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을 바라보는 세 번째 관점: 적응

전략에 대한 마지막 글입니다.

~*~*~*~*

전략을 바라보는 세 번째 관점: 적응

처음에 우리가 살펴 본 산업 조직론적인 관점으로 전략을 설계하는 것은 산업을 먼저 분석하고 기업 내부의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두번째로 살펴 본 내부의 핵심 역량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전략이나 사업 분야를 정의하는 것은 기업 내부에서 출발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무에서는 두 가지 방식이 복합적으로 쓰이게 된다. 산업과 경쟁이라는 요소는 기업 외부적 요소 중에서도 전략을 형성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빠뜨릴 수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요소인 기업 내부의 핵심 역량 역시도 우리 회사가 무엇을 잘 하는 회사이고, 무엇을 잘 못하는 회사인지 이해하지 않고서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며, 어떤 전략을 수행해야 할지에 대해서 감을 잡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 발생하는 문제는 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환경이 너무나 급속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불과 6개월에서 1년 전에 정의했던 산업과 경쟁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쉽게 바뀌어 버린다. 그리고 우리의 핵심 역량도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서 그 의미가 쉽게 퇴색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마블 코믹스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마블은 1939년에 세워진 회사이며, 1999년까지만 해도 만화책 출판으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던 회사이다. 그런데 불과 10년만에 비즈니스 모델은 완벽하게 캐릭터 판권사업으로 바뀌었으며 그 덕분에 회사의 잠재 가치와 미래는 송두리째 바뀌어버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에 대한 분석을 하는데 3개월, 실행을 하는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면, 그 전략의 실행을 완료할 시점이 되면 지금까지 실행했던 전략은 무용지물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적응력을 높여라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므로,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보다는 어떠한 환경의 변화가 생기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기적인 생명체와 같은 조직을 만드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GE(제너럴 일렉트릭, General Electric) 는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1890년대에 세운 기업이며, 설립 당시만 해도 전구나 램프와 같은 가정용 전기기구를 만들던 회사였다. 하지만 지금 2014년의 GE를 보면 에너지, 금융, 엔진과 터빈,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등에서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가정용 전자제품이 전체 매출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심지어 GE는 가정용 전자제품 사업분야를 매각하려고 하고 있다.

GE가 지금과 같은 사업 형태를 구성하게 된데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은 잭 웰치(Jack Welch) 임이 분명하다. 그는 1981부터 2001년까지 20년 동안 GE를 이끌어오면서, GE가 1위 혹은 2위를 하지 못하는 부분은 거의 모두 매각해버렸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수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그가 취임할 당시에 약 40만 명이었던 GE의 근로자 수는 2013년 현재 약 30만명 밖에 되지 않지만, Jack Welch 가 CEO로 있는 20년 동안에 GE의 시장가치는 4천억 달러 (원화가치로 약 450조) 이상 증가하였다. 그리고 가전제품과 항공기 부품 등을 만들던 GE는 이제 완벽하게 금융과 에너지, 헬스케어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잭 웰치의 무자비한 해고와 사업 매각에 대해서 “Neutron Jack (중성자탄 잭)” 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를 20세기 최고의 경영자이자 전략가로 꼽는 사람도 많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잭 웰치가 저성장의 시대에도 끊임없이 GE를 성장의 궤도에 올려 놓았고, GE라는 회사를 완전히 변화 (transformation) 시켰다는 점이다. 산업 조직론적인 관점에서나 핵심 역량의 관점에서나 기업의 DNA와 역량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GE라는 회사는 30년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잘 번성하고 있다.

GE

 

