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성장과 그릇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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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누군가가 제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잘 나가다 보면 초기 멤버가 아닌 외부의 경험 많은 사람을 초기 멤버 위로 데리고 오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면 그 초기 멤버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초기부터 정말로 열심히 한 사람인데?”

그 친구가 제게 원했던 답이 “그러네, 너무하네.” 였을 수도 있겠지만, 전 제가 믿는 바를 얘기해줬습니다. 두서 없이 bullet point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스타트업월드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프로다.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 축구로 치면 프리미어리그. 살벌한 곳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한방에 훅 간다. 그렇게 한 방에 훅 가지 않기 위해선 열심히 하는 것 뿐 아니라 잘 해야 한다.

2. 회사가 성장을 하다 보면 필요한 역량이 달라진다. 총싸움을 하고 있는데 칼을 갖고 나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초기 멤버가 얼른 총을 쏘는 법을 배우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지만, 만일 열심히 해도 안된다면 총을 쏠 줄 아는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데리고 온 사람이 단순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니라, 회사의 비전도 완전 공감하고, attitude도 훌륭한 사람이어야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 뿐 아니라 전체가 다 죽는다.

3. 그러면 그 초기 멤버는 정말로 억울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personal growth 차원에서 다른 곳에서는 절대 쌓을 수 없는 내공을 쌓은 것 아닌가? 예를 들어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2년 일했으면 여전히 말단 사원이었을텐데, 그 2년 동안 스타트업에서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하고 내공을 쌓고, 나중에 대기업에서 10년+ 인 사람을 스타트업의 임원으로 데리고 오더라도 초기 멤버는 팀장 이상급일 것이고. 그 데리고 온 사람과 초기멤버가 대기업에서 만났더라면 한참 윗사람이기에 말도 섞기 힘든 사람일텐데, 같이 일하고 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아닌가?

4. (번외편) 그리고 본인이 죽어라 열심히 했는데도 계속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그 초기멤버에게도 길게 보면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본인 스스로 가장 잘 알지 않을까? 이 일을 부담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없는지?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초기 멤버의 ‘그릇의 크기’가 회사 성장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하거나, 최소한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커지는 것이겠죠. 꼭 그랬으면 좋겠지만, 정말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글: 임지훈
출처: http://goo.gl/K7lf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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