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민의 위기관리 원 포인트 레슨 4편] 위기에 맞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한 삼성

Source: https://www.flickr.com/photos/23146606@N05/12326837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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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위기 일수록 이를 관리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억지로 꾸며진 자신감이 아니라 ‘우리가 현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이는 곧 강력한 리더십의 책임 정신이 기반이다. 또한 일사불란 한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상황관리의 정확성이 중심이다. 위부터 아래까지 내부에서 외부까지 철저히 위기를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그대로 드러나야 성공한다.

2007년 8월 3일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반도체 공장 외부에 설치된 변전소 배전반에 스파크가 발생해 K2 공장라인 6개가 중단된 것이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삼성전자 스스로 손실액이 250억∼5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 밝힐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 회장의 질문은 곧 조직 구성원 전원이 속도감 있는 회복 노력에 전력을 다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전략적으로 빠른 회복과 이를 통한 사후 피해 최소화는 ‘정전사태’ 위기관리에 있어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었던 윤종용 부회장만 해도 그랬다. 사고 소식을 듣고 2시간만에 기흥으로 이동한 그는 복구 상황과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그리고는 “기흥의 반도체 라인을 언론에 공개하라” 지시를 내렸다. 사고 직후 최악의 상황을 예견했던 바와는 달리 빠른 상황관리가 마무리 되자 적극적으로 자신감을 커뮤니케이션 하기 원했던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국내외 경쟁 업체들로부터 흘러나온 ‘복구에 한 달여, 피해액은 수천억 원’이라는 루머들을 잠재워 버렸다. 심지어 윤 부회장은 사고 다음날 휴가를 떠나버렸다. 전 라인이 정상가동 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후였다. 이건희 회장의 질문이었던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미 답을 했다는 자신감을 내 외부에 커뮤니케이션 했던 전략적 스턴트였다.

물론 윤 부회장이 멀리 떠난 것은 아니었다. 사고 발생 4일후 기흥을 찾아 한번 더 “기존의 생산성 수준으로 모든 것이 정상화되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기자들에게 했다. 전날 반도체 시설을 방문했던 언론 일부에서 제기한 생산성 회복 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기자들이 기흥 시설을 방문했을 때 삼성전자의 당시 황창규 사장은 작업복을 입고 기자들을 맞았다. 주요 거래처들에게 ‘안심하라’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미 마친 황 사장이었다. 여러 우려들을 나타내는 기자들을 향 해 황사장은 “실적으로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을 짧게 커뮤니케이션 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기자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기사화 해달라는 이야기 대신 나타낸 리더의 자신감이었다.

만약 회장의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글쎄요, 상황이 아직 파악이 안되어 딱히 언제 회복 가능한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같은 속도감 없는 답변이 임원들로부터 나왔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부회장이 현장으로 달려가는 속도도 달랐을 것이다. 자신감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한 상황파악과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요원했을 것이다. 또한 부회장의 휴가 스턴트도 제대로 힘을 발휘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작업복을 입고 미소를 짓는 사장의 메시지를 기자들은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기흥 라인의 사고는 분명히 단순하거나 운이 좋게 마무리 될 만큼 작은 사고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더들의 빠른 자신감 커뮤니케이션은 내부와 외부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삼성이 현 상황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구나”하는 느낌과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3개월 후 황창규 사장은 기자들에게 약속했던 것과 같이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3분기 영업익을 발표했다. 그 결과 영업익 9200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 7000억원을 훌쩍 넘기며 다시 한번 자신감을 과시했다. 위기관리의 완전한 성공과 마무리를 선언한 것이다.

이후에도 삼성의 반도체 공장들에서는 크고 작은 유사한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각 사고에서도 이 ‘스피드’와 ‘자신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지속되고 있어 보인다. ‘리더가 정한 원칙이 위기를 관리한다’는 말이 현실화 된 사례다.

위기관리는 상황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관리로 나뉩니다. 이 글은 위기 발생 후 기업, 정부, 공기관등이 위기관리를 위해 실행 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의 성공 포인트만을 잡아 예시한 것입니다. 즉, 이 원 포인트가 해당 케이스 위기관리 전반의 성공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글 : 정용민
출처 : http://goo.gl/X5MeU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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