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어쉐어링(store-sharing), 디자이너제품을 위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존 소매 매장들의 공간쉐어를 통해 디자이너 제품의 판로를 개척하는 스타트업 팀이 있다. 나비프로젝트라는 디자인서비스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을 기획했던 아이디어벤처스의 송준우대표를 만나 스토어쉐어링의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들을 인터뷰했다.

송준우


Q. 송준우 대표님의 창업하기까지의 얘기들을 들려주시겠습니까?

2012년 6월에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행사기획을 하는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 먼저 취업을 했었습니다. 그 회사는 전 직장 동료분이 먼저 창업했었던 회사였기 때문에 제가 창업준비를 하면서 회사일을 병행하는 부분들을 사전에 양해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 직장은 경제분야 협회였는데요, 그 중에서도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쪽의 교육분야를 집중적으로 담당했었습니다. 대학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었고요.

그 스타트업에서 제가 담당했던 일은 소셜러닝이라는 분야였습니다. 소셜러닝은 소규모 모임에서 지식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일인데요, 일반인이 좋아할만한 컨텐츠를 찾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전에 기업중심의 교육이었다면 소셜러닝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넘어온 것이었죠.

Q. 소셜러닝에 대해서 좀 더 알려주시겠어요?

원래 소셜러닝의 의미는 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은 로컬의 지역커뮤니티 안에서 상호간에 교육서비스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전문강사가 아니지만, 자신의 노하우를 일반인들에게 공유해주는 것입니다. 한 때, 소셜러닝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에브리클래스,위즈돔 등의 회사들이 있는데요, 교육분야가 사실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일단 초기에 투자되는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요즘에는 교육장을 빌려주는 시스템들도 잘 되어있고요. 교육은 결국은 무형의 컨텐츠이기 때문에 가치포장을 얼마나 잘 하는지가 관건이 되는 것이죠.

나비

Q. 작년에 나비 프로젝트를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는 창업을 하면서 제가 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어른들은 제가 쌓아왔던 경력을 활용하라는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지만 저는 반대로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당시에 아이데이션(ideation)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많이 주목했던 분야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제품이든 의류든 마지막 단계에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또 구조적으로도 우리나라에 디자이너가 많이 양산되고 있지만, 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나 생태계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특히 제품디자이너들과 같은 경우는 일할 자리가 정말 부족합니다. 기업체에서도 많은 일자리가 나지 않는 상태에서 기존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 진입하려는 제품 디자이너들의 자리는 굉장히 협소한 것이죠.

재품


나비프로젝트는 그런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역량이나 디자인과 가치관들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크라우드펀딩을 이끌어내는 서비스입니다. 그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디자이너들이 세상에 데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주고 싶었고요.
솔직히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용어는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비즈니스모델화 시키는 과정에서 크라우드펀딩 모델을 차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2012년 10월부터 사이트개발에 들어갔지만, 외주개발이다 보니 1년 정도로 개발기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현재는 처음과는 다르게 내부역량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비스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버렸습니다.

Q. 스토어쉐어링도 결국은 서비스플랫폼이 아닌가요?

현재 스토어쉐어링은 어떤 웹사이트나 온라인서비스에 기대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 그러니깐 직접 발로 뛰거나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것들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물론 내부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있긴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표면적으로 저희의 서비스를 보여주고 소개할 수 있는 차원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해나가려 합니다.

 

거개

Q. 나비프로젝트에서 스토어쉐어링 서비스로는 어떻게 넘어가게 된 것인가요?

나비프로젝트는 작년에 한 달간 4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개 정도를 성공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운영상에서 웹사이트 내의 결재부분에서 오류가 생겼습니다. 그 부분을 해결하려면 비용을 더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 일단은 보류해 둔 상태입니다. 그 시점에서 스토어쉐어링 서비스로 넘어가게 된 것인데요, 사실 나비프로젝트가 디자이너가 데뷔하게 되는 채널이라면 그렇게 데뷔한 디자인들을 유통시키는 사후관리의 차원에서 디자이너제품의 유통에 대한 기획은 처음부터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제품의 유통부문은 온라인유통을 먼저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비용과 디자이너제품의 시장포지션, 크라우드펀딩에 따른 빠른 신제품출시의 어려움으로 인해 온라인유통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런 저런 환경을 고려했을 때 오프라인 유통 쪽으로 기획을 해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오프라인 유통에 대한 인프라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들을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스토어쉐어링 서비스기획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고요.

가게주인

Q. 스토어쉐어링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공간을 쉐어한다는 개념은 이미 있었습니다. 샵인샵이라든가 편집샵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맥락이 전제된 상태로 스토어쉐어링은 ‘공간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진 오프라인 소매점들과 ‘판로를 찾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 디자이너들을 연결하면서 그 속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멤버는 저를 포함해 다섯 명입니다. 개발자 1명, 편집디자인 1명, 저와 함께 영업과 기획을 담당하는 1명,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1명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쉐어링

Q. 남의 물건을 팔아야하는 소매점의 입장에서는 입점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같지 않습니다만..

단순히 물건을 진열해두고 판매한다는 위탁판매의 관점보다는 쉐어된 공간을 거점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알리는 마케팅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관점에서 접근을 해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팬들이 많은 디자이너의 경우, 쉐어된 공간을 페이스북 공간을 통해 알리면 팬들이 직접 해당 매장으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 때에는 공간을 쉐어해 준 소매상들의 입장에서도 공간을 빌려준 그 자체보다도 고객유입이라는 더 큰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죠. 임대료를 절감하는 것도 있지만 스토어쉐어링과 온라인고객층을 가진 디자이너팀들이 진행하는 프로모션의 효과도 함께 얻는 것입니다.

일루션디

Q. 그렇다면 매장공간의 쉐어비용은 어떻게 책정하시나요?

매장의 상권과 임대비용를 고려해서 책정합니다. 디자이너팀의 입장에서 쉐어비용은 보통 월 임대비용의 1/5 정도의 수준에서 책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동인구와 상권에 따라 현실적인 선에서 제안을 합니다. 매장주들에게는 월 임대비용의 1/4 수준에서 쉐어비용을 스토어쉐어링이 지불하고요. 보통 디자이너 3~4개 팀들이 합쳐져 들어가는데요. 그러면 매장주들에게 지불하는 비용과 디자이너들이 총 지불하는 금액에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액이 스토어쉐어링의 수익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상호간에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저희가 양측의 기대치를 누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본대

Q. 매장주들의 현황과 반응은 어떤가요?

지금 확보된 매장은 논현동의 [eelusion D], 신사동 가로수길의 [goer]와 [Vlad], 고양시 화정동의 [Lavender], 총 4군데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신사동 가로수길의 [Vlad]이고, 나머지 매장들을 구정 이후에 진행이 됩니다. (스토어쉐어링의 진행사항들은 홈페이지와 스토어쉐어링 블로그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입점 디자이너팀들도 확보가 되어 있는데요, 한 매장당 3팀의 디자인팀들이 들어갑니다. 저희가 섭외한 총 디자이너팀들은 20팀 정도 됩니다. 매장에서 진열하는 테이블이나 집기 같은 경우는 스토어쉐어링에서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도 고정비용이 발생합니다.

규우

귱

Q. 공간을 내어주는 매장주의 영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일단은 매장주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광고한 매체를 통해 문의가 옵니다. 요즘은 불황이라서 그런지 매물로 나온 매장들에서 문의가 오는 경우도 많고요. 

저희는 문의를 받으면 일단 사전에 사진을 받아보고 매장의 분위기를 파악합니다. 그 이유는 저희가 가진 디자이너팀들과 문의 온 매장을 매칭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래도 매장의 현황에 맞춰서 매칭을 하려고 합니다. 상권의 주요 고객층이라던지 판매제품의 컨셉 등을 고려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조건들이 맞다면 현장을 직접 방문해 미팅을 진행합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스토어쉐어링을 통해 입점한 제품들 중에서는 분명 잘 팔리는 제품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한 제품의 경우 시장에서 이미 검증이 된 상품이기 때문에 스토어쉐어링의 전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예측생산하고 유통을 전개할 것입니다.이 때는 매장영업의 측면에서는 락인효과(Lock-in effect)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지방매장 같은 경우는 문의가 많이 오긴 하지만, 저희는 직접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인력적인 한계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계획은 당연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문의가 온 매장주 분의 경우 세 곳의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희가 움직이는 동선에 효율성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진행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라드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잡고 계시나요?

내부적으로 아이디어벤처스라는 회사는 나비프로젝트부터 스토어쉐어링까지 디자이너제품의 외부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채널과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디자이너팀들을 위한 소규모 의류프로모션과 생산도 진행하고 있고요. 아이디어벤처스의 모토는 ‘디자이너 제품의 요람에서 무덤’ 까지입니다.

현재는 정부지원금으로 매장의 관리비용과 경비등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내부인원들의 급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얼마 정도의 기간은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서비스적인 차원에서는 스토어쉐어링의 매장들을 더 늘려가려고 합니다. 품목은 의류나 잡화뿐만이 아니라 문구나 일러스트 상품들로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의류나 잡화 같은 경우는 생산단가가 높지만 인쇄를 기반으로 하는 일러스트 제품 같은 경우는 생산단가는 낮으면서 많은 재고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판로는 더 없는 편이죠. 매장영업은 소매매장뿐만 아니라 카페나 공방같은 공간으로도 시야를 넓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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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스토어쉐어링 홈페이지: http://store-sharing.com
스토어쉐어링 블로그: http://blog.naver.com/storesharing
나비프로젝트 홈페이지: http://www.nabiproject.com

 

글 : 패션플미디어
출처 : http://goo.gl/yL6s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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