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 하기 – 개인생산성: 할 일 목록을 가까이 하자

to do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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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개인 생산성의 가장 중요한 것이 기록이라고 하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기록을 분류하여야 한다고 했다. 기록의 분류는 본인의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로 할 수 있겠지만, 가장 공통적인 것은 연락처, 일정, 할 일, 기타 기록이다.

그 중에서 가장 습관이 덜 되어 있지만, 개인 생산성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 ‘할 일’이다. 할 일의 기록을 어떻게 해야 생산성이 높을 수 있을지에 대하여 얘기해 보자.

1. 할 일 목록 (To-do list)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한다.

스마트폰, 데스크탑용 할 일 목록 서비스는 많이 있다. to-do, tasks, to-do list, task list 등을 검색하면 될 것이다. 조금 다른 방식도 있지만, 대개는 목록 형태이고 완료했다는 의미로 체크표시를 사용한다. 다르게 생긴 것을 사용해도 좋지만, 간단하게 완료표시는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 메모용 목록을 사용하면 불편한 것도 완료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이를 좋아한다면 다이어리나 공책을 활용해도 되겠지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디지털 도구에는 장점이 많다. 할 일 목록은 특히 그렇다.

퇴근 후에 문득 할 일이 생각났는데 할 일을 추가하기 위하여 회사 컴퓨터를 켜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도 안 하게 되거나, 모바일에 임시 메모를 했다가 나중에 회사에서 다시 기록하는 수고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동기화된 할 일 목록이 이동전화, 데스크탑, 그리고 태블릿에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확인하고 추가하고 수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 완료 기한을 설정하면 그 순서에 따라 볼 수 있고, 일정이 변경되면 고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기한이 되면 통지를 해주고, 반복 일정을 설정할 수 있다. 할 일의 종류를 분류할 수 있고, 일에 대한 새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

단점은 서비스가 아예 문을 닫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경우 기록을 옮겨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쉽게 옮길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2. 모든 할 일을 기록한다. 사적인 것도.

연락처의 기록은 뻔하다. 이름 적고, 전화번호, 이메일 적으면 된다. 일정도 단순하다. 만날 사람의 이름 외에 시간, 장소 기록하면 끝이다. 하지만 할 일 목록에 기록하는 것은 숙련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모든 할 일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시시콜콜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 많이 쓰는 말이지만, 할 일 목록은 시시콜콜 적는 것이 좋다.

친구들끼리 모이는데, 내가 모임 장소를 잡기로 했다고 하자. 당장은 업무시간이어서 장소 물색할 시간이 없다면, 할 일 목록에 ‘친구모임 장소 잡기’라고 기록한다.

아는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한다. 소개해 줄 생각인데, 지금 당장은 할 여유가 없다. 그러면 바로 ‘A에게 B 소개해주기’라고 적어야 한다.

심지어 이런 것도 있다. 물어볼 것이 있어서 오래간만에 예전 고객과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치면서, “제가 조만간 한번 찾아 뵐께요.”라고 얘기했다고 하자. 전화통화하면서 시간약속을 잡지 않았다면, 할 일 목록에 적어라. ‘누구 방문하기’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마지막 사례의 경우, 인사치례로 한 말인데 그걸 할 일 목록에까지 적는 것은 심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말을 했는데 후속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신의 말에 무게를 두지 않게 된다. 반대로, 당신이 가볍게 한 말도 후속 행동을 하는 것을 알게되면, 좀 더 본격적인 약속의 경우에도 사람들은 당신이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은 일이 아니지만, 사생활에도 ‘해야 하는’ 일은 많다. 병원 가기, 가족의 심부름, 면허증 재발급, 신문 구독 정지, 여자친구 생일 선물 사기, 여행 예약하기 등등. 그런 것들은 회사의 일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기억에 의존해서 대충 사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것도 하나의 철학이고, 그런 삶의 낭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더 생산적이 되기를 원한다면, 기록의 습관을 들이는 편이 분명히 좋다. 게다가 각종 해야 할 일이 구멍이 나서 정신을 못차린다면, 낭만적인 삶이 오히려 정신없는 삶이 될 수도 있다.

생산적이라는 단어가 사생활 영역에까지 사용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생활에서 생산적이라는 것은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쓴다는 의미 정도로 생각하기 바란다.

3. 정말 끝난 일인지 생각한다.

당신은 출근하면서 며칠전에 다른 부서에 문의한 자료가 있는데, 아직 못 받았음을 깨달았다. 스마트폰의 투두 리스트에 ‘A부서에 문의한 자료 확인’이라고 적는다. 회사에 도착한 후 그 부서에 물어보니, ‘아직 안 되었는데 조만간 주겠다’라는 답을 얻었다. 당신은 할 일 목록에서 그 일을 완료처리한다.

당신은 분명히 일을 아주 못하는 사람은 아니다. 할 일이 생각나서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기록을 했고, 그에 따라 할 일을 했고, 완료 표시까지 했다. 그럼 완벽한가? 그렇지는 않다.

당신의 실수는 이 일을 끝난 것으로 표시한 데에 있다. 부탁을 두번 세번 했는데도 자료가 오지 않고, 그래서 흐지부지 되는 일을 얼마나 많이 겪는가? 이 일은 그 부서로부터 자료를 받고 당신이 검토를 해야 끝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한가지 방법은 완료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한가지 방법은 완료표시를 하고, 새로운 할 일을 추가하는 것이다.

두번째 대안은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그냥 놔두면 될 것을 뭣하러 완료 표시를 하고 똑같은 할 일을 또 더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예전에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의 기록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무시 못할 것은 완료가 너무 적으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들에는 후자의 방법이 의미가 있다.

요점은 이 일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목록에 할 일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매일 할 일을 확인한다.

할 일 목록에 적기만 하면 그 가치는 반감한다. 매일 할 일 목록을 봐야 한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가장 안 지켜지는 것이기도 하다. 더 이상 설명은 하지 않겠다. 최소한 하루에 한번, 기왕이면 하루를 시작하면서 봐야 한다.

5. 정기적으로 기한과 우선 순위를 조정한다.

매일 할 일을 확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할 일의 우선순위와 기한을 조정하는 것이 있다. 일의 계획을 하는 과정이다.

사람은 원래 선택, 우선순위 결정 같은 것을 피곤해 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이런 결정을 하다보면 익숙해질 수 있다. 의사결정을 미루고 회피하지 않고, 자꾸 작은 의사결정이라도 적시에 하는 습관을 들이면 점차 그 피곤함도 줄어든다. 의사결정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필요한 역량인데, 자신의 할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결정의 연습으로서도 매우 좋다.

아무 일이나 생각나는 대로 하기보다는, 일을 시작하기 전 5분 – 10분간 여러 후보들을 훑어보면서 무엇을 먼저 할지를 결정하기 바란다. 일이 많고 복잡해질수록 이런 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이걸 귀찮아하고 회피한다면 당신은 더 큰 책임을 지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

6. 반복 기능을 활용한다.

어떤 종류의 일은 한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해서 해야 한다. 매년, 매월, 매주, 매일. 때로는 좀 더 불규칙한 경우도 있다, 2주일에 한번, 3개월마다 한번 등.

이럴 때는 할 일 목록 서비스의 반복 기능을 사용하면 좋다. 대부분의 괜찮은 할 일 목록 서비스는 반복 기능을 갖고 있다.

필자는 예전에 며칠간 약을 먹을 일이 있었는데, 자꾸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잊었다. 그래서, 아예 하루에 약 먹는 것을 며칠간 반복으로 해 놓았었다. 시간만 되면 약 먹으라는 알림이 울렸고, 잊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고, 그 일의 스트레스 중 하나가 빼먹지 않는 것이다. 반복 할 일을 잘 활용하기 바란다.

7. 무조건 그 시간에 해야 하는 일은 달력을 활용한다.

할 일 목록을 많이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목록의 할 일이 많아질수록 할 일이 한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무조건 언제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일 목록보다는 달력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할 일 목록을 활용하라는 얘기를 하다가 왜 달력을 쓰라고 하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사용할 때, 도구 설계자가 설계한 대로 도구를 쓸 의무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오후 2시에 누군가를 어디에서 만나는 약속도 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시간에 꼭 해야 할 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약속이 아니더라도 그 시간에 꼭 하려는 일을 달력에 적는 것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글 : 장효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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