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를 감사(監査)로부터 자유롭게 하라

11747440176_15b9dc7497_z

위기라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을 뜻한다. 당연히 위기관리 활동도 정상적인 과정과 절차들로 진행되기는 힘들다. 실전에서 위기를 관리해야 할 임직원들이 사후 감사(監査)를 두려워해 꼭 해야 할 일을 주저 하면 안 된다.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 기업이 살아 남기는 힘들어 지는 것이다.

기업에게 위기가 닥치면 평소 진행하던 정상적 업무들은 대부분 그 ‘정상성’을 잃게 된다. 기본적으로 출퇴근이나 업무 내용들이 전혀 달라져버린다. 정해져 있는 예산들이 지출되어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선지출 비용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업무 진행 과정의 많은 부분들이 실행을 위해 가이드라인 내에서 절차를 건너 뛰어 우선적으로 생략된다.

문제는 일선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임직원들의 업무 환경에서 발생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실행과 실행의 연속에서 누군가가 (길고 긴) 절차를 밟으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다. 결재를 득해서 진행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것이다. 면대면 미팅을 통해 서면 협의를 진행하라는 요청도 들어온다. 인트라넷에 들어가 여러 상위자들에게 진행 허가를 득하라 해도 실무자들은 미칠 지경이 된다.

더구나 외부에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위기관리 활동을 하는 담당자들은 더더욱 힘들다.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소요되는 비용과 접촉 비용들 그리고 여러 조사비용이나 관리 활동 준비 비용들이 즉시 허가되거나 확정되지 않으니 일단 오너십을 가지고 우선 집행 하는 실무자들이 꽤 생긴다. 무엇보다도 회사를 살려 보겠다 생각하는 직원들이 그렇다.

사실 위기관리 후 사후 감사에서 자유롭고 싶으면 아무 위기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안전하다. 최소한 위기관리 실행팀에 속하지 않으면 한층 안전해지게 마련이다. 절차를 밟느냐고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위한 위기관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피와 생존 본능에 기반한 현상들이 회사 차원에서는 이상적인 위기관리 환경은 절대 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위기관리 성공에 관심을 가지는 CEO라면 위기 시 진행해야 할 핵심 업무들에 대해서는 미리 감사팀과 함께 필요한 절차들을 들여다보고 단순화 된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위기관리를 위한 활동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정리해 최대한 실행 직원들에게 효율성을 제고시켜야 한다. 특정 위기를 겪고 나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내 규정이나 프로세스들 중 어떤 부분이 실제 위기관리 활동에 걸림돌이 되었는지 확인 해 보고 개선하는 것도 권장된다.

이와 함께 위기관리 활동들에 책임을 가지고 있는 임원들에게 가능한 최대한 권한부여(empowerment)가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구두로 즉시 지시하고 허가 할 수 있도록 실행 중심의 분위기가 최소한 위기 시에는 어느 정도 용인돼야 한다. 위기 시 모든 대응 활동의 핵심은 신속성이다. 일단 신속히 행하고 그 다음에 정확성을 확보하라는 주문까지 하는 위기관리 전문가들도 있다. 사내의 규정과 감사의 압박이 위기관리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해하는 것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위기관리 이후 특정 부서를 감사 대상으로 지정하여 위기관리를 위해 지출 한 예산과 절차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감사팀이 모든 프로세스를 하나 하나 복기하면서 절차의 문제들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내 정치적 입지에 의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한다. 위기관리에 성공했느냐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위기관리 과정에서 우리 내부의 규정을 준수 했느냐를 평가 하는 셈이다.

이런 식의 사후 평가가 반복되면 그 회사에서는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진행될 수가 없다. 점차 타조의 습성처럼 위기가 발생하면 머리를 모래 속에 파묻고 움직이지 않는 직원들만 한없이 늘어 난다. 임원들은 위기 대응을 지시하거나 신속하게 실행하라는 명령하기를 부담스러워 하게 된다. CEO는 마음이 급한데 일선에서는 왜 그 실행이 즉시 이루어질 수 없는지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변명들이 올라오게 된다.

만약 실제 위기 시 아주 세세하고 당황스러운 부정적 변명들이 자주 올라 온다면 분명히 사내 규정과 절차들을 뜯어 보아야 한다. CEO를 믿고 일단 배분되고 지시된 실행들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진행 하도록 임직원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는 CEO에게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리더십이다. 평소 관심과 살펴봄이 그런 실전적인 리더십을 강화해 줄 수 있다. 모두가 안되면 되게 하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성공한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649P4f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