두산그룹의 기업 변신(Corporate Transformation)과 M&A 전략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재벌그룹이다. 1890년대에 고 박승직 창업주가 세운 박승직 상점이 그 모태가 되어서 지금까지도 한국의 최대 재벌의 하나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두산은 1950년대 정부로부터 불하 받은 OB맥주(당시의 이름은 동양맥주)를 비롯하여 90년대 후반까지 무역업, 식음료, 광고, 주류, 출판, 의류 등과 같이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소비와 관련된 사업을 주된 사업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었다. 특히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내기 보다는 해외의 판권을 국내에 사들여 와서 오퍼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97년 외환위기를 거쳐서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중공업과 제조업 위주로 완벽하게 바꾸어버렸다. 그룹의 대부분의 매출을 창출하던 내수/소비재 위주의 사업을 모두 매각하고 중공업, 건설, 중장비 등으로 회사를 변혁시킨 것이다. 이제는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건설/중공업 계열사의 매출이 전체 그룹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90년대 후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기업이 재탄생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GE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두산그룹의 경우도 혁신의 중심에 M&A가 있었다는 점이다. GE는 각 산업 내에서 1위, 2위인 업체만을 유지하겠다는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충족하지 못하면 매각해 버렸다.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국내 시장이 해외 기업들에게 개방되면 그 존재 자체가 위협 받을 것이라고 여겨지던 두산그룹은 2001년 한국중공업 인수, 2007년 미국의 Bobcat 인수를 비롯하여 대규모 M&A를 성공적으로 이룩하면서 기업을 완벽하게 변모시켰다. 특히 두산의 경우에는 M&A를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이렇듯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변화(Corporate Transformation) 사례를 보면서 우리가 배울 점은 기업 내부적으로 길러진 핵심 역량이라는 것은 좀처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때에는, 특정 기준에 따라서 핵심과 관련 없는 부분들을 과감하게 떼어내거나, 핵심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 점이다.

Google 의 다변화 전략

원래 기업이 갖고 있던 비효율적인 운영이나, 성장이 낮은 산업을 처분함으로써 기업을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기업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대안을 발굴해 내는 모델도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구글(Google)이다. 구글이 말하는 스스로의 존재목적은 전세계에 존재하는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접근 가능하게 하고 유용하게 하는 것이다. (Google’s mission is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다소 광범위한 미션을 정해 놓고서는 이 안에 해당되는 거의 모든 사업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 구글의 특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구글은 스탠포드 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1995년도에 설립한 회사이다. 이 회사는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검색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검색 엔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대부분의 수익은 광고에서 얻고 있다. 구글은 직원들이 80%만을 자신들의 일에 관련된 시간에 쓰고 나머지 20%는 전혀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일을 해도 좋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이 정책 덕분에 많은 직원들은 그 시간을 본인이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시도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에 쏟고 있다. 직원들은 꼭 자신과 같은 부서 사람들과만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함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 중에 하나가 바로 구글의 웹 브라우저인 크롬(Chrome)이다.

사실상 구글은 검색, 광고 등과 같은 본질적인 사업 영역 이외에도 회사 내에서 수백에서 수천개의 미니 프로젝트들이 자발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구글 내부에는 실리콘 밸리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나오는 아이디어 중에는 크롬 브라우저와 같이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서 최고의 제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구글의 전략은 최대한 다양한 팻 프로젝트(Pet Project)들이 사원들의 강력한 모티베이션에 따라서 활성화되도록 함과 동시에 이들 중에서 성공 가능성이나 시장의 기회가 큰 것들을 적절히 발굴해서 구글이라는 회사가 환경의 변화와 시대의 요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구글은 지난 10여년 동안 매일같이 트랜드가 바뀌는 실리콘 밸리에서도 꾸준히 최고의 기업으로 살아남고 있다.

구글 창업자
구글의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오른쪽)과 레리 페이지(왼쪽)

 

맺음말

전략은 결국 선택의 문제이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산업 조직론적인 관점과 같이 산업의 특성 및 경쟁의 강도 등을 분석하여 우리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를 분석하는 방법과, 핵심 역량의 관점과 같이 우리의 내부적으로는 어떤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이 지속적으로 최대치가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지를 고민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GE, 두산, 구글과 같이 변화하는 환경과 경쟁 상황에 일일이 대처하기 보다는 끊임없이 자신들의 비즈니스 분야를 재정의하면서 내부 혹은 외부로부터 변화된 환경 아래서 가장 필요한 것들을 사오거나 조직 내부에서 다양성을 배양하여 필요한 부분을 내재적으로 길러내는 방법 등이 있다.

어떤 접근 방법을 택하는가는 기업의 전략가들의 몫이겠지만, 어떤 하나를 택하는 것이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인지하고 있다. 세 가지 방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분석과 적용을 통해서 전략을 개발해야만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6989

%d bloggers like this: