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 질병인가? 진화인가?

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67038299@N07/950233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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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으로 발병한다는 디지털 치매 

얼마 전 뉴스에서는 스마트폰의 부작용으로, 사람들이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요즘 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보다 암기한 내용이 작다는 이유로 질병과 같은 ‘디지털 치매’라는 용어까지 썼던데 정말로 디지털 치매가 그렇게 무섭고 심각한 걸까요?

2. 디지털 치매는 질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

사실 잘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전화번호를 잘 외우지 않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과거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으면, 수첩에 적어둔 사람의 이름을 찾고,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 손을 통해 전화번호를 반복 학습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스마트폰은 이름이나 별명, 그마저도 초성만 쓰거나 사진을 터치하기만 하면 되니, 사실상 전화번호는그 사람을 기억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사실 인터넷에도 전화번호와 비슷한 것이 있는데, 바로 ip라는 기계의 주소값입니다. 하지만, DNS라는 도메인을 이용하여 사람들은 ip를 암기하지 않고 도메인을 기반으로 기계를 호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ip를 암기하는 사용자는 없습니다. 이를 암기하는 사람은 개발자들과 시스템관리자 뿐이죠. 이와 같이 디지털 치매는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는것은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머리를 나쁘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자동차가 운동부족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동의하시겠습니까?

3. 과연 우리의 뇌는 스마트폰 때문에 나빠진걸까?

더군다나 치매라는 용어는 질병처럼 들려지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뇌가 나빠진것 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 말고도 머리를 써야하는 일은 더 많아졌습니다. 앱을 설치하는 개념과, 알림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배경화면을 꾸미려면 어떻게 하는지, 새로운 OS는 업데이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고작 전화번호 몇개를 외우지 못했다고 머리를 예전의 피쳐폰 때보다 덜 쓰고 있을까요?

새로운 앱의 새로운 ux를 매번 공부해야 하며, OS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면서, 제조사는 새롭고 멋진 기능을 자꾸 써보라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학습을 스마트폰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디지털 시대에 이르러서 독서량이 줄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문자소비량은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대신 정보의 성향이 좀 바뀌기는 합니다. 보다 짧은 시간내에 습득하기 좋은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정보소비습관이 변화되는 패턴이 있으며,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들이 특정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멀티테스킹이 능숙해지고, 짧은 시간에 의미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검색하는 능력은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전화번호가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매개체라고 하면,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해도 친구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친구의 사진에 반응하며, 카카오 게임으로 게임까지하고 심지어는 인맥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세분화된 인맥관리를 합니다. 단순히 전화번호로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관심을 증명하던 시대보다 사람들과 친구들의 관계를 개선하는 수단은 더 다양해지고, 자세해졌습니다. 오히려 전화번호가 가진 근본적인 목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스마트폰이 더 많은 것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우리는 기술과 함께 진화 중

앞에서 디지털 치매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스마트폰이 뇌에 악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요구하는 형태가 바뀌었으며, 우리의 뇌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매우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과연 이것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사실 오늘날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과거에 일찍이 접해보지 못했던 패턴의 생각하는 방식과 삶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만큼 정보가 많았던 적도 없으며, 생존에 대해 위협을 덜 느낀 세대도 없습니다. 수천 년간 해가 지면 생산활동을 멈추던 인류가 야간에도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던 스스로 빛나는 디스플레이를 쳐다보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기계를 발명하고, 육체적인 노동 중 많은 부분을 기계에 이관했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발달로 이제 지식노동 중 일부도 기계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에게 기계란 몸의 팔다리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계가 쉽게 풀지 못하는 더 중요하고 어려운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SF의 고전 조지 웰스가 쓴 우주전쟁을 보면, 지구인보다 훨씬 고등생물인 화성인이 나오는데, 화성인의 몸은 대부분이 뇌로 되어있고, 여러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지만, 지구의 무거운 중력 때문에 초반에는 움직이지를 못하고 구덩이에 숨어있습니다. 그러나 화성인은 뛰어난 지능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어 곧 일방적으로 육체적으로 뛰어난 지구인들을 학살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화성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지구인보다 훨씬 뛰어난 고등생물이라구요. 화성인의 위협은 문어모양의 외계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인이 타고 다니며 지구인을 공격하는 기계 자체에 있었습니다.

기계와 기술은 이미 인류의 기본 생존 전략이며 앞으로 우리도 화성인처럼 더욱 이러한 경향이 강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퇴화란 생물이 과거로 돌아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감각이나 신체구조를 버림으로 효율을 꾀하는 진화입니다. 많은 이들은 기계에 의존적인 인류가 기계가 갑자기 없어져서 큰 불행에 처할 것이라고들 얘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드린 것처럼 기술도 진화의 한 측면으로 본다면, 어느날 기계가 갑자기 없어진다는 공포는, 우리 뇌가 갑자기 작아져서 동물들과 동일 생존환경에 처할거라라는 두려움처럼 실제적인 위협은 아닙니다.

기술은 이미 우리의 몸의 일부이며, 갑자기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택한 전략은 기술 곧 정보를 후대에 효율적으로 남기기 위한 효과적이고 강력한 장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사라져도 인류의 정보는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얻은 불로 인하여 앞으로 디지털 치매와 같은 더 많은 변화가 우리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스마트초이스의 스폰서에 의해 작성된 칼럼입니다.(원본)

글 : 숲속얘기
출처 : http://goo.gl/i9jk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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