서적 구입 등 자기 계발 비용을 매우 적극 후원한다. 특히 책은 사고 싶은 만큼 사드린다.
신림동 캐리: 그래,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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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하다에서 개발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관심 좀 주세요.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 앱 하나로는 돈이 안 될 것 같아 보인다.
정천식: 아직은 수익 모델이 없다.
신림동 캐리: 그럼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돈도 안 되는 앱을 만들었으며 앞으로 돈은 어떻게 벌어 회사를 유지할 생각인가?
정천식: 가드닝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8월에 오픈할 생각이다.
신림동 캐리: 어떤 상품이 있는가?
정천식: 지금은 씨앗, 화분, 이름표 등을 준비해놨다. 시장을 조사하며 한국에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의 가드닝 제품군이 절실히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가드닝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의 가드닝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신림동 캐리: 예쁘긴 예쁜데 그걸로 끝 아닌가?
정천식: 아니다. 우리 제품은 예쁠 뿐만 아니라 기능도 뛰어나다. 거기에 많이 신경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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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식: 그리고 아웃도어 힐링 라이프스타일 잡지 ‘AROUND’에 매달 식물 관련 콘텐츠를 연재 중이다. 현재는 한국에서 가드닝에 관심을 가지려 해도 정보가 많지 않다. 매력적인 콘텐츠는 더욱 드물다. 서점에 가도 다소 올드하거나 매니아만 공유할 수 있는 서적이 대부분이더라. 그래서 젊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가드닝 콘텐츠와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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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캐리: 확실히 가든하다는 디자인에 신경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

정천식: 얼마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사이트에 디자인이 멋진 회사로 소개됐다. 그리고 브라질과 중국 매거진에서 싣고 싶다는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 회사이기 때문에 그런 반응 하나 하나에 기뻐하고 있다.

신림동 캐리:근데 서울 집세 살인적이지 않나. 한 평 짜리 고시원에 사는 사람도 있고 창문 없는 집도 부지기수다. 가드닝을 제대로 즐기려면 베란다가 있는 집, 적어도 햇빛이 잘 들어오는 집에 살아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좀 부르조아틱한 취미 아닌가?
정천식: 생각과 달리 햇빛이 적어도 잘 자라는 식물도 많다. 우리도 그런 점에 주목해서 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도 가드닝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식물류를 추천하려고 생각한다. 가령 국화 같은 단일 식물은 어두운 시간이 있어야 꽃이 핀다. 그리고 칼리디움, 아디안텀, 프테리스 등은 베란다가 없어 채광이 적고 통풍도 잘되지 않는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 이러니까 이런 정보를 제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가드닝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가든하다의 목표다.

신림동 캐리: 그럼 본인은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가?
정천식: 화분을 다섯 개 정도 키운다.
신림동 캐리: 여자친구는 식물 좋아하나?
정천식: 나보다 더 좋아한다.
신림동 캐리: 그러면 막 집에서 화분 손질하면서 데이트 하나?
정천식: 그렇다.
신림동 캐리: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레알이라니.
정천식: 집에서 같이 화분을 손질하거나 식물원 가는 일도 있고, 양재동이나 종로 꽃시장도 자주 간다.
신림동 캐리: 너무 건전해서 무섭다.
정천식: 어디가?
신림동 캐리: 원래 당사자는 문제를 잘 모른다.

신림동 캐리: 가든하다의 최종적 목표가 뭔가?
정천식: ‘가든하다’는 가볍고 단출하다는 순우리말이다. 이 말처럼 가드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취미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림동 캐리레진코믹스의 목표와 비교된다.

정천식: 이거 가든하다에서 곧 판매할 씨앗인데 선물로 드리겠다.
신림동 캐리: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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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방에서 상경한 친구가 ‘내가 살던 곳에서는 길마다 나무가 무성해 하굣길에 간식으로 열매를 따 먹었다.’고 했던 게 기억나네요. 그때는 듣고 우리가 같은 세대 맞냐며 ‘자연인’이라고 놀려댔는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무의식적으로 나에게서 먼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든하다와 함께 조그마한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놀라움을 더 많은 이가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림동 캐리 역시 인터뷰를 마치고 가는 길에 애플 민트 화분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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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하다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유지보수 및 버전 업데이트를 맡고 APACHE와 PHP, MySQL로 개발한 서버 관리를 할 수 있는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가든하다 채용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의 배너를 눌러 로켓펀치를 통해 지원해주세요.

글 : 신림동 캐리(로켓펀치)
출처 : http://goo.gl/nKw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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