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티스토어 인수 소문에 대한 단상

오늘 카카오가 티스토어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SK플래닛이 티스토어를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하고 지분의 51%를 카카오에 매각 추진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와 함께 티스토어 가치가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액 현금이 아닌 구주와 신주 발행으로 약 1,000억원을 투입해 티스토어를 인수합니다. 지난 10월에 카카오 우리사주를 매각할 때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인정받은 바 있는데, 티스토어를 구주로만 한다면 약 10%의 지분을 투자해야 하는군요.

일단 카카오가 티스토어를 인수하면 어떤 이점이 있을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카카오 게임하기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글플레이 등에 지불해야 하는 30%의 수수료로 인해 개발사가 50%, 카카오는 20%의 수익을 가져 간다고 합니다. 카카오가 티스토어를 인수하는 경우 정상적인 3:7 수익배분 비율을 적용했을 때 카카오는 기존에 비해 10%를 더 챙기고 개발사는 20%를 더 챙기는 식의 윈윈 모델이 가능합니다. 정말 단순한 계산입니다.

여기에 카카오가 최근에 밀고 있는 ‘카카오 페이지’도 빠질 수 없겠죠? 최근 앱장터 시장은 앱뿐만 아니라 책, 음악, 영화 등 컨텐츠 영역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데 여기에 티스토어를 이용하면 카카오 페이지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티스토어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구글플레이의 국내 약진과 더불어 티스토어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시장만 대상으로 한 로컬 장터라는 컨셉이 서비스 초기에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약점으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앱장터를 통한 해외 진출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별 다른 노력없이 진출할 수 있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메인으로 잡는게 개발사 입장에서는 당연합니다. 티스토어를 인수해서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앱/컨텐츠 장터로 키우기 위해서는 인수 자금 외에 추가적으로 들어가야 할 자원이 너무 과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티스토어를 SK플래닛에서 분리하면 신규 회사는 지주회사인 SK의 증손자 회사가 되는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SK)의 손자회사(SK플래닛)는 100% 자회사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엔도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계열사에서 제외된 상태입니다. 이런 이유로 티스토어만 따로 떼어낸 회사도 지분 51%를 카카오에 판다면 SK텔레콤 단말기에 선탑재를 확신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을 제외하고 앱/컨텐츠 시장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로 이원화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제조사, 통신사 등이 자체 앱스토어를 만들어 엄청난 노력을 해왔지만 대부분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국내에서 판매된 앱에 대한 매출의 30%가 구글과 애플에 돌아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앱장터를 만들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가 티스토어를 인수해 자체 앱장터를 제공한다면 단기적으로 매출 상승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힘겨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글: 버섯돌이
출처: http://goo.gl/FXc7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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